기억의 잔상에서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과 열쇠를 쥔 남자, 그리고 잠긴 문.
방문 밖 벽에는 거울이 하나 걸려 있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방은 분명 2층에 있었을 것이다.
셜록은 어머니의 죽음과 이어지는 다음 단서를 찾아 저택으로 돌아온다.
기억 속 방 앞에서 과거 어느 날의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 보는 셜록.
그날 셜록은 존과 함께 어머니가 좋아할 만한 유물(꽃병)을 발견해, 그녀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 셜록의 기억에 따르면, 이 방은 그녀의 공간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불러도 어머니의 대답이 없자 셜록은 문 앞에 꽃병을 내려놓은 채 자리를 떠난다. 이때, 뭔가 큰 소리가 들려 다시 돌아와 보니 꽃병은 산산이 깨진 뒤.
문 앞에는 기억 속 남자가 화난 얼굴로 서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오토 릭터. 남자는 셜록에게 네 어머니가 꽃병을 깼다고 전하며, 문이 잠겨 있을 때는 그녀를 방해하지 말라고 야단을 친다.
바이올렛이 꽃병을 깨? 뭣 때문에 어린 아들의 선물을...?
이 기억을 끝으로 셜록의 회상은 끝나고, 지난 번처럼 무의식의 봉인이 풀려 방 안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의 죽음과 얽힌 진실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셜록.
하지만 뭘까, 이 불안한 기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 안에는 바이올렛이 쓰던 물건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존은 마이크로프트가 차마 이 물건들을 정리할 수 없어 그대로 뒀을 거라 하지만, 셜록은 형이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라며 그의 말을 부정한다.
다만, 이후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을 생각할 때, 마이크로프트가 어머니의 유품을 이대로 내버려둔 진짜 이유는 아마 셜록이었을 것이다. 그로서는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보다, 아직 살아 있는 동생을 보호하는 게 훨씬 중요했을 테니까.
방 안을 살피다 보면, 존이 창가 옆 탁자에서 체스판을 발견하고 불쑥 내기를 걸어 온다.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방에 남은 흔적을 조사한 결과, 그녀가 당시 이 방에서 주치의 오토 릭터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병이 폐결핵이 아니라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종류일 것이라고는 예상 못해서 처음 플레이할 때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녀의 병은 증세가 손 쓸 수 없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혹시 주치의 릭터의 치료법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뭘까, 이 수상한 의료 기구와 약병들은...
어머니의 방을 둘러본 뒤, 셜록은 그녀가 죽음을 맞았던 그날 아침의 일을 기억해 내고 충격을 받는다. 내용을 보면,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확실히 어려운 일이었을 듯. 존의 말처럼 셜록이 그 기억을 봉인해 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셜록은 분명 뭔가 더 있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의욕에 넘치는 셜록과 달리, 존은 뭔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존?
셜록이 기억을 되찾고 나자 존은 눈에 띄게 괴로워 하며, 이 조사는 다른 날 계속하면 안 되겠냐고 셜록에게 부탁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셜록이 저택에서 기억을 되찾았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어쩌면 셜록이 기억을 되찾을수록 존의 증상도 심해지는 건 아닐까? 셜록이 기억을 모두 찾고 나면, 또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이때부터 존의 운명을 얼만큼 예감할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정체를 생각하면, 이 사건이 아니었어도 언제고 두 사람에게 닥칠 일이기는 했다.
여기서 셜록은 존의 부탁을 받아들여 다음 조사를 미룰 수도 있고, 계속해야지 무슨 소리냐며 고집을 부릴 수도 있다. 다만, 이유가 있어 스스로 굳게 걸어 잠근 기억이 억지 노력으로 풀려날 리 없지.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한 발 물러나기로 하자.
어느 쪽을 택하든 조사는 이렇게 마무리 짓는 것으로 결정된다. 마음에 조금은 여유가 돌아왔는지, 눈을 돌려 친구의 기분을 살피는 존.
그래, 지금 셜록은 어떤 기분일까. 기억이 떠오른 직후의 표정이나 대사를 보면, 절대 아무렇지 않을 리는 없을 텐데. 뭐, 셜록의 유명한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덤덤히 받아들였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늘 그렇듯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
우선, 존의 질문에 "안 괜찮다"고 답했을 때.
