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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부추
“영원한 사랑”이란 꽃말을 갖고 있는 꽃이 몇있다. 보라장미, 도라지, 그리고 한라부추이다. 한라부추는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된 특산식물로 1100고지 습지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꽃은 붉은 빛이 감도는 보라색을 띠고 있다. 또한 부추는 지방에 따라 달리 불리운다. 경상도는 정구지, 충청남도 졸, 전라도는 솔, 그리고 제주도는 세우리라 한다. 경상도에서 "기력을 오래 지속시켜주는 풀"이란 뜻과 제주에서 "세우리"��는 뜻이 같은 것으로 보아 남성들 정력에 좋은 식물인 것 같기도 하다. “부추 씻은 첫물은 아들도 안 주고 신랑만 준다”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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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여명
삶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는 일이 내 얖에 벌어지 듯 제주여행이나 한라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을 만나게 된다. 계획없이 오른 한라산 윗세오름(웃세오름) 고산들판에서 만나 여명이 그런것 같다. 아침에 흐림이란 일기예보로 별 기대하지 올랐는데 아침여명이 나를 황홀케 했다. 수많은 미사여구가 불필요한 광경이다.한라산 윗세오름은 어리목,영실,돈내코 코스를 이용하여 오를 수 있으면 이중 영실코스가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시간도 짦아 가장 많이 이용되는 등반로이다. 한라산 윗세오름의 어원은 제주1100고지에 있는 삼형제오름과 비교하여 웃(위를 말하는 제주어)에 위치한 세개의 오름이라 하여 웃세오름이라 하였으나 지금은 윗세오름으로 많이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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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내 발목 끊어간다” “앗! 차가워! 발이 시려워서 못 걷겠어!” 아직 어둠의 고요가 채 가시지 않은 오름분화구에 중년여자의 외침이 앙칼지게 퍼진다. 산정호수 짙은 물색만큼 싸하게 메아리 친다. 그 외침에 산정호수가 파르르 떨고 메마른 가지에 걸린 낙엽 하나가 호수 위로 나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이른 아침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며 집을 나와 한라산 중턱 사라오름에 도착한 우리는 오름의 고요도 맛보기 전에 앙칼진 비명에 깜짝 놀랐다. 며칠 전 지난 태풍 차바가 몰고 온 호우로 사라오름은 만수를 자랑하고 있다. 전망대로 가는 데크 일부분이 물에 잠겨 바지를 무릎까지 올린 후 등산화를 손에 들고 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물을 것도 없이 신발과 양발을 벗고 바지를 무릎 위로 올린 후, 산정호수에 잠긴 테크로 발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우욱!” 발목을 타고 올라온 한기가 척추로 전해지며 외마디 신음소리만 난다. 언젠가 누군가와 헤어진 그날 만큼이나 시립다. 일행 중 한사람이 뒤로 달아난다. 발목이 끊어질 것 같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뎄다며 발을 뺀다. 그냥 돌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맑은 날이다. 일행을 남겨두고 전망대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닿지 않아 보였다. 비명소리만 없었다면 산정호수에 일렁이는 물결소리도 들릴 것 같은 고요만이 사라오름을 살포시 덮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실을 당겼다 놓았을 때처럼 산정호수의 물결은 지나는 바람따라 파르르 떨고 있다. 바람이 앞서 달리면 산정호수 위를 달리면 그 뒤를 쫓아 빛은 한줌의 하얀 별들을 뿌리며 사라를 유혹한다. 사라는 부끄러운 듯 가벼운 눈주름보이며 웃는다. 바람과 빛이 만들어낸 별들은 호수 위에 흩어졌다가는 순식간에 모여들고 사라졌다 이내 나타난다. 꽃을 닮은 여인처럼 향기로운 사라에 향한 빛과 바람의 구애는 끝이 없이 계속된다.
