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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말이 통하지 않네, 베이비
세상 참 좋아졌다. 메신저에 한글로 된 문장을 쓰면 번역기가 일본어로 바로 바꿔 준다.
걱정하지마. 잘 될 거야.
心配しないでください。うまくいくと思います。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같이 결단력 있는 사람은 웬만큼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금세 정신 차리고 솟아날 구멍을 찾을 거라는 응원이었거든. ���런 굳은 심지는 참 드물고 귀한 장점이라는 얘기도 덧붙이려 했고.
하지만 번역기가 알아들으려면 최대한 쉬운 단어로 된 짧은 문장을 써야 한다. 이놈의 인공 지능은 외국어는 잘 하지만 뭐가 재밌는지는 이해를 못 한다. 언짢다. 의미를 숨길 행간이라곤 한 뼘도 없는 문장밖에 쓸 수 없어서.
네게 나는 얼마나 재미 없는 바보 같을까? 안타까워. 나는 말을 할 때 살아나는 여자인데. 냉소하는 단어와 제멋대로 가져다 쓰는 비유가 내게 광택을 더해 주는 걸. 넌 지금 나를 저화질로 보고 있는 셈이지. 내가 널 이해하는 방식도 매한가지일 테고.
아마 죽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겨우 절반 남짓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핸드폰을 붙잡고 무슨 말이라도 붙여 보려고 애쓰는 꼴이란. 이런 허무한 짓을 일본어로도 로맨스라고 부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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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4zEQJrggKgk
으악 너무좋아 반복재생을 멈출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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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몇 주 전 공연 하나를 봤다. 술에 취해 친구네 직장 동료 여자애들과 춤을 추며 떠들었다. 어쩌다 내 나이 얘기가 나왔는데, 친구 녀석이 쟤 서른둘이야 이야길 하니 무리 중 하나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연신 외쳤다. 정말요? 정말요? 거짓말! 엄청 동안이에요 언니. 상대는 많아봐야 스물 네다섯 정도로 되어 보였으니, 갑자기 튀어나온 ‘언니’라는 호칭에도 놀랄 게 없었다. 술 탓에 기분이 엄청 들떴던 나는 장난스럽게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그 애는 곧이어 귓속말로 내가 어느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던지 물었다. 그날 나는 왁스를 잔뜩 바른 웨트헤어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 숙취로 늦은 시간까지 침대에 누워 하트를 뿅뿅 날리던 그 때 나는 정말 기뻤을까 곱씹어 봤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썩 좋지도 않았다. 젊어 보인다는 말엔 나이에 비해 생기가 있다는 의미가 종종 내포되니 칭찬임에는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 점은 참으로 달갑지만, 괜히 혼자 켕기는 부분이 있어 즐거움이 상쇄되어 버렸다.
난 나잇값을 신경 쓴다. 가끔 가상의 보수적인 동년배 여성을 꾸며내어 그에게 ‘빙의’하고, 그의 시선으로 나를 관찰한다. 그럼 이게 내 나이에 걸맞은 태도와 외양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전혀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이렇게 평온한 중엔 노숙하��� 행동하려 애쓰지도 않는 주제에, 사서 근심을 하는 게 얼마나 모순인지 안다. 하지만 줏대가 관습에 패배할 때가 종종 찾아오고, 무심결에 내 나이 때 엄마 아빠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며 엄지손가락 거스러미를 뜯는다. 그들은 30대 초반에 인간 하나를 세상에 내놨다.
애먼 손가락만 상처 입는 건, 대체 무얼 해야 나잇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도통 알 수 없는 탓이다.
주거 독립을 이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지만 별다르지 않을 게 틀림없다. 나는 한 점 부끄럼 없이 서른 몇 살인데도 가족과 같이 산다고 얘기하고 다닌다. 부모 고혈을 빨아먹는 추잡한 거머리로 취급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집세 아끼는 건실한 싱글로 칭찬은 몇 번 받았다. 자취하면 서럽죠,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 돈도 아끼고 좋죠, 따위 대답만 들었다.
