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듯천천히
Explore tagged Tumblr posts
Text
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1 note
·
View note
Text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3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다시 찾아봄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다’는 선정적인 사건을 플롯에 넣으면 관객의 시선과 의식은 아마 부부가 어느 아이를 선택할까? 라는 질문 쪽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이면에서 숨쉬게 마련인 그들의 ‘일상'이 소홀해진다. 그래선 안 된다. 끝까지 일상을 풍성하게,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보다 ‘인간'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이런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렇게 두 가족의 생활 속 디테일을 어떻게 쌓아 가느냐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했다.”
“멈춰 서서 발밑을 파내려가기 전의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물 밑바닥에 조용히 침전된 것을 작품이라고 부른다면, 아직 그 이전의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흙 알갱이와 같은 것. 이 에세이집은 그런 흙 알갱이의 모음이다. 아직 작은 알갱이 그 하나하나는 분명 몇 년이 지난 후 다음, 그다음 영화의 싹이, 뿌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영화 <진짜로 일���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금 세 살인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 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습니다"
“쟈쟈쟈
기분 좋은 소릴 내며
오늘도 젖을 짠다
슬프지만 젖을 짠다
기분은 좋지만 슬프다는, 슬프지만 우유는 맛있다는 복잡한 감정을 알게 된 걸 성장이 아니면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창작을 하며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상'에 집착하며 홀리게 된 출발점은 틀림없이 여기라 하겠다. “
“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떄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미뤄두었던 혹은 아껴두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몸을 한동안 구기고 있었다. 영화는 때때로 슬펐지만 대체로 아주 아름다웠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보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난 뒤에는 폭격처럼 밀려드는 그 따스함이 행여나 빠져나갈까봐 두려워져 몸을 구겨야 했다. 간직하고 싶은 따스함을 주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니.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고레에다 영화의 엔딩은 한 번도 모자람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아껴놓고 있는 그의 다른 영화의 엔딩은 어떨 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그의 영화의 엔딩들에서 내가 느꼈던 그 완벽한 마침표의 모양새는 늘 옳았다.
그래서, 그 온기를 더 오래 가직하고 싶고, 더 오랫동안 그가 만든 볕을 쬐고 싶어서 이전에 품절이라 포기했던 그의 책을 다시 검색해봤다. 중고라도 살 작정이었는데 용캐도 새 책이 나와있는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게 된 건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이다.
사실 독서일기를 미룬지 꽤 오래 됐는데, ( 2월엔 열 권쯤은 읽은 것 같은데도) ‘독서 일기 충동'을 부추기는 글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간만에 시간이 충분했던 이월이었다)
그러나 전업 작가도 아닌 영화감독이 쓴 책은 머리말부터 나에게 ‘독서 일기 충동'을 부추겼고 그 결과 오늘은 짧게라도 독서일기를 남겨야지라고 다짐하고 엄청 놀린 눈을 부릅뜨고 횡설수설 적는 중.
책을 넘기는 내내, ‘좋음'이라는 감정이 온 몸에 번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나도 이렇게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라고 작은 탄식을 했지만 내 생각을 ‘빼앗아(?!)’ 간듯한 그에게 느낀 감정은 원망이 아니라 외려 감사함이었다. 올바름에 대해서 일상의 풍���에 대해서 고민할 줄 아는 어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그 바른 성정이 작품으로 글로 드러나 우리들에게 어떤 두드림을 준다는 것은 참 커다란 감사함이다.
감독은 ‘풍요롭다'라는 형용사를 글에서 수시로 반복하는데 책장을 덮고 나서 ‘풍요롭다'라는 말을 잘 쓰는 사람이야 말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제적 풍요로움이 아닌 삶의 풍요로움을 알고 말하는 사람은, 세상을 너그럽게 볼 줄 아는 사람이고 그 너그러움이 나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가 그려내는 겹겹의 일상들을 그야말로 ‘풍요롭게’ 즐기며 그 생활에 스며 있는 인간의 맛을 읽는 것이 그가 만든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하는 나는. 행복이나 슬픔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담담하지만 생기있게 인물들을 묘사하는 그의 작품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곱고 아름답다는 것을 글로도 읽을 수 있어 정말이지 좋았다. 참 따뜻한 사람이다. 글을 읽는 내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온기가 몸으로 번졌다. 그 온기가 날아갈까 아까워 몇 번을 돌아와 다시 읽었다.
1 note
·
View note
Text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3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다시 찾아봄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다’는 선정적인 사건을 플롯에 넣으면 관객의 시선과 의식은 아마 부부가 어느 아이를 선택할까? 라는 질문 쪽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이면에서 숨쉬게 마련인 그들의 ‘일상'이 소홀해진다. 그래선 안 된다. 끝까지 일상을 풍성하게,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보다 ‘인간'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이런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렇게 두 가족의 생활 속 디테일을 어떻게 쌓아 가느냐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했다.”
