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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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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시겠지만 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지저분한 상황들이 빈번하다.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는 기본이고 비용에 따른 본전 욕심에 소위 ‘부리거나 뽑아 먹으려는’ 질 나쁜 ‘갑’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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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준 사람이 주인이자 왕이라는 그릇된 우월감, ‘업자’라는 단어로 서비스업을 천대하는 분위기, 불합리한 상황에도 반론이 금기시되고 모든 잘못은 갑을 불편하게 한 을의 능력 부족으로 귀결되는 ‘동방예의지국’의 특수성과 맞물려 이 나라에서 합리적으로 서비스업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사실 외국은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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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성공의 과정이자 경험이라고, 앞으로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아 보지만 이런 상황들이 반복될수록 발전은커녕 더 지치고 상처는 곯아가는 것 같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부정적인 경험과 시련이 큰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썩 와 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처와 피로만 낳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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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때로는 현실에 치여 방향을 잃고 표류할 때 한번씩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곤 한다. 비용이 괜찮고 클라이언트 분들까지 나이스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지금처럼만 순조롭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라며 행복과 위안을 얻지만 안주하는 순간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곤 한다. 안주한다면 분명 뒤쳐질 것이고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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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업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 잘나가는 회사, 돈 잘 버는 대행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주업으로 생계를 영위해 우리 꿈에 대한 자원과 경험을 모으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좋아하고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해 콘텐츠 생산자로서 업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우리 THINK TANK 꿈꾸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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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고도 이제 세 살, 스물하고도 아홉 살 된 두 젊은이의 치기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을 뚫고온 행보와 시대의 변화를 보면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꿈을 지지해주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는 동반자들도 있어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꿈꾸고 생각하는 가치를 현실로 만들어보자. 멀지 않았다. THINK TANK, 그리고 우리 시대 젊은이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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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말부터 현재까지 일정이 너무 빡빡하기도 했고 평소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피로와 과부하가 심했는데, 어제는 모처럼 일찍 들어와 (아주) 일찍 자고 (아주) 일찍 일어나 넷플릭스의 미드 <나르코스>를 감상 중. 정말 오랜만에 온전하게 즐기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시간이 많아지면 (......) 음, 아무래도 좋진 않겠지?
2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기에 사람들과의 관계, 배려를 잘하려 노력 중이다. 애석하게도 이런 면에서 부족함이 많아 힘든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심으로 섬기고 이해하려는 역지사지, 진정성인 것 같다. “사람이 전부다” 라는 걸 배운다.
3 부쩍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심해졌다. 좋게 말하면 더 잘하려는 욕심과 의욕, 나쁘게 말하면 지나친 걱정과 부담감인 것 같은데 이 두 사이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항상 어렵다. 해야 할 일들의 성격들이 제각각이다보니 좌·우뇌가 혼란스러워 그런 것 같다. 딸리는 용량으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도 용하지만, 시야가 넓고 똑똑한 사람들이 요즘 너무 부럽다.
4 오후에 경조사와 미팅이 있는데 졸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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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1 고작 몇 페이지 원고 하나 붙잡고 종일 씨름하다 이제야 초안을 다 쓰고 한숨을 돌린다. 요즘 들어 부쩍 내 부족함과 모자람을 많이 느낀다.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시절 우연하게 100점 만점에 120점정도 했던 작은 결과물 몇개로 돈 벌고, 취업하고, 돌고 돌아 지금 이렇게 정글에 나와 고생하고 있는데 아직도 기초와 밑천이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2 프로라면 어떤 상황에도 일관되게 100점을 만들어야 하고 (그 이상하면 더 좋고) 아무리 못해도 80점 중반 이상은 해줘야 하는데 프로젝트의 성격, 클라이언트의 성향에 따라 스코어의 기복이 심하다. 어려운 상황들과 변수들이 몰려와도 의연하고 지혜롭게 척척 해결해야 하는데 부족한 능력과 내공 탓에 항상 힘들게 수습하곤 한다.
3 아직 여물지 않은 능력만으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새벽이다. 더 기도하고, 물어보고, 천천히 진행하면 될 것을 급한 마음에 가장 중요한 신념을 잊고 산 것 같다. 현실에도 어려울 때 물어보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그러고 보니 글도 자주 안쓰고 일상에 감사도 잊어버렸다.