결혼도 진짜 성인됨의 척도가 아닌듯 하다. 내 주변에만 해당하는 명제인가 생각해봤는데,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랫말이 들어간 트로트가 유행한 때도 벌써 몇 년 전이다. 내가 어릴 적 고작 이십 대 후반이었던 우리 작은 이모는 집에서 노처녀로 통했다. 곧 서른셋인 내게 늙었다고, 또는 처녀라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감방에서 옥중수기를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또한 불행이다. 가능성이 열려있는 특별한 아이, 전통을 부수고 자기만의 인생을 일궈나가는 요즘 젊은이라 불행이다. 내 부모가 젊었을 때처럼 인생의 정해진 스테이지랄 게 없다. 그럼 나는 언제 어��이 될까? 어떤 통과의례를 거쳤을 때 성숙해졌다 자신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제니퍼 실바의 <커밍 업 쇼트>에서는 자신만의 ‘치료 서사’를 구성하며 스스로 성인이라 받아들이는 신자유주의 시대 청년들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하필 그 책을 읽어 버려서, ‘심리적 상흔을 극복하고 단단한 자아를 얻고 다시 태어난 나’를 어른으로 맘 편히 인정해줄 수가 없다. 북북 찢어진 나잇값 로드맵 앞에서 그럼 외양이라도 좀 “커리어 우먼”답게 꾸며볼까 하고, 괜히 웨트헤어 탓을 한다. 지엽적인 근심으로 막연한 혼란을 가려보려 애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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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요
그렇다면 날씨 좋은 시절을 보내는 무민밸리의 주민들을 구경합시다
https://youtu.be/g35x7ViBY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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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 기차에서 쓰는 편지
지금 난 서울로 가고 있어. 기차에 빈 좌석이 하나도 없다. 하필 평일 새벽이라 그래. 이렇게 이른 시간엔 늘 통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더라고. 지하철도 버스도 아닌 장거리 기차를 타고선 수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일터로 향한다니 새삼 신기해. 아무튼 사람이 많으니 불편하다. 옆 좌석 아저씨가 자꾸 내 핸드폰을 보는 것 같아서, 창문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인 채 이 글을 타이핑하고 있어. 핸드폰 자판은 왜 이렇게 자그마할까. 고양이 앞니를 톡톡 두드리는 기분이야. 게다가 열찻간도 엄청 흔들려서 자꾸 엉뚱한 키를 누르게 되네.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기차 안에선 뭐라도 쓰는 게 좋아. 창밖 전신주나 나무 따위가 반복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을 멍하니 보노라면 이런저런 생각이 잘 떠오르더라고.
방금도 B와 만난 때가 불쑥 떠올랐다. B는 그야말로 삼십몇 년을 사대문 안에서 산 진짜 서울 토박이거든. 내가 요즘 자취방과 고향 집을 오가며 지낸다는 얘길 하니 신기해하더라. 돌아갈 집이 따로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대. 대뜸 그런 얘길 할 줄은 몰라서 난 그냥, '별거 없지 뭐' 하고 얼버무렸어. 나중에 B랑 헤어지고 곱씹어보니 걔 어조에 동경이 실려 있던 듯해서 좀 웃기더라고. B가 왜 그랬던지 알 것도 같아. 관념 속 포근한 고향 집을 희구할 수 있는 권리. 내 방에 있어도 마음이 뒤숭숭할 때, 언젠가 회귀할 수 있는 “진짜 집”을 떠올리며 얻는 위안 같은 것. B는 경험해 본 적 없겠지. 하지만 나는 B가 부럽다. 집이 어디예요?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할지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니. 얄미워 죽겠어.
