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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유명대학교수가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을 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어느 곳에나 미친자는 있게 마련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2년 반동안 ‘설마 설마’, ‘어, 어, 어’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과 혼을 담당하는 사령탑은 하나같이 ‘한국 정신’이 아닌 ‘일본 정신’으로 바뀌었다.
일본 침략 덕에 근대화를 이뤘다는 친일종족주의의 저자 김낙년이 한국의 혼을 연구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되고, 극우단체에 참여하고 박근혜정부 국정교과서 집필진인 김주성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이 되고, 2016년 국정교과서 파동때 역사학자들이 사임한 자리를 메꾼 박지향이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되며, 박근혜정부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이던 허동현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되고,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하고, ‘식민지시절 우리 조상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한 김형석이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됐다.
아들과 둘도 없는 절친이고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온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보다보다 못해 ‘용산에 일본 밀정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그 밀정이 대통령실의 실차장이나 수석이겠지, 차마 최상층부란 생각까지는 하기어려웠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지하에서 은밀하게 하는게 아니라 아예 내놓고 전면에 등장한 친일과 극우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의문에 의문을 더했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지만, 자기 나라를 먹겠다고 덤비면 캐나다는 물론 그린란드까지도 발끈하고 나서는 것이 당연한데, 왜 우리나라의 보수 극우는 성조기를 들고 나오며 미국까지 찾아가 마치 제후국의 문제를 황제국이 해결해달라는 듯이 매달리는 것일까.
-송시열부터 마지막 영수 이완용까지 조선시대 정치권력을 거머쥐고 조선왕은 뭉개고 중원의 황제에 굽실거리거나 일본에 나라를 갖다 바쳤던 노론. 주자학 근본주의로 무장해 죽은 조상은 하늘처럼 떠받들면서 정작 함께하는 백성과 하층민은 발바닥의 때로 천시했던 그런 제사를 집집에서 마을에서 거의 사라지게 한 일등공신이 한국에 들어온 기독교인데, 왜 극우와 결합한 기독교근본주의는 중국 황제의 깃발을 성조기로 바꿨을뿐 민족의 자존을 버린 광신적인 사대주의적 모습은 왜 그렇게 똑 같은 것일까.
-식민지 근대화론을 들고나와 수많은 운동권을 뉴라이트로 안내한 안병직 서울대 교수. 김정남 김근태와 가까웠고, 신영복과 호형호제하고, 김문수 현 노동부장관을 노동운동으로 이끈 그는 1987년 일본에서 귀국해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설립해 뉴라이트의 횃불을 들었는데, 그가 획기적으로 변한 1985~87년 도쿄대 교환교수로 가서 보낸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안병직과 제자 이영훈 등 그 추종자들이 뉴라이트의 주요 이념적 근거로 활용하는 주요 저작들을 왜 도요타재단이 후원한 것일까.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사사카와재단 후신)으로부터 안병직과 낙성대연구소는 어떤 지원을 받은 것일까.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발언을 한 류석춘 교수가 초대 이사장을 한 연세대학교 아시아연구기금에 왜 일본재단은 100억원을 지원했으며, 왜 기금을 10년간 비밀리에 운영하기로 약정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아버지 윤기중 교수(일본 문부성 장학생 1호)는 이 기금 전달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NL(민족해방) 주사파들은 안병직 등의 안내로 뉴라이트 세례를 받은 뒤 전향하는 순간부터 신자유주의적 탐욕적 인간관과 승자 독식 자본관으로 돌변한 것일까.
-어떻게 이 나라의 보수 극우는 이념적 도그마와 광신적 사대주의로 우리나라의 자존감을 내던지고 (나라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국, 미국, 일본을 우상화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황소걸음 펴냄)를 보면서 이 모든 의문이 시원하게 풀렸다.
‘해방 이후 우익의 총결산, 뉴라이트 실체 해부’란 부제를 담은 이 책의 저자 이병권은 국회의원 비서관과 대기업에서 마케팅과 PR 전문가로, 또 엔지오에서 10년간 일한분인데, 역사학도답게 극우보수에 대한 정밀한 분석으로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애초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뉴라이트 실체를 해부한 글을 썼는데, ‘민들레’쪽의 제안으로 이번 책을 펴내게 됐다.
요즘 중점적으로 탐구하며 작업하는 일이 따로 있어 작업과 관련이 없는 책은 일절 보지않은데, 절친의 권고로 이책을 집어들어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 이 시대 한국인이라면 읽어볼 책으로 추천한다.
(P.S:맨첫마디에 언급한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일 수 없다는 것은 내 어머니가 산증인이다. 지금 어머니 96세. 어머니는 젊은 여성들을 한참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가던 해방전 식민지 시절 불과 14살에 시집을 왔다. 당시 어머니는 어린 나이였는데도 자기 어머니가 중병(암으로 추정)에 걸리는바람에 아버지와 세동생의 밥이며 빨래를 도맡아 했다고 한다.그렇게 외갓집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데도, 서당 훈장을 하던 외할아버지가 ‘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일본놈들한테 끌려간다’며 아직 여성으로 여물지도 않은 소녀를 시집 보냈다고 한다. 그 어머니가 지금도 살아계신데, 위안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되어 매춘을 했다는 일본 극우 전범들의 주장을 해대는 자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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