해발 1300m 사라오름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의 동쪽 오름군락들과 제주의 남쪽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파란 해안선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한라정상까지 펼쳐진 광활한 수림, 아마도 이보다 더한 시원함은 없을 것이다. 막힐 것 없는 제주자연의 시원함이 눈을 편안하게 하니 덩달아 마음까지 탁 트인다. 바다를 향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는 아기자기한 한라산 오름들은 산과 마을을 이어주고 자연과 사람을 이어 공존하게 한다. 여기에 서면 제주 닮음이 어떤 것인지 느껴진다. 불을 당기는 순간 향내음이 강하듯 이곳을 자주 찾는 나는 그 감흥이 처음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림 위로 달려와 나의 온 몸을 스쳐 지나는 오름바람의 감촉이 좋고, 사각거리는 조릿대의 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이곳에 처음 온 동행자는 "미치겠다"고만 할 뿐 말을 이어가지 못하며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만남이든 조금의 아쉬움은 남아 있어야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듯 우리도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사라오름 분화구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사라오름 쉼터에는 여행자들로 가득 차있고 풍선 속에 손을 넣으면 물주름이 일것 같은 파란 하늘에는 환한 태양이 빛나고 있다. 사라오름 가는길: 사라오름은 한라산 성판악코스 중간 부근 약 5km에 위치하고 있으며 왕복 5시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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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봉 들고 혼자 제주여행 하고 있는 젊은여자도, 두손 꼭 잡고 하얀 억새물결 속으로 사라진 연인도, 중년의 아줌마 단체 여행자까지도 남녀노소 할것 없이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가을 은빛물결 넘실되는 제주 중산간 오름 기슭에서 제주자연의매혹에 빠져 행복한 미소가 그치지 않는다. 제주중산간 오름기슭을 뒤덮고 있는 은빛 억새들 너머로 땅속 깊게 패인 분화구엔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봄이 시작된 듯 녹색 푸르름이 가득하다. 이곳 분화구는 늘 봄이 머물고 있는 듯 하고 오름기슭은 계절에 따라 색을 갈아 입는것 같다. 분화구 깊이 132m 비고 32m로 분화구 깊이가 지상보다 100여미터 더 깊다. 분화구를 제주사람들은 굼부리라 부른다. 이곳 산굼부리는 가을철 억새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제주의 오름중 유일하게 유료관광지이기도 하다. 연50만명이 찾는 이곳 여행자 대부분은 가을 억새철에 찾아 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이곳 제주의 억새 명소에 꼽힌다. 저녁에 한라산으로 떨어지는 일몰이 억새위를 내려 앉음 에 따라 은빛에서 금빛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억새무리들의 향연이 환상적인 곳이지만 난 덕을 쌓지 못해서인지 아직까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 산굼부리 홈페이지를 방문했더니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산굼부리는 새들의 합창으로 찬란한 아침을 열고, 구름이 쉬다 가고 햇살이 노닐다 가면 들끓던 관광객 모습이 사라지고 새들은 저마다의 보금자리로 찾아든다, 엄청난 불기운이 터져 나왔던 신비의 굼부리는 덮여 오는 등성이의 그림자와 함께 조용히 하루를 닫아 태고의 정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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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
바다는 하늘을 담고 있다. 자기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하늘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흘러 푸르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파랗던 바다도 하늘과 같이 붉게 물들며 어둠을 향해 간다. 어제도 오늘도 하늘만 바라보고, 하늘만 담고, 하늘을 닮아가는 하늘바라기 인 것 같다. 제주바다는 하늘보다 더 푸르다. 하늘의 회색으로 찌푸린 모습을 해도 제주의 바다는 옥빛색을 잃지 않는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남쪽으로 흘러가도 제주바다에는 옥빛 물주름이 잔잔히 일렁인다. 손을 뻗으면 잔주름이 잡힐 것 같은 물주름이 은은히 퍼진다. 구름은 모였다, 흐르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며 파란하늘과 밀당을 하지만, 제주바다 속 검은색 현무암은 늘 그 자리에서 밀물이 되어 돌아오는 바닷물을 표정 없는 얼굴로 맞이하고 그렇게 보내기를 반복한다. 하늘은 흠 하나 없는 새파란 얼굴로 우리의 마음을 싸하게 하지만 바다는 애를 쓰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고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제주 서부 애월읍 한담해안 산책로가 있다. 한담(漢潭)에 대한 유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옛날 어떤 시인이 이곳을 지나다가 물이 높고 너무 고와 가마에서 내려 한담이라고 지었다"라고 하며, 또 다른 하나는 "150년 전에 형성된 이 동네가 동풍이 불면 유난히도 파도가 잔잔하고 물 맑아 한담동이라 했다"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아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요즘 제주에 모든 곳이 그러하듯 이곳 한담 역시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으로 변했다. 해안 가까이에 들어선 카페 등 현대식 건물들이 제주바다의 자연미를 반감하지만 그래도 해안 따라 걸으며 제주 바다가 주는 편안함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담 ���아가는길 : 공항에서 서쪽으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애월읍 해안에 위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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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끈다랑쉬 억새