다음으로, "괜찮다"고 답했을 때.
역시 솔직하게 안 괜찮다고 답했을 때가 훨씬 마음에 드네. 다른 작품의 셜록한테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사지만. 차기작 The Awakened부터는 이번 셰리한테서도 볼 수 없게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좀 슬프다.
그건 그렇고, 마이크로프트는 왜 어머니의 병에 대해 거짓말을 했을까.
셜록과 존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문득 아래 층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지?
선원이 셜록네 집에는 무슨 볼일일까.
혹시 빈집 털이 하려고 들어온 도둑? 아니면, 셜록에게 복수하러 온 범인의 친구 또는 가족?
하지만, 말하는 품새를 보니 딱히 불순한 목적으로 셜록을 찾아오지는 않은 듯하다.
방문객은 자신을 '새로운 게임'이라 소개하며, 당신에게 줄 것이 있는데 뭔지 알아맞혀 보라고 한다.
셜록은 남자를 세심히 관찰한 뒤 그가 선원으로 위장한 화가이며, 보겔의 심부름으로 그가 보낸 초대장을 갖고 왔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셜록이 정답을 말하자, 남자는 놀란 얼굴로 어떻게 알았느냐 묻는다.
남자의 질문에 우쭐우쭐 자신의 추리 과정을 풀어 놓는 우리의 탐정님.
신나셨네. (귀엽)
남자는 셜록의 추리력에 감탄하고는, 보겔이 보낸 초대장을 셜록에게 건넨다.
미술 전시회라. 그림 감상하는 데 셜록의 천재성이 왜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뭐, 아무튼 가 보면 알겠지.
초대장에 적힌 설명에 따르면, 보겔의 화랑은 올드 시티 내 바자 가와 헤르메르 대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고 한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사건이 셜록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이 수상한 화가의 꿍꿍이는 대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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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에서 그림 도둑과 그림 속 가해자의 실마리를 얻고, 다음 단서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버나도티. 아마도 사망한 그림 도둑의 뒤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그는 코르도나에서 수입 업체를 (가장한 밀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시청에서 그가 운영하는 회사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스칼라디오 동남부, 바자 가 교차로 근처 로만 가.
하지만, 실제로는 로만 가가 아니라 그 아래쪽에 있는 바자 가 주변에 건물이 있다. 이것도 번역이 잘못된 탓이려나? 나중에 원문을 확인해 봐야겠다.
Bernadotti Limited. 다행히 회사 이름이 밖에 크게 걸려 있어서, 근처까지만 오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설명이 헷갈리게 되어 있던 바람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뭐, 덕분에 보물 찾기 문제도 하나 더 풀었으니 좋은 게 좋은 셈 칠까.
참고로, 이번 보물의 위치는 여기.▼ 스칼라디오와 올드 시티를 잇는 두 번째 다리 인근에 있다.
버나도티의 회사를 발견하고 일단 문을 두드려 보는 셜록. 그러나, 오늘이 휴일이었는지 초대 받지 않은 방문객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인지, 문은 굳게 잠겨 있다.
물론 문 안 열어 준다고 여기서 얌전히 돌아갈 셜록이 아니지. 혹시 모르니 다른 출입구는 없나 건물 주위를 살펴볼까.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걷다 보니, 말이 끄는 수레가 길 위에 한 대 서 있고 그 앞으로 초록 철문이 빼꼼히 열려 있다. 여긴가?
여기군. 캠프에서 봤던 난민들이 건물 뒷마당에서 일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안을 엿보는 것쯤 일도 아니겠는데, 벌건 대낮부터 공공연히? 하긴, 캠프도 제집 드나들 듯 하던 판에 믿는 구석이 있어 이러는 거겠지.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그래도 뒷마당과 달리 건물 내부 보안은 꽤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이대로는 들어가기 힘들겠는걸.
가서 뭘로 변장하고 오면 좋을까. 난민? 아니면, 같은 조직원 코스프레?
아프리카 평상복. 옷차림으로 부족해서 얼굴에 분칠도 시켜 봤지만, 이걸로 될까? 아무리 봐도 그냥 햇빛에 탄 셜록인데. 그러고 보니, 1회차 플레이 때는 다른 변장을 했던 것 같은 기분이...