얼마 전에 라틴 아메리카 단편 소설집을 읽었어. 그중 한 작품에 기차 대신 마차를 고집하는 늙은 가우초가 나와. 기차가 너무 빠르니까, 영혼은 뒤에 남고 육신만 앞으로 나아갈까 봐 무서워 어깃장을 부리는 인물이지. 어쩜 그런 바보 구닥다리가 있을까? 마차는 그럼 좀 덜 빠르니까 괜찮은 거야? 나는 오만한 후세 사람답게 그냥 비웃었어. 하지만 오늘 아침 기차 출발 땐 꼬장한 에스파냐 늙은이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공감이 가더라. 열차에 속도가 슬슬 붙는 만큼 내 영혼도 서서히 틑어지는 것만 같더라고. 내가 미신적이란 건 아냐. 사주가 제일 싫고, 기차보다도 더 빠른 비행기도 선뜻 타니까. 그냥 나도 모르게 마음을 이곳저곳 단단히 묶어둔 탓이야. 가족, 고양이 둘, 친구, 우리집, 심지어 우리 동네 맥도날드에까지.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는 전 지점 내부 인테리어를 일부러 통일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고객이 세계 어느 지점을 가든 똑같은 분위기를 느껴야 한다는 거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얼마나 징그럽고 광범위한지 설명할 때 맨날 쓰이는 예시지. 그런데도 내가 집 앞 스타벅스에 느끼는 감정은 잠실역 스타벅스에 대한 감상과는 좀 달라. 그 사실을 떠올리면 엄청난 권능을 쥔 듯하다가, 한없이 유약해진 듯도 해서 혼란스러워.
이제 목적지까지 이십 분도 안 남았네.
기차가 서울에 도착하면 나는 일시적인 상실과 싸울 준비를 해. 그러고 나선 내내 조용히 호들갑을 떨지. 마음에 찰 만큼 신경 써서 옷을 갖춰 입고, 점원과 대화할 때는 일부러 사투리는 자제한다던가. 최대한 네이버 지도 앱을 보지 않고 목적지로 가기도 해. 미련하지? 그치만 진짜 서울 사람만큼 능숙하게 대중교통을 갈아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일부러 찾아간 '서울스러운 곳'에선 사진을 멋들어지게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 근데 젠장. 나도 알아……. 모두 단지 패배의 연속인 거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 알지?
앞으로 코로나만큼 큰 재앙이 다시 오지 않으면 난 결국 서울에 내 집을 만들어야 할 거야. 하지만 어떻게? 물음표를 띄우면 답이 안 떠올라. 참 막막스럽기만 해. 내 명의로 된 부동산이 있어야 하나. 가정이라도 꾸려야 할까. 법과 피로 아교를 만들어 나와 서울 사이에 바르는 바보 같은 상상을 한다. 천만 명 더하기 한 명이 천만 시민이 되는 마법의 셈법에서, 나도 피연산자로 슬쩍 숨어든다면. 그럼 진짜 집 마냥 이 도시에 애착을 가지게 될까. 전부 모를 일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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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열중하다 깨면 잔여물이 무진장 딸려 온다.
온 방에 겨울 이불 마냥 묵직하게 몽환이 깔려 정신도 못 차린 채 자던 모양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눈이나 겨우 떴다. 방금 전엔 세피아 필터가 껴 있었는데, 눈꺼풀을 드니 온통 창문 너머로 들어온 남색 어스름뿐이었다. 새벽 아니면 초저녁이겠거니 대충 시간을 가늠하곤 자면서 본 장면을 곱씹었다. 꿈 따위. 고작 몇 십 분 뒤면 까맣게 잊어버릴 텐데도. 아까 나를 덮친 정서는 요 며칠 지나온 어떤 일상사보다도 날카롭고 애처로워서 차마 휘발하도록 가만둘 수 없었다.
간밤에는 여러 장소를 순회했다. 아니, 장소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걷거나 걷지 않고도 많은 곳에 들렀다. 럭키아파트 101동 503호 거실에 놓인 소파 모서리에서 물구나무를 서다, 고개를 획 돌리면 북쪽으로 창이 난 2학년 9반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가슴팍 쪽으로 배낭을 껴안듯 매고 교실을 나서면 토하가 많이 사는 저수지에 다다랐다. 공간에도 영혼이 있다면 인제 그곳들은 유령으로만 남았다.