제주의 단풍은 육지부와 비교하면 그리 이쁘지 않다.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해수와 바람 영향에 따라 단풍이 물들기 전에 나무에서 말라 버리거나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제주의 억새는 육지부와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억새 자체의 아름다움을 떠나 뒷 배경이 되어주는 풍경이 제주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산 기슭이나 정상 또는 산정상 일부분에만 국한되어 억새가 자라고 있는것이 아닌 조그만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억새의 은빛 향연은 과히 장관이다. 제주 억새가 아름다운 곳은 동쪽은 아끈다랑쉬,서쪽은 새별오름,남쪽은 따라비오름 정도를 추천 할 수 있다.이중 아끈다랑쉬오름은 대형 경기장 만한 오름 분화구 전체가 억새���락을 이루고 있어 억새가 필 때면 꼭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아끈다랑쉬는 옆에 위치한 다랑쉬오름과 견주어 작다(아끈)하여 아끈다랑쉬라 불리고 있으며 비고 58미터로 비교적 오르기 쉬운 낮은막한 동산이라 할 수 있다. 굼부리 따라 억새속을 걷다보며 옆사람과 사랑도 생길 뿐 아니라 조망권도 좋아 맘까지 뻥 뚫린다. 특히 동쪽으로 우도와 일출봉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은날은 북쪽 전라도에 속하는 여서도까지 보인다. 올해는 차바의 강한 바람으로 억새가 꺾이고 말라 예전만큼 아름답지 않지만 제주의 자연 속에 머물고 싶은 여행자라면 꼭 찾아보길 바란다. 찾아가는 길: 네비서 다랑쉬 또는 월라봉을 검색^^
사진은 태풍차바가 지난 후 아끈다랑쉬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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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메밀밭 산책
푸르름을 뽐내던 들풀들이 당당하던 그 기세가 꺾이고 이파리 가장자리가 붉게 물들어 갈 쯤 제주의 중산간 들판에는 하얀색 꽃 무리들로 가득 채워진다. 마치 가열된 팝콘 기계 속 옥수수알들이 뻥소리와 함께 한순간 튀어나와 사방을 흩어져 만개하 듯 가을 햇살에 농후하게 익은 메밀들이 주체할 수 없는 속살을 내보인 채 푸른하늘 아래 바람따라 여기저기로 흩어져 대지 위로 흩어져 앉는다. 검은색 흙을 가린 녹색 이파리 위로 가볍게 내려앉은 티밥은 한송이 꽃이 되고, 때로는 다 표현 되지 않은 한편의 시가 되니 꿀벌들이 날아들고 사람이 모여든다. 떨어져 나와 혼자 핀 메밀꽃은 외롭고 고독하여 가을바람에 몸을 떨며 달이 가득찬 밤을 지내지만 무리지어 함께 피어난 하얀 메밀꽃은 바다를 이루고 파도를 만든다. 메밀밭 한켠에 조그만 빌레밭은 바위섬이 되어 먼저 간 사람이 깊이 잠들고 그곳에 나무가 자라 바람이 쉬어든다. 묵은 시간에 짓눌려 풀죽은 오랜된 솜이 솜틀기기계에서 새로운 시간을 부여 받고 갓나올 때처럼 몽글몽글 피어난 메밀꽃이 제주의 중산간에 피어나자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구름인지 알수가 없다. 하늘의 끝이 하얀색이고 저만치 메밀꽃 가장자리가 파란색인 것 같다. 봄에 피었다 지고 가을에 다시 피어난 메밀꽃 묵은 시간의 때를 벗고 새로운 시간을 얻은 솜 마냥 또다시 봄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는 맘으로 제주의 중산간 들판에 피어 가을 하늘을 본다. 메밀꽃은 봄에 피는 목련처럼 향기가 없는가 보다. 코를 가까이 가져가도 아무런 향기가 없다. 넓은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꽃이 뿜어내는 향기가 보통이 아닐텐데 주변에서 말라가는 가을풀잎 냄새만이 흐른다. 그래도 메밀꽃 만큼이나 많은 벌들이 이곳을 찾아와 윙윙 거린다. 자기만의 꽃을 찾아 날아들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꽃 주위를 이러저리 돌며 끊임없이 입맞춤을 한다. 가족과 함께 제주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이곳 메밀밭에 온 여행자는 20여만평 신비로운 메밀밭 규모에 놀란다. 꽃구름 속을 걷듯 메밀밭을 산책하는 여행자의 표정은 메밀꽃의 하얀 웃음 보다 더 아름답다. 하얀메밀 꽃밭을 걷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손끝과 눈을 통해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제주 어느 한 농부의 땀이 예술이 되고 작품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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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중산간