귀찮으니 2회차 하는 의의를 살려 일단 가 보자.
가는 길에 로만 가에서 숨은 동전 찾기. 단서가 어딨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깨진 꽃병을 발견했다. 꽃병을 살펴보니, 꽃병 파손범은 동네 강아지인 것 같다. 다행히 오래 전에 깨진 것은 아닌 듯, 주변에 강아지 발자국이 찍혀 있다.
발자국을 따라 간 곳에 강아지가 물고 사라진 단서가 떨어져 있다. 이번에는 영국인들의 단골 카페 두 군데를 찾아야 되나 보군. 광장과 민박집 근처,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다리라. 일단 기억만 해 놓고.
난민으로 변장 후 경비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경비의 첫마디를 보니, 예상대로 이번 변장은 망했네.
하지만, 난감하게도 선택지에 '돌아간다'가 없다. 어쩐담?
별 수 있나.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무작정 들이대 볼밖에.
시청 사람이나 사립 탐정으로 자기 소개를 하기에는 옷차림 때문에 설득력이 없고, 그냥 버나도티를 만나게 해 달라고 졸라 보자.
셜록은 경비에게 버나도티와 사업 이야기를 하러 왔다고 한다. 그러나, 경비는 3초 줄 테니 그 안에 꺼지라는 반응.
뭐, 이 꼴로 통할 거라고 어차피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아저씨, 좀 기분 나쁘네요? 어디서 협박을...
조용히 물러나려다, 앞으로는 입 조심 하시라는 뜻으로 한 대 쳐 줬다. 그런데, 어라? 갑자기 주위에서 떼로 몰려드네? 여기서 '때린다'가 힘을 써서 강제로 들어가는 경로였구나. 나는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덤벼드는 조직원들을 정리하고 나면, 존이 셜록의 선택에 대해 잔소리를 한다.
아니, 나는 경고만 한 다음 바로 떠날 생각이었다고.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누가 알았겠어?
아, 어설픈 난민 변장이 역시 화근이었던가. 이제 와 처음 잠입 시점으로 돌아가기에는 수지 타산이 안 맞고.
이렇게 되면 PS 진영으로 넘어가서...
옷차림을 바꿔 다시 도전!
게임이 두 개인 게 이럴 때 좋네.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불러오기 각이었을걸.
그러나, 결과는
여전한 3초 엔딩.
아오, 이 융통성 없는 떡대가 진짜.-_- 이 부티 나는 외모를 좀 보쇼. 척 봐도 함부로 대했다간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 아닌가?
혹시나 싶어 사업 상담차 왔다고도 해 봤으나, 반쯤 짐작했던 대로 또 거부 당했다. 아무래도 정답은 같은 조직원 코스프레였던 듯.
할 수 없지.
길거리 싸움꾼 복장에, 목에는 죽은 그 남자와 똑같은 문신을 그려 넣고...
드디어 평화적으로 잠입 성공.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숨겨 놨길래 그러나, 이제부터 안을 살펴보실까.
아니나다를까, 창고 안은 소문의 밀수품으로 가득했다. 그중 대다수는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문화재.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왜 이 그림이 또 여기에 있지? 그렇다면, 화가네 집에서 본 그림은 원본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림이 죽은 남자의 개인 공간이 아니라 여기 보관돼 있다는 것은 그 절도 행각이 버나도티의 지시라는 뜻. 이는 즉, 남자가 화가의 집에서 사진을 훔치려다 그를 죽인 일도, 캠프에서 닐라를 끌고 나가려다 사망한 일도, 상사의 지시를 착실히 따르려다 발생한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버나도티는 대체 뭣 때문에 메르쿠리오의 그림도 모자라, 그림의 모티브가 된 사진과 사진 속 피해자였던 닐라까지 원한 것일까? 분명 선한 동기에서는 아닐 게 뻔한데. 흠...
뭐, 그건 곧 본인을 만나서 물어 보면 알 수 있겠지.
고집 센 경비 때문에 뜻하지 않은 몸싸움을 좀 했더니, 사무실 사람들이 셜록을 보자마자 아주 난리다. 이래서야 편하게 안을 둘러보기는 글렀군.
저기요, 저도 방금 그 일은 불가항력이었거든요? 자꾸 이러시면, 당신...