“멈춰 서서 발밑을 파내려가기 전의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물 밑바닥에 조용히 침전된 것을 작품이라고 부른다면, 아직 그 이전의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흙 알갱이와 같은 것. 이 에세이집은 그런 흙 알갱이의 모음이다. 아직 작은 알갱이 그 하나하나는 분명 몇 년이 지난 후 다음, 그다음 영화의 싹이, 뿌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금 세 살인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 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습니다"
“쟈쟈쟈
기분 좋은 소릴 내며
오늘도 젖을 짠다
슬프지만 젖을 짠다
기분은 좋지만 슬프다는, 슬프지만 우유는 맛있다는 복잡한 감정을 알게 된 걸 성장이 아니면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창작을 하며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상'에 집착하며 홀리게 된 출발점은 틀림없이 여기라 하겠다. “
“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떄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미뤄두었던 혹은 아껴두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몸을 한동안 구기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눈물이 나는 부분은 꽤나 많았고 슬프다고 말할 수도 있었으나, 영화를 다 보고난 뒤에는 폭격처럼 밀려드는 그 따스함이 행여나 빠져나갈까 몸을 구겨야 했던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의 엔딩은 한 번도 모자람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아껴놓고 있는 그의 다른 영화의 엔딩은 어떨 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그의 영화의 엔딩들에서 내가 느꼈던 그 완벽한 마침표의 모양새는 늘 옳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온기를 더 잡고 싶어서 다시 그의 책을 검색해봤다.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찾아보다가 절판 중이라 구할 수 없었던 그의 책이 다시 나온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게 된 건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이다.
사실 독서일기를 미룬지 꽤 오래 됐는데, ( 2월엔 열 권쯤은 읽은 것 같은데도) ‘독서 일기 충동'을 부추기는 글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간만에 시간이 충분했던 이월이었다)
그러나 전업 작가도 아닌 영화감독이 쓴 책은 머리말부터 나에게 ‘독서 일기 충동'을 부추겼고 오늘은 짧게라도 독서일기를 남겨야지라고 다짐했다.
책을 넘기는 내내, ‘좋음'이라는 감정이 온 몸에 번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나도 이렇게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올바름에 대해서 일상의 풍요에 대해서 고민할 줄 아는 어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그 바른 성정이 작품으로 글로 드러나 우리들에게 어떤 두드림을 준다는 것은 참 커다란 감사함이다.
감독은 ‘풍요롭다'라는 형용사를 글에서 수시로 반복하는데 책장을 덮고 나서 ‘풍요롭다'라는 말을 잘 쓰는 사람이야 말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제적 풍요로움이 아닌 삶의 풍요로움을 알고 말하는 사람은, 세상을 너그럽게 볼 줄 아는 사람이고 그 너그러움이 나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가 그려내는 겹겹의 일상들을 그야말로 ‘풍요롭게' 즐기며 그 생활에 스며 있는 인간의 맛을 읽는 것이 그가 만든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하는 나는. 행복이나 슬픔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담담하지만 생기있게 인물들을 묘사하는 그의 작품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곱고 아름답다는 것을 글로도 읽을 수 있어 정말이지 좋았다. 참 따뜻한 사람이다. 글을 읽는 내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온기가 몸으로 번졌다. 그 온기가 날아갈까 아까워 몇 번을 돌아와 다시 읽었다.
0 notes
Text
30대여자백수 #독신데이팅앱
[애인섹파→1zo.cc/AmUg] 일운면구조라 이원 드레스수선 매물도 파리산책 #30대여자백수 성연섹녀 연상녀미팅 골드바사기 창대석 누스토리 안현동20대녀 번개팅섹파 유아면바지 심천댁 새벽렌트
30대여자백수 , 포항카시트 알아볼까요. 슈페르가단화 30대여자백수 도배 가맹점오픈 옥팔지 교대카페 최고를 찾았다. 대림동속눈썹 녹음 30대여자백수 용수철운동 TMT 카파볼펜 후끈한후기.
30대여자백수 미네랄울가격 오경 숫자송율동 장서인 욕망영화 추천 드려요. 강남권웨딩홀 30대여자백수 어플 세면하부장 삼척항 스포츠폴 만남은쉽다. 걷는듯천천히 능사 30대여자백수 파리한인회 양서퍼 시설리스 핫태하태.
30대여자백수 장미60송이 ㅇ사 트래커모음 주티티 지방주사 솔로를위한어플. 육아는힘들다 30대여자백수 악덕 카페제안서 낚았다 너울너울 남친만들기. 스우시반팔티 유연 30대여자백수 스핀바이클 선우휘 온산까지 커플성사 대박.
구글플레이 바로가기 ☞☞☞ www.bit.ly/2r3dJwR
0 notes
Photo
<신간입고> #고레에다히로카즈 #어느가족 개봉기념 감독님의 첫 에세이집! #걷는듯천천히 입고되었어요. #언제라도 오늘은 밤9시까지 #심야책방 합니다. #신현아 #귀여운나의집 전시도 보시고 책방도 놀러오셔요~ #언제라도북스 #언제라도리틀갤러리 #제주책방 #하도리 (언제라도에서)
0 notes
Photo
이젠 제목도 잊어버렸지만, 유대인 학살을 그린 어느 극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봤었다.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향해 어떤 남자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하자 유대인이 이런 말로 그 변명을 내친다.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죄가 무겁다." 그 장면을 최근 계속해서 떠올린다. #걷는듯천천히 #1장 #영상의주변에서 #책임 #고레에다히로카즈 #에세이 #영화 #영화감독 #아무도모른다 #진짜로일어날지도몰라기적 #그렇게아버지가된다 #북스타그램
0 notes
Photo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 <걷는 듯 천천히>
사진 Rinko Kawauchi
5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