제주의 중산간은 늘 고요하다. 밤을 틈타 이름 모를 풀 틈 사이로 내려앉은 아침 안개의 기지개 소리가 들릴 만큼 적막하다. 지나는 바람도 그 고요함을 깨드리지 못하고 이름 모를 풀잎 위로 안개 처럼 소리없이 흐르며 지난다. 어떤 때는 그 적막함에 쓸쓸하기 까지도 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오직 나 ��나 뿐이란 착각 마저 들어, 그 외로움 속에 빠져 들게 한다. 제주의 중산간 들판은 늘 그렇게 조용하고 쓸쓸하다. 나는 그 고요함이 건네주는 외로움에 흔들거려도 제주의 중산간 들판 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고개를 조금은 아래로 향한 채 미동도 없이 조용하고 침착하게 가만히 서 있다. 제주의 중신간은 이 고요함에 익숙해졌는지 모르지만 지나가는 안개 그림자에도 흔들거리는 나의 모습은 마치 가슴 앞에 달린 삶의 계급장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창백한 푸른 별빛이 제주중산간 풀숲에 내리던 밤이면 이름모를 풀잎은 자신의 방을 차지하고 있던 외로움을 떨쳐내고 저마다 꿈꿔왔던 별로 빈방을 새롭게 채운다. 낮이면 뜨거운 여름 햇살 내리쬐는 검은 대지 위로 동그란 꿈들을 벌거벗은 채 내놓는다. 외로움 속에 영글어가는 꿈은 뜨거운 여름 햇살에 단단히 굳어간다. 그러다 제주 중산간에 어두운 밤이 오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볼그스름한 별들과 도 서로의 꿈을 이야기 한다. 아늑한 검은색 대지 위로 새싹이 움트는 봄날 고요히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막연한 상상에 지나지 않았던 꿈들이 빈채로 줄기에 매달려 있던 빈방을 채워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견디어 낸다. 풀과 꽃을 사랑한 제주의 중산간의 꿈이 별 잉태하여 비어있던 그들의 빈방에 희망으로 충만해진다. 여기 저기서 꿈이 맺히는 소리가 알알히 퍼진다. 제주의 중산간은 다시 고요해졌다. 아침 안개가 그들의 꿈위로 선녀의 엷은 비단을 넓게 펼쳐 살포시 덮는다. 나는 또다시 침묵 속에 갇힌 사람처럼 외로움에 떨며 제주의 중산간 이름모를 풀잎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다. 동쪽 하늘에서 아침 햇살이 떠오르면서 이삭에 맺혀 있는 짙은 투명한 이슬 방울과 마주쳐 반사되는 꿈들이 제주의 중산간 들녘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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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별을 사랑한 제주중산간
제주의 중산간은 늘 고요하다. 밤을 틈타 이름 모를 풀 틈 사이로 내려앉은 아침 안개의 기지개 소리가 들릴 만큼 적막하다. 지나는 바람도 그 고요함을 깨드리지 못하고 이름 모를 풀잎 위로 안개 처럼 소리없이 흐르며 지난다. 어떤 때는 그 적막함에 쓸쓸하기 까지도 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오직 나 하나 뿐이란 착각 마저 들어, 그 외로움 속에 빠져 들게 한다. 제주의 중산간 들판은 늘 그렇게 조용하고 쓸쓸하다. 나는 그 고요함이 건네주는 외로움에 흔들거려도 제주의 중산간 들판 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고개를 조금은 아래로 향한 채 미동도 없이 조용하고 침착하게 가만히 서 있다. 제주의 중신간은 이 고요함에 익숙해졌는지 모르지만 지나가는 안개 그림자에도 흔들거리는 나의 모습은 마치 가슴 앞에 달린 삶의 계급장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창백한 푸른 별빛이 제주중산간 풀숲에 내리던 밤이면 이름모를 풀잎은 자신의 방을 차지하고 있던 외로움을 떨쳐내고 저마다 꿈꿔왔던 별로 빈방을 새롭게 채운다. 낮이면 뜨거운 여름 햇살 내리쬐는 검은 대지 위로 동그란 꿈들을 벌거벗은 채 내놓는다. 외로움 속에 영글어가는 꿈은 뜨거운 여름 햇살에 단단히 굳어간다. 그러다 제주 중산간에 어두운 밤이 오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볼그스름한 별들과 도 서로의 꿈을 이야기 한다. 아늑한 검은색 대지 위로 새싹이 움트는 봄날 고요히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막연한 상상에 지나지 않았던 꿈들이 빈채로 줄기에 매달려 있던 빈방을 채워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견디어 낸다. 풀과 꽃을 사랑한 제주의 중산간의 꿈이 별 잉태하여 비어있던 그들의 빈방에 희망으로 충만해진다. 여기 저기서 꿈이 맺히는 소리가 알알히 퍼진다. 제주의 중산간은 다시 고요해졌다. 아침 안개가 그들의 꿈위로 선녀의 엷은 비단을 넓게 펼쳐 살포시 덮는다. 나는 또다시 침묵 속에 갇힌 사람처럼 외로움에 떨며 제주의 중산간 이름모를 풀잎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다. 동쪽 하늘에서 아침 햇살이 떠오르면서 이삭에 맺혀 있는 짙은 투명한 이슬 방울과 마주쳐 반사되는 꿈들이 제주의 중산간 들녘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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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끼고 부락을 형성하고 있는 제주의 마을 대부분의 주수입원은 해녀들의 물질이다. 예전까지는 그랬다. 해녀작업을 일컫는 ‘물질’을 누군가는 "바다에서 삶을 캔다" 라고 하고, 혹자는 "저승에서 벌어와 이승에서 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지막 한줌의 숨이 다할 때 까지 바다 속 조류와 싸우며 자식들 학비를 쥐고 바다 표면으로 올라온다. 그리곤 노란 하늘 바라보며 금방 멎을 것 같은 숨을 가쁘게 몰아쉼을 반복하는게 물질이다. 한해 천만명의 여행자가 제주를 찾는 요즘, 제주해녀의 삶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연200만명이 찾는 섬 우도는 그 변화가 뚜렷하다. 예전에는 소라, 문어, 해삼, 성게 같은 해산물을 상인이나 어촌계를 통해 판매 하였지만 지금은 해안도로 한켠에 조그만 자리를 마련하고 여행자에게 직접 맛을 선보이기도 한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이다 보니 수족관에 있던 것들과는 그 맛의 비교가 불가할 정도이다. 해녀는 ‘상군, 중군, 똥군’으로 나누어진다. 상군은 깊은 바다, 똥군은 그 반대로 얕은 바다 그리고, 그 사이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가 중군인 셈이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지면 젊었을 때 이름 있던 상군도 똥군이 되어 얕은 바다에서 물질을 하게 된다. 상군들은 똥군이 물질하는 곳에 좋은 물건이 있어도 기웃거리지 않는다. 