다시 가지 못할 장소에는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것뿐이었다. 까먹고 지낸 보물을 찾은 마냥, 이 모든 사물을 소유할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 꿈인 걸 미처 몰랐던 탓이다. 꽤 긴 시간 동안 뒷전이었지만 너희는 그래도 내 것이야, 나는 내 것을 사랑해! 입을 꾹 다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웃음이 씰룩씰룩 올라오는 중에 초조한 마음까지 겹쳐 볼 언저리가 간지러웠다. 아쉬울 때면 언제든 돌아와 만끽할 수 있도록 전부 속속들이 기억하고 싶었다. 탐욕이 리갈 패드와 볼펜을 양손에 하나씩 쥐여 주었다. 강박스럽게 목록을 만들었다.
양키시장에서 엄마가 사다준 보풀보풀한 노란색 담요. 비치타월이었겠지만 짠 바람조차 맞은 적 없다.
하마 그림이 그려진 회색 잔줄무늬 반팔 티셔츠. 하마 주둥이 모양으로 천이 덧대어 있어서 입을 열 수 있었다.
 오로지 믿을 수밖에 없는 양육자. 그(들)을 향해 달려가는 불안하고 안도하는 발걸음.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몸통이 따뜻해지는 곰인형. 언니랑 서로 먼저 안아 보겠다고 자주 다퉜다.
어린이용 노래방 장난감. 일곱 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것 수십 개가 내 앞으로 밀려왔다. 팔이 아플 때까지 이름과 특징을 적었다. 사랑하니까 끝도 없이 받아 적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니 빈손이었다. 어디로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단서가 담긴 종이짝을 다시 받아들면 아마 눈물부터 펑펑 날 테지. 모로 가만히 누운 채로 다시 ��을 감았다. 퇴적된 넝마 속으로 천천히 안겨 들어가는 뒷모습을 상상했지만 다시 잠에 들지는 못했다.
동이 점점 터 오는지 방에 깔린 암청빛이 조금 걷혔다. 사방이 슬슬 또렷해지자 몇 날 몇 시에 누워있는지 떠올랐다. 서운한 마음은 떨칠 수가 없었다. 아 씨발. 곧 2022년이라니 정말 재앙이다. 내가 다시 아홉 살이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님 열두 살, 열다섯. 그것도 어려우면 열아홉. 아님 너무 늦지는 않았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온 세상을 방부제에 푹 절여 둘 수 있다면. 하지만 염치없이 바라기엔 방금 전보다도 모두 나이가 더 들었다. 출근 전까지 얼마나 더 잘 수 있을지 계산하는 일보다 지금 내게 더 중요한 안건이 있을 리 없다. 몇 시인지 궁금해 핸드폰 액정을 두 번 두드렸다. 밝은 빛에 눈이 콕 찔렸다. 방을 뒤덮은 게 찢어졌다. 어쩜 그렇게, 순식간에. 소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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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근황! 오타쿠 되다
야 일하기 싫다~ 석가면 쓰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다음 퇴사하고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나 보면 않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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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이런 인간범주화하기 어쩌구들(예: mbti) 무심히 넘기는 편인데 이건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나여서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평소에도 먼저 연락 잘 하는 다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 젠장
(하지만 이미 글러먹었으므로 문장 끝에 젠장이 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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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생일이었다!
올해 생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나는 게 계획이었다. 벌써 수십번째 맞이한 생일이라 거창하게 기념을 하는 게 더 민망스럽기도 했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챙겨 주셔서 나도 덩달아 무덤덤히 보낼 수가 없게 되었다. 부랴부랴 케익에 초를 꽂고 노래를 부르고 와인 한 잔(짠!)을 했다. 태어나서 기쁘다.
🥰
걷다가 나를 만나면 키스를 마구 퍼부어 주시오.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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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있는 것
죠죠의 기묘한 모험: 처음엔 “이걸 왜..무슨 재미로 보는거지?”하고 시작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단단히 감겨있음
허먼 밀러 의자: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앉아봤는데 에어론이 제일 편했음... 셀프 생일 선물이 될 예정
링피트: 자세를 취한 다음, 한동안 버텨야 유효한 동작이라고 쳐 주는 게 좋다. 덕분에 홈트가 한층 더 엄격해짐
냉동 블루베리: 맛있고 싸고 달고 시원함
리나 사와야마: 요 몇 달 간 나의 노동요 담당 아티스트(엘튼 존과 함께 다시 부른 chosen family는 울컥해지니 일할 때 듣지 않도록 주의). 부디 그가 새 시대의 레이디 가가가 되면 좋겠다 그냥.. 너무좋으니깐..