4 이 참에 호되게 힘들고 반성하고 좋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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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
1 데이빗 보위 별세 소식을 들었다. 중학교 때 GMV (‘지구촌영상음악'이라는 당시 유행했던 팝음악 잡지,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를 통해 처음 그의 존재와 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는 음악 이상으로 하나의 아이콘이자 새로운 문화였으며 사춘기 시절 내게는 나름 커다란 웨이브였다.
2 새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작년 후반기부터 너무 오버 페이스로 달려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많이 피로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버텨본 일천한 경험들 덕분에 회복탄력성이 아주 높아졌기에 금방 회복되곤 하지만 가능하면 잠깐 쉬어가고 싶다.
3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개념과 방향이 ���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분야 간 경계가 무너지고 이종배합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 굳이 경계와 영역을 무리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는 시대다.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이 같고 서로의 분야를 이해할 수 있다면 한 우물이 아니라 한 수맥을 팔 수 있다.
4 며칠 전 새 앨범이 나와서 좋아했는데, 다시 한 번 R.I.P David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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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
1 데이빗 보위 별세 소식을 들었다. 중학교 때 GMV ('지구촌영상음악'이라는 당시 유행했던 팝음악 잡지,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를 통해 처음 그의 존재와 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는 음악 이상으로 하나의 아이콘이자 새로운 문화였으며 사춘기 시절 내게는 나름 커다란 웨이브였다.
2 새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작년 후반기부터 너무 오버 페이스로 달려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많이 피로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버텨본 일천한 경험들 덕분에 회복탄력성이 아주 높아졌기에 금방 회복되곤 하지만 가능하면 잠깐 쉬어가고 싶다.
3 같은 것이라도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개념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분야 간 경계가 무너지고 이종배합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 굳이 경계와 영역을 무리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는 시대다.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이 같고 서로의 분야를 이해할 수 있다면 한 우물이 아니라 한 수맥을 팔 수 있다.
4 며칠 전 새 앨범이 나와서 좋아했는데, 다시 한 번 R.I.P David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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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이른 나이에 빨리 성공한 경우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타고난' 재능과 '영리한' 노력. 타고난 재능의 양에 노력까지 비례하면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완성되고, 노력을 하되 ‘제대로’ 된 방식으로 영리하게 움직인 경우가 대부분 성공하더라. (여기에 결정적인 요소는 운과 때)
이런 면에서 재능도 재능이지만 어릴 때 ‘영리하게’ 노력하지 못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열심히 산다, 노력한다는 말을 듣지만 영리하지 못해 아무 것도 안한 것 만 못한 시간들이 대부분이라 못내 속상하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 들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더 영리하게 노력하고 내 일을 처음처럼 더 좋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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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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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독한 슬럼프이자 우울증이 찾아왔다. 꼰대들은 목표가 없어서, 게으를 때 생기는 나약한 증상이라며 한심한 듯 치부하기도 한다. (맘대로 생각하세요) 나 같은 경우는 우선순위를 판별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한 일들이 동시에 겹쳤을 때,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번아웃과 체력 저하로 인해 많이 발생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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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담을 안고 더 많이 뛰려다가 오히려 쥐가 나서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숨이 턱턱 막히고 자리를 박차고 떠나고 싶은 충동이 ���다. 무엇보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 쿠크다스 같이 약해진 멘탈은 조그만 충격에 바스락 부서지거나 어렵지 않은 일에 버벅대고 허우적 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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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개월간 꿋꿋이 잘 버티고 앞 만보며 열심히 살았는데 멘탈이 약해진 탓인지 결국 마지막 버티던 힘마저 무너진 모양이다. 억지로 틀어막은 수도관이 터진 것처럼 콸콸 새는 감정들 때문에 힘겹다.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흔적을 찾거나 잘 지내는지 궁금해 한다. 마음 초조하다가도 금세 가라앉아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스윙스가 말한 그 감정기복 뭐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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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개월 차에는 이승환의 <비누>를, 3개월 차인 오늘은 하림의 <출국>을 들으며 푹 가라앉아 있다. 노래 가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데도 상황과 기분에 맞게 무의식적으로 선곡이 되는 신기하다. 작년부터 들뜬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며 준비하더니, 드디어 멀게만 느껴졌던 유럽 여행 날이 오늘로 다가왔더라.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고양이는 내가 돌봐주고 있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 (고양이털이 아직도 내 옷에 조금 남아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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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잘 다녀와. 그렇다고 깨끗이 비우고 정리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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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1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보니 벌써 올 한 해가 절반 이상 지나갔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내겐 모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빨라 내 마음처럼 모든 것이 엊그제 같지 않다는 것이 슬프다. 내 추억과 시간 속에 갇혀있는 기분.
