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12
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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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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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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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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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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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통째로 달라져서 어리둥절하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내 계획과는 무관하게 삶은 흘러가고, 구성된다. 자꾸 무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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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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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얼굴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식물을 키우고 있다. 돌의 얼굴이라니. 무생물에게서도 기어코 얼굴을 찾아내는 사람들, 얼굴을 보려는 사람들.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는데, 약간 재미있고 금방 지루하고, 또 갑자기 설레고 그렇다. 웃자란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자람과 웃자람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영양가 없이 키만 불쑥 큰 식물을 두고 웃자란다고 한다. 
다른 것은 다 그대로 두고 키만 크는 것. 자라도 소용이 없고, 영양분만 뺏어가니까, 줄기가 그렇게 웃자랐다면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키우던 식충 식물이 줄기를 길게 뽑아내길래, 꽃을 피우는 걸까? 해서 기대했는데. 사실 웃자라고 있었던 거다. 꽃이 피어야 할 부분이 어느날 보니 새까맣게 타 있었다. 자르고나니 속이 시원했다. 
자르고 싶은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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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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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1_안부
친구가 이곳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니까, 나도 다시 일기를 쓰게 된다. 일상을 어떤 형태로든 문장으로 남기지 않으면 흩어지거나 사라져버린다는 걸 알면서도 쓸 마음이 잘 생기지 않았는데. 어제는 집에 가서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어제는 저녁 작업을 하고 아기가 자기 전에 집에 돌아가야해서, 서둘러 가는 중에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해가 짧아져서 초저녁인데도 어둑어둑하였다. 카페와 집은 걸어서 십분거리다. 혼자 걷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몇몇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화를 하려다가, 얼굴은 떠오르는데 할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한 일 같다. 할말은 하면서 생겨나는 것이지 미리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급한 마음에 오늘 당장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한, 4월부터 생리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서 그려려니 했으나 좀 이상했다. 비정상적인 출혈 느낌이어서 덜컥 겁이 났다. 아침에 병원 콜센터 시작하자마자 8시 반에 전화했다. 당일 예약이 원래 안되는 곳인데 오후에 된다고 해서 예약하고 다녀왔다. 생리 리듬이 엉망(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진 않았지만)이어서 정상적인 주기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엔 피임약을 두달 정도 먹으면 리셋이 된다고, 그렇게 처방을 해주었다. 두달 동안 피임약을 매일 먹어야하다니. 여성호르몬 문제라고 했고, 다낭성도 좀 의심된다고 했다. 피임약의 부작용 중에 두통이나 부정출혈 등은 그냥 무시하고 계속 먹어도 되지만, 감정불안/우울, 우울감이 생기면 중단하라고 했다. 피임약을 안 먹어도 감정불안과 우울감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걸 묻진 못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내일은 개강인데 수업 준비는 못하고 부동산 관련, 전세 세입자 관련된 것만 검색하고 있다. 전세 계약 만료 전인데 집주인이 바뀌었다. 바뀐 주인은 문자로 실거주를 할테니 계약이 만료되면 나가라고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전세금으로는 미친듯이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가 없다. 난감하고 답답하고 어째얄지 모르겠다. 내가 나만 감당하면 되던 때엔 뭐 어떻게 되겠지 싶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아기가 있다보니 이제 그게 잘 안된다. 불안과 걱정이 두배 세배는 된다. 웃긴 건 뭐냐면. 네이버부동산에 이 주변 시세 검색해보다가 새 주인이 이 집 매매 올려 놓은 것을 보았다. 시세보다 훨 부풀린 가격이었다. 진짜 이 집주인이 올린 것인가 싶어 부동산에 물어보았다. 지금 매매가 가능한 매물이냐고 물었다. 부동산에선 알아보고 연락 준다고 하더니, 집주인이 가격일 더 올렸다고 얘기했다. 참나. 투기꾼한테 걸려서 이거 뭐 어째야지 정말???? 친구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니 손해배상청구권이니 이야기를 하며 집주인과 쇼���를 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되는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런 쪽에 너무 문외한이다보니, 정말 막막하고 무섭다. 하긴 그러니까 이런 집에 싸다고 좋다고 들어왔겠지. 하, 정말 어쩌지. 생각하니 또 머리가 아프다. 일단친구 말대로 한국부동산원에 상담 신청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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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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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비문 투성이가 요즘 나의 상태. 뭐 어떻게 수정이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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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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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9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헤어지기 전에 잠깐 역까지 걸었다. 우리가 17살에 만났지? 그럼 벌써... 하며 함께 보낸 시간을 놀라워했다. 그 시간이 어느새 지나갔다는 것과 그 시간들을 내내 함께 했다는 것에 대해서. 한 친구가 갑자기 생각났다는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냐면. 