상군이 똥군의 작업지역에서 물질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똥군은 잡을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우도 상군해녀가 제주의 아름다운 섬 우도(소섬) 중앙에 ‘소섬바당(우도바다)’이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2층 가정집을 신축하면서 1층을 게스트 하우스로 꾸몄다. 소나무, 삼나무로 직접 제작한 침대와 수납공간, 넓은 창을 통해 우도 바다도 볼 수 있다. 이제야 막 신축한 건물이다 보니 깔끔하다. 그 내부는 하얀색을 주로 사용하여 무난한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소섬바당’ 게스트 하우스는 집주인 해녀가 잡은 소라, 거북손, 홍해삼, 노란성게 등 우도산 해산물과 제주 생막걸리를 제공한다. 저녁에는 우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여행담과 삶의 이야기 나눌 공간을 마련 해주고, 아침에는 해산물 육수스프로 산뜻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제주의 상군해녀가 똥군 해녀를 배려하듯, 오는 여행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잠자리와 자신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몸과 마음의 쉼을 온전히 누리게 해 주려는 주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진정한 여행이란, 아마도 여행지 현지인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그들과 같이 생활하고, 나와는 다른 삶을 체험함으로써, 현재 나의 삶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제주 해녀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아파하기도 하고, 억척같은 그들의 삶에 감동하기도 하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나면, 앞으로 갈 길에 대한 각오와 다짐이 새로워질지도 모를 것이다. 소섬바당게스트 하우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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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해바라기농장
"해만 바라본다" 하여 해바라기... 과연 그 이름처럼 해바라기는 해만 바라볼까? 여기 제주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에 오기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해만 그리워하여 해바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해바라기 농장에서 본 해바라기 모두는 해를 등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존층이 파괴되어 너무 뜨거워진 해의 사랑이 부담스러워서일까? 씨를 잉태하고 나니 이제는 사랑도 다 귀찮아 등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일까? 모든 식물이 성장할 때는 태양을 향한다고 한다. ‘해바라기’라는 이름값 하려고 해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려면 빛을 필요로 하여 빛을 향하다가, 다 자라면 그리 많은 빛이 필요치 않아 더 이상 태양을 향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독 해바라기가 고개까지 숙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머리 부분의 무게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곳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은 5~6년 전에 제주로 이주한 김경숙 부부가 기존 녹차밭에다 해바라기를 재배하여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 시내와 동쪽마을을 이어주는 번영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모는 4만여㎡ 이다. 특이한 것은 일반적으로 해바라기는 1모작이나 제주에서는 2모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휴일 제주 시내에서 교래리로 가다 번영로 길가 우측에 활짝 웃는 노란 해바라기들과 여러 대의 차들의 서 있어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조그만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제주 여행자와 주말 가족 나들이 온 제주민들이 해바라기 무리 속에 들어가 방긋방긋 웃으며 연신 사진 촬영에 바쁘다. 한껏 멋을 낸 젊은 아줌마는 같이온 아이는 뒷전이고 혼자 셀카를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농장주인 당부 말씀이라는 안내판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있다. 첫째, 일반 공원이 아닌 사유지 농장입니다. 힘들여 지은 농사이니 만큼 소중히 합시다. 둘째, 무료 개방해 드린 주인께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합시다. 셋째, 만일 꽃을 훼손하면 전원 퇴장시킵니다. 넷째, 들어갈 때 나올 때 무조건 웃습니다. 힘들인 농사이니 만큼 훼손하지 말고 즐거운 맘으로 꽃과 같이 방긋방긋 웃는 시간을 보내십시오 하는 메시지인 듯하다. 웃음도 전염성이 강한 것이다. 해바라기들이 웃겨 죽겠다는 듯 고개 숙여 웃음 참고 있는데 나 또한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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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와! 장관이다",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한라산 윗세오름으로 가는 이들마다 각자의 머리 위에 감탄사 말풍선 하나씩 달고 걷는다. 