2 형, 동생보다는 대표, 실장이라는 칭호가 더 익숙해지고 이 역할에 충실하게 살다보니 어느덧 거울 앞에는 찌들대로 찌든 아저씨가 한 명 서있다. 좋아하는 일을 자���롭게 하고 있으니 부럽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많은 어려움과 부침, 책임과 도전을 받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 겁쟁이처럼 숨어서 손가락질만 하고있는 그대들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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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을 떨고 있는데 산출물의 속도와 질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스스로에게 많이 화가 나있다. 역시 우리 능력과 계획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럴수록 기도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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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적인 회의가 되지 않으려 노력 중이에요. 일이 아닌 노는 것처럼 즐겨 보렵니다. 케미가 팍팍 터져 좋은 콘텐츠가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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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성공과 결과에 목마르거나 마음 급하신 분들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비율적이라거나 게으르다고 치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화처럼 번져있는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영향도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열악하고 부족한 리소스의 한계 상 기간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입해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일지 모릅니다. (모든 일이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다만 목표하는 업의 성격, 자신 혹은 팀의 상황과 역량 등에 관계없이 그저 결과와 성과를 빨리 내고 싶다는 과도한 욕심과 집착으로 모든 과정과 상황을 무시한 채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분주함은 (짧은 경험상)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실천의 맥락을 잘못 해석해 과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빨리 달리고 보자는 생각은 마치 결승선이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고 그저 빨리 달리면 결승선에 빨리 도달할 것이라 생각하고 눈을 가리고 뛰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맥락과 상황에 상관없이 무조건 짧고 굵게, 빡빡하게, 오랜 시간 여백 없이 밀어부치면 목표 달성이 앞당겨질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얼마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독립해서 작은 회사(라고 쓰고 구멍가게라 적는)를 운영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우리가 완제품을 조립하는 기계가 아니기에 과정의 충분한 사유와 여유 없이 무조건 빨리, 많이 쥐어짠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다는 점입니다. 준비 과정 역시 실행의 연장선으로 두고 충분한 고민과 공부, 직관을 통한 판단과 마인드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 운이 좋아 많은 분들이 업무 제휴나 협력 프로젝트를 많이 제안해주고 계시고 실제로 진행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한분씩 만나 솔직하게 제 생각을 이야기 하다보면 대부분 본인의 경험과 잣대를 중심으로 저희 생각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짓누르는 어른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게 겉으로는 함께 성장해가자며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지만 알고 보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취하고자하는 저희를 도구처럼 이용하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반기에는 보다 많은 새로운 일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업의 특성상 신념을 지키기 참으로 어렵지만 지금껏 잘 해왔듯 우리만의 방식대로, 제대로 차근차근, 급하지 않게 가볼 생각입니다. 진정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하나씩 귀담아 듣고 있지만 함께가 아닌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자 하는 ‘열정조언’은 더 이상 듣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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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어떤 이유에서인지 요즘 잠을 잘 못자 새벽 시간 산책을 다녀와야 겨우 잠이 든다. 소일거리를 마치고 새벽 1시 즈음 슬슬 걸어 나가 야탑역 뒤쪽 한적한 골목과 거리를 걷고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멍 때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어릴 때 즐겨 듣던 90년대 팝을 재생 목록에 한 가득 넣고 신나게 흥얼거리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5ive, 911, Tevin Campbell 등등)
누구나 그렇지만 생각과 마음은 앞서가는데 의지와 실천은 그만큼 잘 받쳐주지 않는다. ���히 나같이 마음 급한 사람에게 이러한 시간이 길어지는 건 갑갑함이자 큰 고통이다. 물론 이런 시간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성이 생겨 의지가 더 약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비도 오고 갑자기 감성이 폭발하는 탓에 잠시 묻어두었던 너를 꺼내 생각해본다. 더운데 잘 지내고 있는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 우연히 보이는 사진들을 통해 가끔 근황을 유추해본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신경 쓰면 실례가 될 것들이다.