부숴 버릴 거야아.
내가 고른 답이긴 하지만, 셜록이 생각보다 너무 거칠게 나와서 좀 움찔했다. 저 남자는 경비의 동료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무원 아닌가? 셜록의 반응에 남자도 놀랐는지, 떠듬떠듬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한다.
존에게 또 한소리 들으려나 하고 있다가, 뜻밖의 칭찬에 어리둥절.
여담이지만, 조직원 차림으로 조용히 들어왔다면, 남자가 원래 광부였으며 코르도나 광산업이 망하는 바람에 버나도티 밑에서 일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카나리아가 없어지는 바람에, 광산이 문을 닫게 됐다고 투덜댄다.
광부의 말로에서 양봉장 가는 길에 봤던 새장 기념물을 말하는 것이겠지? 1회차 때는 양봉장보다 여기가 먼저였는데, 카나리아 얘기는 또 뭘까, 이건 무슨 사건일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흥분한 직원을 대충 진정시켜 보내고, 다시 버나도티의 회사 건물 탐색. 한쪽 벽에 버나도티가 코로도나 총독과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럴 테지. 너무 예상했던 대로라 놀랍지도 않다. 사진이 찍힌 연도를 보아, 버나도티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코르도나 권력층과 친분을 쌓는 데 공을 들인 듯하다. 그가 어떤 속셈으로 이번 사건을 벌였는지 모르지만, 셜록이 사건의 진상을 외부에 폭로한들 그에게는 별 타격을 주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탐정의 의무. 버나도티를 만나 보자.
당장 주먹이 날아 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불쾌한 내색도 없이 친절하게 불청객을 맞이하는 집 주인. 다만, 오른쪽 허리에 권총집이 보인다. 섣불리 감정을 자극하면 안 되겠군.
그가 이곳의 우두머리임을 말해 주듯, 목덜미에 다른 조직원들의 것과 모양이 다른 문신이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경비의 문신도 죽은 남자 쪽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았는데, 조직 내 지위의 상징인가?
한편, 그의 피부가 상해 있는 것을 보고 셜록이 '펠라그라'를 언급한다. 비타민 B3가 부족하면 생길 수 있는 병. 아마도 과거의 궁핍이 그에게 남긴 흉터일 테지. 지저분한 일을 피하지 않는 듯 그의 손이 거칠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계산적인 배후 인물, 아니면 무자비한 조직 두목? 내가 여기서 고른 답은 전자였지만, 어느 쪽이든 그가 위험한 자임은 틀림없다. (나중에 어느 사이트의 공략을 확인해 보니, 둘 다 정답이라고 한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한 뒤, 셜록은 자기 소개와 함께 난민 캠프 사건을 입에 올린다.
버나도티는 셜록의 말을 듣더니, 그한테서 사업가 냄새가 난다고 평한다. 글쎄, 셜록은 여기 진실을 확인하러 왔지 거래를 하러 온 게 아닌데?
셜록은 버나도티의 반응에 대꾸 한마디 없이 자기 식대로 하려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셜록은 화가의 집과 난민 캠프에서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그의 동기를 추궁한다. 당연하게도, 그 말을 듣는 버나도티는 대놓고 언짢은 기색. 그는 메르쿠리오가 누군지도 모르고, 난민 캠프에서 있었던 일도 납치가 아니었다 주장한다. 그게 납치가 아니라면 뭘로 봐야 할까요, 버나도티 씨?
흠... 그것도 그렇네. 버나도티가 반문하자, 셜록은 그제야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밝힌다.
버나도티는 자신이 굳이 그림을 훔쳐야 할 이유가 없다며, 셜록의 의심을 부정한다. 또, 셜록이 이곳에서 목격한 다른 도난품들도 수많은 거래 중 모르고 사들인 것 같다 해명한다. 뭐, 그의 재력과 직업을 생각하면 그럴싸하게 들리기는 한다.
버나도티는 이 불편한 상황을 얼른 정리하고 싶은 듯, 화랑에 연락해서 해결하자는 말을 꺼낸다. 뒤이어 그는 셜록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거나 당장 나가라고 위협한다.
어허, 그 양반 성미 한번 불 같으시네. 이제 막 본론에 들어가려던 참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셜록이 문제의 사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버나도티는 돌변한 태도로 얼마면 되냐 묻는다.