구름 위로 걷듯 선홍빛 붉게 물든 한라산 고산평원 선작지왓을 가볍게 걷는다. 6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도, 두 손 마주 잡고 걸어가는 연인도, 아직 입학하지 않은 키 작은 아이도 한라산 철쭉 장관에 취해 오르며 힘들었던 고통도 잊은 채 미소 짓는다. 윗세오름으로 가는 영실등반로는 1000에서 1600고지 선작지왓까지 오백나한을 오른쪽에 두고 휘어돌아가며 커다란 타원을 그린다. 초입에서 시작된 경사는 고산평원 선작지왓에 닿을 때까지 숨을 깔딱이며 걸어야 할 만큼 급경사이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올라 온 길을 뒤돌아보면 제주의 경치에 그간에 힘든 산행길도 잊게 된다. 여름을 향해 짙어가는 녹음과 푸른 바다 사이에 사이좋게 서 있는 오름뿐만 아니라 영실기암 사이사이에 피어난 선홍빛 철쭉무리가 앞서 간 동행자의 재촉도 잊게 한다. 구름은 발아래 영실계곡 안에 머물고 고산평원을 지나는 바람은 어지러운 나의 마음을 휩쓸고 지난다. 그렇게 올라온 선작지왓과 윗세오름에는 선홍빛 징검다리가 사방팔방으로 놓여있다. 녹음 사이로 피어오른 선홍빛 철쭉꽃은 마치 푸른 바다 위로 솟아오른 붉은 징검다리 같다. 그 징검다리를 밟고 껑충 뛰어 올라 또 다른 선홍빛 징검다리로 옮겨간다. 마치 한 마리 노루가 바다 위를 뛰어 다니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뛰어 오를 때마다 선홍빛 꽃잎도 같이 뛰어 올라 하얀 안개 속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녹음 속 한라산으로 내린다. 백록담을 제주사람들은 ‘부악’이라고 한다. 가마솥 두껑을 엎어놓은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름들은 부악을 등뒤로 하고 서로 꽃단장하기 바쁘고, 사람들은 그 ���름다움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쩌면 사랑하는 연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린 남자처럼 선홍빛 철쭉 무리에 정신이 아찔해 진다. 아름다움도 그리고, 사랑도 그 전염성이 강한가 보다. 오르는 동안 짜증내던 아이도, 남자친구에게 투덜거리던 여인도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아름다운 한라산 철쭉 무리 속에 있는 모든 이들의 표정은 밝다. 마치 철쭉처럼 환하게 피어 있다. 등산객이 아니라 이곳 한라산 자연속이 하나의 꽃이 되어 아름답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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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잎약난초
우리는 누군나 쉽게 갖지 못하고, 쉽게 구하지 못하는 그 특별함에 대한 소유욕구가 있다. 나 또한 사람이라 특별한 것에 대해 관심이 더 갈뿐 아니라 원한다. 설령 그것이 꽃을 렌즈에 담는 행위일지라도 그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나 접할 수 없는 꽃을 렌즈에 담았을 때 마치 자신의 경기에서 승자라도 된듯 우쭐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약3년전부터 찾아 다녔던 꽃이 하나 있다. 온라인 상에 그 꽃사진이 올라오면 정확한 정보도 없이 인근 산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고, 안개 덮힌 숲 속, 허리 만큼 자란 수풀 속 오름을 마다하지 않고 헤집고 다녔다. 소유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내게경제적 이득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닌, 누구나 만날 수 없는 그 특별함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 일 뿐이다. 그 주인공은 '두잎약난초'이다. 식물에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풀에 불과할 수도 있는 난초이다. 하지만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거나, 우리 야생화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자연 속에 핀 고고한 그 자태를 한번쯤은 보고픈 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며 개체수도 많지 않아 제주에서 식물을 한다는 이들도 못 본 사람이 많을 정도로 희소한 꽃이다. 먼저 사진을 찍고 온 지인이 알려준 숲으로 들어가니 나무 사이로 바람이 한들한들 불고 거목 밑에 뿌리 내린 작은 풀잎 위로 산을 짙게 덮고 있는 녹음. 그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내리며 간지름을 태운다. 짙은 갈색 부엽토 검정색 커다란 바위가 조그마한 동산을 형성하고 그 바위의 보호 아래 숨죽여 피었다 지고 있는 누런 줄기의 '두잎약난초'를 볼 수 있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한 잎은 자신의 몸에서 떨여져 나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부엽토 속에 녹아 내리고 산고 끝에 피어난 꽃은 그 영양분을 빨아올려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 갈색 줄기에 매달려 있는 꽃은 시들었지만 그 단정함은 한때 산소 같은 여자로 불리던 ��우 만큼이나 단아할 뿐 아니라 조금은 부족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도를 넘지 않는것이 절제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3년동안 찾아 다닌 그 시간이 아쉽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그 특별함을 렌즈에 담은 그 순간은 드디어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두잎약난초'를 렌즈에 담는구나 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갓 피어난 '두잎약난초'를 찍고 싶은 욕구가 감사하던 나의 맘을 순식간에 밀어낸다. 아! 나 또한 어쩔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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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마을