서로가 사랑하며 이를 키워가고 지켜간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해마다 느낀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 노력 없이는 연을 이어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도 어렵고 둘 사이 눈높이와 기대가 달라도 너무 힘들다. 뛰어난 사랑꾼이라면 모를까 나는 심히 투박하고 우직한 사람이라 이 균형을 노련하게 맞추지 못한다.
돌아보니 매번 사랑을 지키지 못했던 것은 내 부족함 때문이었다. 내 삶의 무게를 온전히 버텨내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와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가됐기에 그 고통과 실망은 매우 컸으리라. 다만 아쉬운 것은 발버둥치고 최선을 다했던 노력들이 결국 그 사람과 끝까지 가려했고 지금 보다 안락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 이 중압감에 눌려 신뢰와 사랑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배경들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순수한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아픔과 상처가 더 크게 느껴졌을 거라는 점. 어찌보면 상황과 이해, 표현의 부재에서 온 오해들일지 모르겠다.
누구를 탓하겠냐만 비도 오고 날도 흐리니 오늘따라 아쉽고 마음이 시린 이유. 잘 지냈으면 하고 매일 기도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이중적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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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맛 집이든 콘텐츠든 결국 맛이 좋고 완성도가 높더라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처럼. 콘텐츠 생산자라면 좋은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리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예전에는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잘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소통할까를 함께 고민하니 뇌 용량이 딸리기 시작한다. 소강상태에 있던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될 것 같으니 슬슬 시동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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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외주업을 하면서 느낀 상호 존중에 대한 생각. 서로간 리스펙트가 있다면 어려워도 이해하고 돕는데. 대부분이 본인들 상황만을 일반적으로 강요하거나 수직관계를 만드려는게 문제.
결자해지라는 말은 그저 옛날 고사일 뿐인듯. 정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사람은 숨어있고 별 관계없는 다른 사람이 변명하는 묘한 상황
결론은 기본 매너없고 상호 리스펙트가 없으면 연을 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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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지금 하고 있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일들의 성격을 굳이 비유하자면 재빨리 공정을 거쳐 '많이 팔고 빠지는' 일보다는 오랜 시간 숙성시켜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며 조물거리고 매만져가며 천천히 진행하고 싶다. (이렇게 해야 맞다 확신하기도 하고)
시대의 유행 탓에 이 일의 가치와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건지,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진리 때문인지 오히려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내 일에 대해 채근하고 재촉한다. 잠을 더 줄이고 나를 혹사해가며 이 시기를 바짝 땡기면 원하는 바가 눈앞에 떨어질까 진지하게 고민해봤지만 오백 번 생각해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다.
'오래가는' 일과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깊이를 통해 향기를 내야하는 작업이기에 잘 숙성해서 천천히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결과보다 과정이 행복하고 싶다. (물론 너무 더디고 오래되면 썩겠지만)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이 이런 숙성의 시간이기에 모든 것이 더딘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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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끔 페이스북이 보여주는 과거 게시물들을 보며 불과 1년, 2년 전 내 상황들이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석사 학위를 마치고 지인 분의 소개로 들어간 스타트업은 열악했지만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와 성장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하루하루가 의욕적이고 진취적이었다. 가지���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 하나둘씩 성과를 만들어갔지만 안팎으로 불거진 말 못할 사연들과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부푼 기대는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팔려가듯 이직했던 홍보 대행사는 국내 유수의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며 많은 업무량과 숨 막히는 시스템에 나를 맞춰야 했기에 너무 고되고 힘들었지만 나름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차차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너무 빨리 달린 탓인지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버렸고 내 업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기가 같이 맞물리면서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어렵게 결정했다.