고2때 수학여행 갔던 이야기. 그때 친구와 내가 어떤 방에 같이 묵기로 했었는데. (나와 친한 친구들이 있는 방) 갑자기 변경을 해야해서, 당시 회장이었던 그 친구가, 나와 상의도 하지 않고 자기가 우리 둘을 다른 방으로 배치했다고. 거기엔 나와 친한 친구들이 없는 무리였는데. 자긴 회장이기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진행도 해야해서 너무 바빴고, 나를 신경을 못 써줬는데. 마지막날 집으로 돌아가는 관광버스 안에서도 역시나 신이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고. 그런데 내가 3일동안 참다참다 거기서 울었다고 했다. 버스 안에서. 나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ㅎㅎ 
지하철에서 각자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러, 헤어지면서 친구들이 하는 말, 잘가~ 야 그리고 묵혀두지 말고 바로 바로 말해~ 그래서 웃겼다. 그리고 내게 전혀 없는 기억을 다른 누군가는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묵혀 두는 게 내 병인가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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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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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2
내게도 텀친들이 있었는데. 아주 오래 이 곳을 비워두었던 것 같다. 예전에 쓴 글들을 잠깐 보는데, 여전히 똑같은 고민하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웃기다. 미���지 말자고 ㅋㅋ 집 청소, 정리도 하고 싶고. 우선은 필요없는 ��건(압도적으로 책)을 다 갖다 버리고 싶다. 바로 막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은 굴뚝 같은데. 막상 하려고하면 너무나 피곤하다. 피곤한 몸이다. 육체여 정신이여,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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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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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도 어렵고 쓰는 것도 어렵다. 집중이 안되는 것일까 아니면 하기 싫어하는 것일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현생 걱정만 한가득. 2월에 상담 종료 하기로 했는데 그것도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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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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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고 부질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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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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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자마자 다 토했다.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책상에 앉은 시간 새벽 1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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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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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니까 정말로 점점 쓸 말이 없어진다. 쓴다는 행위가 이렇게 무섭다. 쓰면 쓸 수록 할 말이 많아지는데, 안 쓰니까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매일을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져서 기록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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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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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 보다가 도마뱀 탈피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신기했다. 조금 전까지 피부였던 것이, 껍질이 되어 떨어져나오는 광경은. 하나에 꽂히면 좀 계속 보는 경향이 있어서, 도마뱀 탈피도 보고 뱀 탈피도 보고 그러다가 하루를 보냈다. 탈피를 제 때 해주지 않으면 피부가 썩거나 병이 난다고 했다. 껍질을 벗는 일도 습도와 컨디션이 잘 맞아야 제 때에 모두 벗을 수 있는 것이란 걸 알았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좀 전까진 나와 가장 밀착되어 있는 내 몸이었으나, 어느 순간 반듯이 벗어버려야 하는 것이 되는 무엇. 그 순간. 내게도 그런 많은 순간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인데. 내가 제 때에, 그것들을 모두 잘 벗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껍질을 모두 벗은 도마뱀과 뱀의 피부 빛깔은 맑고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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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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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갑자기 떠오른다. 스무살 초반에, 멘토라고 생각했던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 그때 나는 어떤 외로움에 휩싸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만나는 사람(지금은 같이 살고 있는)과의 관계 사이에서 오는 외로움이었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시기였는데, 왜 그랬는지는 아마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의 닫혀 있음도 한 몫 했을테고, 소통의 어려움을 벽처럼 느끼던 때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이 누구나 기저에 깔려 있지만, 유독 그 감정에 함몰되는 시기가 있다. 그땐 외로움이라는, 형체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함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언니와 대화를 하다가, 그 이야기를 했다. 아니, 이야기를 하진 못했다. 서두를 꺼냈다. 언니, 저는 요즘 좀 너무 외로워요. 그게 너무 힘들어요. 스무살 초반의 외로움을 언니도 ���어 봤을까. 별거 아니���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언니는 내게 왜 그런 감정이 드느냐고 묻지 않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ㅇㅇ아, 사람은 누구나 외로워. 
그 말은 내가 뒷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니, 내가 입을 닫은 게 맞는 것 같다. ‘누구나’에 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감정을 나도 똑같이 느끼는 사람 중 하나라는 알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건 다 알지. 나만 특별한 게 아니니까. 언니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서글픔은 잘 기억이 난다. 
최근에 나는 고립감에 빠져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고립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것도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생긴 이상한 함몰 웅덩이 같은 것. 우연히 한 친구의 입에서 이 단어를 들었다. 그 친구도 고립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힘들어 보였다. 내 이야긴 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돌아와 나의 고립감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사실 내가 외면하고 회피하면서 혼자 방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인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왜 방 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지 그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이 무서웠고,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내가 무서웠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렇다. 