뭍사람 사진작가 김영갑님을 사랑에 빠지게 한 해발 200~600 고지 중산간은 제주의 자연이 오롯이 녹아내린 곳이다. 제주의 바다빛에 빠져 머물던 뭍사람이나 섬자락에 태어난 제주토박이의 제주사랑의 끝 또한 중산간이다. 중산간은 계절마다 색채가 다르고 시시각각 무한한 환상을 품게 만들지만 그 환상의 끝은 늘 고요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제주시내에서 약15분 거리 봉개동에 ‘명도암 참살이 마을’ 또한 제주의 중산간을 대표하는 마을이다. 제주시내와 인접한 곳으로 해발 320미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참살이’란 말처럼 자연과 더불어 가는 곳임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중산간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제주섬에서도 가장 맑은 공기와 훼손되지 않은 자연에 안겨있는 마을이다. 명도암이라는 마을은 전국 최고 힐링 장소인 ‘사려니 숲길’과 최고의 휴양림인 ‘절물자연휴양림’을 비롯하여 민오름, 형제오름(안세미, 밧세미) 처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안새미 오름에 오르면 제주 사람들에게 물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 수 있는 샘이 있다. 쌀 씻는 ‘조리’를 닮았다 하여 ‘조리세미’라 불리는 물이다. 이용천수가 지상으로 나오면 4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하며 그 모양도 각기 다르다.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천인수(빗물)가 오름 기슭에서 솟아나 그 시작을 신이 마시는 물(원형), 다음은 사람을 위한 물(음료수)에 이어 쌀이나 채소 따위를 씻는 곳(타원형), 목욕이나 빨래하는 곳(직사각형), 동식물을 위한 못(부정형)으로 구분하여 한 방울도 허투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참살이마을 주민들이 하나로 뭉쳐 도시민들에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참살이마을 체험농장에서는 양 먹이주기, 천연 염색, 주변에서 나오는 재료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 및 주변 오름 트레킹 등으로 제주의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제주 ‘명도암 참살이 마을’뿐만 아니라 ‘예래 생태마을’, ‘낙천리 아홉굿 의자마을’ 등이 있다. 이런 자연 속 제주농촌체험을 도와주는 상품이 제주관광협회에서 선보였다. 농촌체험을 찾아가는 '팜팜(Farm&Family)버스'는 6~11월까지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운영되며, 카카오 플랫폼인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http://makers.kakao.com)의 ‘제주를 사랑합니다’ 섹션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비용은 1인 12,500원이다. 지난 4일 토요일에 티켓을 구입하여 도심을 떠나 팜팜버스 첫 체험지인 ‘명도암 참살이 마을’으로 그 발걸음을 띄었다. 농촌 사람들을 비롯하여 팜팜버스에 동승한 일행들과 함께 교감하며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는 점심식사까지 진정한 힐링을 오감으로 맛보는 시간이었다. 우천으로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비누 만들기, 노루 먹이주기와 사려니 숲길 걷기 등 대안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불안 속에 머물던 마음이 자연의 품 안에서 그리고 같이한 사람들과의 소소한 교감으로 진정한 힐링을 충분히 경험하는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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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롬왓
보롬은 바람을 말하는 제주어이다. 왓은 밭을 말한다. 아마도 이곳에 바람이 많아 주변사람들이 보롬왓이라 불렀던것 같다. 제주의 바른먹거리를 내세우고 있는 제주한울영농조합범인이 자신들의 땀이 결정체인 메밀꽃을 그들만 보기가 못내 아쉬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반인에게 "보롬왓 제주메밀밭 개방" 이란 축제로 5월8일부터 6월10일까지 개방한다. 일반적으로 메밀하면 강원도 봉평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국내 주 생산지는 제주섬이다. 그 유명한 이효석님의 메밀꽃의 필무렵이란 소설이 주무대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라 그 덕에 메밀하면 봉평하고 답하는 것을 보면 펜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 크기를 알 수 있다. 사실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이 대부분이 봉평에서 가공되어 그곳에서 판매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제주에 메밀이 들어온 시기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충렬왕 때 몽골군인들이 제주를 말목장으로 만들고자 들어오면서 같이 갖고 온것이 메밀이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무난히 잘 자랄 뿐 아니라 적은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낄수 있는 음식재료라 원정에 알맞은 곡물이기도 했다. 메일은 긴 시간 섭취하면 남성의 기를 허하게 하는 성분이 있다고 하며, 소화가 잘 안되는 특징이 있어 몽골인들이 제주에 갖고온 시기에는 제주남자들 씨를 말리기 위해 갖고 왔다는 ��도 있다. 그러나 무와 함께 섭취하며 그런것을 중화 시킬수 있음을 알고는 메밀밭 옆에 무를 심어 같이 요리하여 먹었다 한다. 그런 음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 제주의 빙떡이다. 