지난달은 삶에서 생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컸나보다. 재미있는 게 별로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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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발견하면 어떤 점이 무슨 이유로 내 마음에 꼭 들었는지 상세하게 기록해 두고 싶은데, 참 쉽지 않다. 입에 풀칠하느라 바쁘고, 내 어휘가 짧고, 기왕이면 보기에 거슬리지 않는 문장을 쓰고 싶어서. 마지막 장애물만 이겨내면 조각글이라도 남길 수 있을 텐데 역시 욕심 버리는게 제일 어렵다.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 마지막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나와 사물 위로 내려 앉은, 부드럽고 넓은 사랑을 문득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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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당장이라도 세상이 암전될까 겁날 때 수혈하듯이 이걸 들으면???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 노래에 얽힌 추억과 정서가 많아 나만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음.. 아무튼 언제 들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곡이라는 그런 말을 어디엔가 쓰고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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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이야기(손 풀기 1)
누군가 만날 때마다 자랑을 한다.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삼십여 분 간 산책을 하고, 시작한지는 한 달 즈음 되었다고. 듣는 사람은 '대단하네' 따위 대답을 해 주고, 대화는 곧 다른 주제로 옮겨 간다. 그간의 꾸준한 노고가 앞에 쓰인 두 문장으로 요약되다니 나로서는 아쉬운 노릇이다. 강남역과 삼성역, 그리고 홍대입구역에 지하철 광고로 걸어야 겨우 성에 찼겠다.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아침에 잠깐 움직이는 게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잠이 많은 내겐 아니다. 고등학생 때는 점심 전까지 하도 많이 졸아 '오전 하숙생'으로 불렸다. 무려 교사가 친히 내린 칭호라는 영광스러운 비하인드가 있다. 얼마나 많이 잤으면 혼내다 못해 포기하고 별명을 만들어 주었을까. 체벌이 공공연했던 시절이라 졸면 맞기도 했는데, 고통에도 아랑곳 않았다니 지금 생각하면 기가 찬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오전 9시에 시작하는 1교시 강의를 들어본 경험이 손에 꼽는다. 웬만하면 수업에 늦을 게 뻔하고, 정시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강의실 의자에 앉아 숙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출석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침 수업이란 '어쨌든 못 듣는 것'이었다. 등록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면 오후 수업만 듣는 게 낫지. 꽤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들며 대학 다니는 내내 오전 없는 삶을 살았다. 늦잠을 위한 변명은 졸업과 동시에 설득력을 잃었지만, 이미 몇 십 년 남짓 몸에 밴 생활 패턴은 거스르기 힘들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출근 준비에 필요한 최소 시간만 남을 때까지 침대에서 뻐기며 매일 아침을 맞았다.
그럼 대체 어쩌다가 한결같이 게으른 자가 아침 산책을 시작하게 된 걸까? 인생의 많은 일이 그렇듯 우연이 겹겹이 쌓인 덕이었다. 건강에 대한 자조 도서를 읽다 아침 산책의 효능-햇빛을 쬐어 하루를 열면 신체 활력이 생겨나고...기초 체력이 증진되며...-을 알게 되었다. 하필 연초라 ���것 저것 목표를 세우기도 알맞았다. 몇 달 째 이어진 재택근무 탓에 늙은 고양이만큼도 안 움직이던 때이기도 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움직일 필요가 생겼다.