내 상태에 대한 고민을 세 사람에게 말했다. 한 사람은 오랜 친구이고, 친구는 내 말을 수많은 것 중에 하나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방 안에서 조금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자신은 사람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고 고립감이라는 감정에 대해 아예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감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고, 그럼에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한 사람은.... 그러니까, 자기도 그렇다며,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그렇고. 안 그런 사람이 어디있냐고 했다. 그런가? 이상하다, 안 그런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최근 말고는 고립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내 감정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수많은 슬픔의 결을 생각지 않고, 인간은 누구나 슬퍼, 다들 그래. 하는 말로 내게 지금 가장 절박한 감정을 뭉개는 방식의 대화. 왜 이렇게 대화할 수 밖에 없는지 너무 잘 알지만.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내가 나를 잘 돌보면 된다. 내 마음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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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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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이후에 적어 두었던 메모를 어제 다시 보다가,
그 다음을 생각하는 데에도 힘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장을 읽었다.
언제나 거기까지 멈추는 지점이 있는데.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는 루트가 있는데.
그 다음으로 생각이 넘어가야 한다는 것.
그런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
그런 힘은 어떻게 해야 길러지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다만 넘어가야 한다, 넘어가야 한다, 그 다음을 생각하자 하고
연습하는 방법 밖에 모르겠다.
굳어 있지 말고, 출렁이면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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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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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 해내는 사람들 보면 위축이 된다. 물론 그 사람들도 들여다보면 척 척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애쓰고 고민하는 고통이 응축된 시간을 보낼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면 척척 해내는 것만 같다. 나만 지지부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줄곧 한결 같았는데. 내가 느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친구가 해준 말 때문이다. 그 친구는 지금 스님이 되어 있고, 연락을 안한지 오래 되었지만. 그 친구가  나는 나의 속도로 가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이 그 이후의 시간들 속에서도 힘이 되었다. 그 말을 했던 시점보다 미래에 더 큰 힘이 되었던 말이었는데. 오늘도 그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고. 그건 누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는 안다. 그런데 말이라는 것이 내가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정신승리 같다. 그런데 나를 잘 아는 타인의 목소리로 들으면 정말로 사실 같다. 그래서 그 말엔 힘이 있다. 내가 딴 생각 안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 그렇지만 이제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고, 나 스스로 내 목소리가 사실처럼 들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 어리광을 그만 부려야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나를 위한 말 말고. 
6월 한달 동안 큰 스케줄(마감) 말고는 별다른 일들이 없었는데, 가장 아무것도 안한 달이라고 할수 있을만큼 아무것도 안했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고, 간간히 병원에 다녔고. 물론 병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컸지만. 그렇다고 나의 게으름에 핑계를 댈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써야 할 글이 많은데, 그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고. 내 능력치보다 과분한 일인데. 그래서인가.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못 쓰겠는 것일까. 이제 이런 식의 자조도 그만해야 하는데. 
아, 까먹고 있었네. 6월에 큰 일이 있었구나. 참나. 이렇게 내가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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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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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해. 어딘가 병들어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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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12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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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온전히 서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것일까. 정말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일일까. 그리고 헷갈린다. 내가 고립된 상태인 것인지, 정말 스스로 서 있는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인지. 혼자의 힘을 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강하다고 생각하고 싶으나 너무 자주 넘어지고, 이제는 넘어지는 것도 잘 못하는 것 같다. 넘어지는 사람에겐 그럴만한 용기와 힘이 있다. 넘어지는 사람은 그것을 잘 모른다. 넘어지는 것도 잘 안되는 사람만이 그것을 안다. 나는 이제 그것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이건 나아진 것이 아니라, 고립 아닌가. 자꾸 헷가리게 되는 것이다. 
어제는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마음을 숨길 에너지조차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도. 눈 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있었고. 재차 내게 괜찮으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는데도 괜찮지 않아 보였나보다. 안으로 쑥 들어간 사람의 얼굴은 어떤 것일까. 몇 몇의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안으로 쑥 들어간 얼굴. 안으로 안으로 가라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 집에 돌아와 문자를 했다.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서 좀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고. 그는 그 얼굴이 지금껏 내게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고 했다. 밖에서 흔들어도 꿈쩍 안할 만큼 침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내 힘이기도 한 것 같다고. 
밖에서 흔들어줘서 고마웠다. 누군가 밖에서 흔들어주길, 노크해주길, 간절히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울었다. 지하철에서 우는 멍청이였다. 부끄러움도 이겨���고 울었다.
마음이 달라지면 얼굴이 달라진다는 것이 새삼 무섭고. 거울을 보면 그곳에 가장 무서운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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