빙떡 또한 제주의 여느 음식처럼 투박하면서도 단순하다. 뜨거운 팬 위에 돼지비계기름을 바른 후 메밀가루 반죽을 엷게 펼친 후 그 위에 무채를 넣고 말아 만든 떡이다. 메밀의 담백함과 무채의 삼삼함이 잘 어울어진 음식이다. 어떤한 기교도 가미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하여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 내면서도 조화로움을 잃지 않은 음식이기도 하다. 수만평 되어 보이는 보롬왓에 내리는 비가 마치 하얀 눈이 내리는 듯 하다. 그 눈이 내려 보롬왓에 하얀 언덕을 이루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져든다. 바람이라도 있었으면 키작은 메밀꽃 무리들이 바람따라 넘실넘실 춤을 추며 바람왓에 거대한 꽃물결 연출할것 같으나 소리없이 내리는 비에 아주 작은 하얀얼굴을 내밀고 있는 메밀꽃을 보자니 왠지 모를 정적감 마저 감돌았다. 메밀밭 언덕에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소나무와 우산을 같이 쓰고 메밀밭을 걷는 중년부부의 모습에서 삶의 방향을 보는 듯 함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비가 내려 그런지 축제장이라 말하기보다 목가적인 고요함이 짙게 내려 앉은 들판이란 표현이 더 가까워 보이지만 보롬와 그자체가 예술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제주는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농부가 농사를 지어도 예술이되고 하늘에 구름이 흘러도 작품이 되고 우리가 숲을 걸어도 음악이 되는 곳이다. 조그만 자연속으로 들어가면 내가 자연의 속 하나의 구성원이되고 그게 또 하나의 이미지가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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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움
사람들은 이곳을 케냐의 세렝게티 같은 곳이라 말한다. 하지만 난 아니라 하고 싶다. 세상을 쫓다 "나다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한것 같은 그런 비유는 맘에 들지 않는다. 그냥 제주다운 곳이란 표현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그냥 제주다운 곳이다. 중산간 숲속에 앞이 막힘없이 탁 트여 시원하게 열려있는 땅, 그 개활지에 뛰엄뛰엄 나무들이 서 있다.나무들은 가지에 잎을 많이 달지도 않는다. 그냥 적당 할 만큼만 푸른잎을 달고 있다. 서로 가까이 서 있지도 않다. 너무 소란스럽지 않고 너무 외롭지 않을 만큼의 간격을 두고 서 있다. 봄이며 안개들이 그 사이를 자유롭게 흐르고 저녁이며 새들이 그 위로 내려와 앉는다. 멀리 보이는 들판에 조그만 동산 같은 오름들이 서 있으나 그 높이가 높지 않아 시야를 막지 않고, 그 모양이 뾰죡하지 않고 둥그스럼한게 모나지 않�� 보는이에게 편안감을 준다. 봄이면 소와 말들이 파릇파릇한 목초를 뜯는 소리가 아름다운 곳이다. 평화롭고 고요하고 여백의 미를 잘 보여주는 곳 삼다수목장, 거대한 산속에 갇혀 내마음 까지도 구속하고 있는 듯 한 불편한 느낌 없이 나 또한 같이 평화롭고 한없이 부드러워 지는 맘을 느낄수 있는곳이기도 하다. 그냥 제주다움 곳이다. 제주다움이 다 이런 느낌일 것이다. 평화,고요,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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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산로
1년전에 제주로 이주해온 동료에게 물었다. " 봄 하면 무슨 색이 가장 먼저 떠 올라" 그러자 망설임도 없이 "연록"이라 한다. "어 아닌데! 난 봄 하면 노랑색인데" 하고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제주토박인 나에게 봄 하면 아마도 새로운 희망 갖고 태어난 어린아이 같은 웃음 띠고 있는 노란유채 밭이 가장 먼저 그려졌을 지도 모른다. 길가에 아지랑이 아른거리고 길게 늘어서 검은색 밭담 너머로 피어난 유채꽃 반발한 봄풍경을 보고 자라온 덕택일 것이다. 연록이면 어쩌고 노랑이면 저쩌 겠는가.이제 다시 봄이 온것이다. 예전에는 봄이면 제주섬은 청색과 노랑으로 채워져 있었다. 봄나들이 가는 처녀의 치마처럼 흔들거리는 청보리와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나와 재잘 거리면 걸어가는 듯한 노랑 유채꽃이 작은 섬 제주를 가득 메웠다. 이제는 옛 풍경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봄이면 사람들은 노란 유채꽃을 찾아 제주로 꾸역꾸역 밀려든다. 유채꽃 노란 물결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남풍과 함께 제주 해안 마을에서 중산간으로 시차를 두고 올라간다. 일출봉에서 핀 유채가 몇주 후엔 말과 바람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산간 마을 가시리에 닿으면 드넓은 들판을 자랑하는 중산간 가시리는 노란색으로 장관을 이룬다. 예전 말이 달리던 들판과 10Km정도 되는 녹산로 가로수로 유채를 파종한 유채꽃이 피어나면 차들도 사람들 노랑 물결속에 묻혀 나들이 한다. 그중 제일 아름다운 부분은 정석항공관 부근이다. 연분홍 꽃비와 노란 유채꽃이 환상을 자아낸다. 벚나무 가로수 아래에 유채를 심어 개화기가 교차하는 약 1주일간은 연분홍과 노랑이 해우 하 듯 벚꽃과 유채꽃이 꽃세상을 만들어내며 환상적인 길을 연출하면 그냥 지나는이도 없고 급히 달려가는 차도 없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찾아온 봄을 만끽하며 손에 손잡고 여유로운 맘으로 봄을 만끽하며 걷는다. 혼자 여행와 셀카봉을 길게 내밀고 셀카를 찍는 여자아이도 안개처럼 내리는 봄비를 맞으면 걷는 자매도 노유채꽃길에 쏱아 내리는 연분홍빛 사랑에 노란 행복감에 젖어 녹아 내리면 봄 속으로 들어간다.세상의 봄이 나만을 위해 꽃을 피우고 연분홍으로 색칠하고 노랑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제주의 노랑유채꽃 물결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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