시간이 앞당겨지긴 했지만, 기상한 직후의 모양새는 예전과 다를바 없다. 비명처럼 새된 아이폰 알람소리에 놀라며 눈을 뜬다. 보통은 꿈을 꾸던 중간에 깬다. 이곳이 어디였나 혼란을 느끼는 초현실이 잠깐 닥친다. 그러고선 발 끝이나 왼 뺨으로 침구의 부드러운 요철을 느낀 다음, 내 방 이불 속임을 깨닫는다. 협탁 위로 손을 뻗어 핸드폰 알람을 끈다. 액정 위에 뜬 시간을 읽으며 늦잠이 아니라는 데에 안도한다. 이 타이밍이, 아침 루틴 지키기의 승패를 가르는 때다. 여유가 있으니 더 자도록 하자 결심하면 나는 끝이다. 끝! 끝? 고작 몇 분 더 자는 건데, '이후 아무 것도 없음'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다. 정신이 말짱한 나는 잘 아는 사실이지만, 수마에 사로잡힌 당시의 나는 그것도 모른다. 끝장을 피하려, 전날 밤에 꺼내둔 운동복을 팔다리에 대충 꿴다. 꺼풀에 망막이 떡 붙어버릴 듯 건조한 눈을 겨우 치켜 뜨고 안경을 쓴다. 아주 매운 맛으로 가글을 하고, 전날에 마시다 남은 자리끼를 들이키면 이제는 나갈 수 있다.
일단 밖으로 나가 아침 공기를 쐬면 삼십분을 내리 걷는 건 일도 아니다. 핸드폰 알림을 확인하거나 운동 음악을 듣는다든가 따위 부차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데도 시간이 잘 간다. 아침 산책이란 1) ‘귀찮은 일을 기어이 해 낸 나 자신에게 내리는, 자부심의 세례’ 또는 2) ‘내내 좋은 하루를 보내겠다는 의지의 제의’라는 정신적 가치 또한 가지고 있어서, 나는 묘하게 경건한 마음으로 산책에만 집중한다. (나는 정해진 행선지 없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행위를 산책의 본질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아무 목적 없이 걸음을 옮기다 보면, 머리가 싹 비어 무엇이라도 좇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일과를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
책에서 본 대로 신체 건강이 더 좋아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매일 볕에 말려 보송한 마음으로 ���루를 열다니! 아무튼 게으름뱅이에게는 벅차게 근사한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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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은데 무얼 써야할지 몰라 주저하던 때가 참 길었다. 고민하던 중에 친구의 권유로 3월 1일까지 '음악'에 대해 글을 써 보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 글은 음악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심지어 3월 들어서야 쓰기 시작했다.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하지만 글쓰기 재활 ��련의 목적으로 썼으니, 엄살을 부리며 편한 주제-요즘 내가 매일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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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거 참.. 불안증을 떨쳐내느라 힘든 일요일이었다. 근 몇 년 만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버거운 패닉에 짓눌렸다. 어이가 없다.
치명적으로 불행한 사건에 휘말린 적도 없고 일상은 안정과 풍요로 충만하다. 머리 속에 부유하는 고민도 별 일 아니여서, 소리내어 말 해 보면 그저 배부른 푸념이다. 그래도 미묘하게 삶이 어려운 순간은 끊임없이 온다. 차창 너머로 탁 트인 바다를 볼 때, 화풀이 하기, 건조한 탓에 하얗게 주름이 진 고양이 발바닥, 할 일을 끝내자 몰려오는 개운함, 특권 마냥 게으른 낮잠, 조심스러운 조언, 맛 없는 커피. 그러니까, 기쁘기도 슬프기도 하여, 정서에 영향을 주는 모든 삶의 단면들. 모두 달리 영롱하므로 소화하는 데 부침이 크다.
정말이지 나는 빨리 늙고 싶다. 가능하다면 돌이 되어도 좋다. 감각에 장막을 드리우고, 만화경도 부수고, 변수를 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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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 사정으로 아무 것도 안 쓴지 엄청 오래 되었는데,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혹시 내 글을 더 볼 수 있을 방법이 있을지 질문을 받았다. 새해 목표로 올해는 뭐라도 지어내보자 막연히 다짐하긴 했는데, 이제는 계시 받은 수도승마냥 몸이 달다. (하지만 조급증과 낭만적인 충동 등은 인간사의 유구한 해악 어쩌구였고..)
2. 요즘은 그래비티 폴즈, 진격의 거인, 그래픽 노블 몇 권,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안나푸르나 인터렉티브의 게임, 하이퍼 팝 장르 음악 따위를 열심히 즐기고 있다. 내게 일어난 사건은 꼼꼼히 기록해도, 요즘 무엇이 재밌는지는 잘 안 남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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