물론 셜록이 원하는 것은 검은돈 따위가 아니라 진실.
셜록은 버나도티에게 사진 속 남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버나도티의 대답에 따르면, 남자는 코르도나의 영국 특사로, 그는 특사를 사진으로 협박해 사업을 좀 더 편하게 할 속셈이었다. 만약 셜록이 남자의 정체를 이미 알고 온 상태라면, 놀라워하며 솔직히 답하는 버나도티를 볼 수 있다.
다만, 셜록의 경멸 어린 반응에 그도 조금은 뒤가 켕겼는지, 원래는 자신이 아니라 메르쿠리오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자기는 화가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소리군.
화가가 왜 그림을 팔지 않으려 했는지 궁금했는데, 이런 이유였다니 좀 실망이다. 버나도티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의 불운한 사고사도 결국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을 듯.
셜록에게 진실을 밝힌 뒤, 버나도티는 그에게 원하는 액수를 또 한번 묻는다. 끝까지 돈으로 묻을 심산인가 보네. 셜록은 메르쿠리오와 같은 부류가 아닌데.
하지만, 버나도티의 질문 뒤에 뜨는 선택지를 보니, 셜록 역시 거래에 응할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 해도 그가 바라는 게 돈일 리는 없겠지. 셜록이 무슨 생각일지 궁금한걸.
일단, 거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건 쪽부터 몇 가지 정리하고 넘어가자.
첫째, 버나도티가 닐라를 납치하려 한 이유.
이는 확보하지 못한 사진 대신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해, 특사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써먹으려던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기들과 함께 있는 편이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으며, 캠프에서 일어난 일은 그의 예상 밖이었다고 한다. 그럼 이유를 설명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모셔 오도록 했어야죠, 아저씨. 어차피 닐라의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었으면서 변명은.
둘째, 밀수업.
아아, 밀수업이라고 다 비도덕적인 건 아니라구요? 그런데 설명한답시고 늘어놓는 말에서, 뭐랄까, 제국주의 비슷한 냄새가 나네.
우리 회사가 아니면 굶어 죽을 거라니, 댁이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줄 압니까? 오만한 장사치로군.
셋째, 창고의 난민들.
표면상 불법이지만, 예상대로 그는 공권력과 은밀한 협의를 통해 난민을 일꾼으로 부리고 있었다.
셜록은 이를 노동력 착취로 바라보는 반면, 버나도티와 난민들의 시각은 좀 다른 듯. 다만, 닐라가 밖에서 그런 일을 겪고 돌아온 판이니, 지금은 버나도티의 말에 동의하지 못할 난민이 많든 적든 늘어났을 것이다.
자, 이제 버나도티에게 이야기는 들을 만큼 들었고, 남은 건 사진 처리 문제인데.
셜록은 버나도티에게 뭘 제안할 생각일까.
셜록은 사진을 넘기는 대신 그에게 난민을 도와 달라 요구한다. 역시 챕터원의 셰리는 순수해. 아니면, 닐라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던 걸까?
이에, 버나도티는 난민 전체를 도우라는 건 지나친 요구지만, 닐라 한 사람 정도는 편히 살게 해 주마 약속한다. 그녀의 뱃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생각하면, 정확히는 두 사람이 되겠군.
그는 셜록을 거듭 회유하며, 그 선택으로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이 될 거라 주장한다. 그래요, 어쨌든 지금보다 나은 곳이 되긴 하겠죠. 그것이 결코 모두를 위한 세상은 아닐 테지만.
한편, 존은 셜록이 버나도티에게 꺼내 놓은 제안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글쎄, 그 사람들에게는 선택권이 아예 주어지지 않았고, 셜록은 그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물론 최선이라 여겼던 선택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진을 넘길지 말지, 가부를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우선 가해자인 영국 특사를 만나, 그가 뭐라고 나오는지 들어 봐야겠다.
덧)
이렇듯 심각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언제나처럼 나홀로 여유로운 존 선생님.
다른 때는 장난꾸러기 소년 같다가, 이럴 때 보면 또 완전 상남자 분위기네.
2회차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이 모습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The Awakened 체험판에서 외모만 같은 다른 사람(=왓슨)을 만나고 온 탓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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