그다지 거창한 계획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한 내게 휴식과 생각을 시간을 주고자 결심했던 퇴사였는데, 이 퇴사가 본의 아니게 우발적(?)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 불과 1, 2년전 이 맘 때 나는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은 직장에서 오늘 내일을 걱정했고, 혹은 안정됐지만 감옥 같은 시스템 속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며 매주 다가오는 월요일을 벌벌 떨며 맞이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월요일은 무섭다.)
기반과 경험 없이 무모하게 시작된 도전이다 보니 아직은 감당하기 벅차고 막막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불과 시작한지 몇 개월 만에 우리 역량을 인정해주고 먼저 찾아와주시는 소중한 분들이 있다는 점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물론 아직 경험과 힘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를 이용하려 들거나 하대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쉽지 않은 상황 속이지만불과 1, 2년 사이에 이렇게 훌륭한 경험들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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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요즘 좋은 분들을 만나며 훌륭한 인사이트를 나눌 기회가 많다. 어느덧 사업 연차가 꽤 된, 이제는 산전수전 다 겪어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른 친구 녀석이 동네에서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소위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는 솔루션(플랫폼이든 콘텐츠든)을 만들 때 그것이 관념적인 기획, 문서를 위한 전략이 아닌,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욕구를 해결하고 실질적 이익을 넘어 진정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보듬어줄 수 있을 때 문제 해결과 사업적 성공이 자연스럽게 따라옴을 느꼈다. 기획과 전략만 너무 앞서 인위적인 정답을 내는데 ���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칠 뻔했다.
세상의 문제와 불편함을 해결하고, 니즈를 충족하고, 감성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다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면서 정작 스스로의 관점과 감성에 갇혀 공감과 소통 능력, 본질을 바라보는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요즘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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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2)
혼자 구석에서 일이나 할 법한 월요일, 가장 가까운 친구 준희가 나를 불러내어 삼계탕을 챙겨줬다. 닭 뼈를 발라내며 그는 와이프와 한 달 뒤 인도로 떠난다고 한다. 너무 갑작스러워 자초지종을 물으니 자진해서 영구 발령으로 간단다. 그는 대학 때부터 인도 학회를 만들어 활동했고 대학 시절과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이미 인도 라이프를 체험했다. 커리어도 커리어지만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비슷한 공간,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가 나와 전혀 다른 길로 인생을 꾸려가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대견하다. 그의 무한한 발전을 기도한다. 하지만 점점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만날 사람들이 줄고 있다. 점점 외로워진다.
요즘 몸 보다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어지럽고 아득하다. 더운 공기를 들이 마시고 내뱉지 못해 속이 녹아내리는 기분. 진행하는 일들은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늘어지거나 결과는 기약조차 없다보니 하루하루가 지치고 잡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다보니 제 때 잠도 잘 못자고 아침까지 눈뜬 채로 하루를 보내는 일이 잦다.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일단은 올 한 해 했던 일들을 틈틈이 정리하면서 아이디어를 채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이게 현실 도피는 아닐지, 이러다 또 놓치는 것이 있는 게 아닐지 쉬면서도 불안하다. 잠시 나마 복기할 수 있는 시간은 나와 우리 팀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말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주로 사람의 마음, 사랑, 신뢰 등 무형의 가치들을 일컫는데 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결국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쳐 자연스럽게 돈으로도 살 수 있게 되버리는 결과가 벌어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유지하고 지켜내려면 결국 안정적 재정의 여건이 충족 돼야 가능함을 또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사람마다 인격과 그릇의 차이에 따라 다를 것이고 물질적인 것이 결코 전부는 아니지만 타인을 향한 배려, 세심함도 결국 (물질적, 정신적) 여유로부터 나오는 것 아닌가. 환경 탓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나는 이 압박과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결국 제일 중요한 가치, 제일 중요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 내 그릇의 부족함과 이로 인한 압박, 나 하나 챙기기 어려웠던 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가장 혐오하는 미움으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모두 포기해서, 버릴 건 버려 속 시원하다는 그 한 줄이 내 마음을 찢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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