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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과 온탕사이. 지난 토요일 내가 2년 동안 기다렸던 엑스맨은 나의 소년이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탓에 일주일을 더 기다리기로 하고 같이 맛있는 저녁이나 먹자며 만났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산책하기 좋은 날씨에 소년이 찾아둔 식당까지 잠시 걸었다.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이자카야.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눈에 띈 하이볼을 반드시 먹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타코와사비에 꼬치 몇개를 시켰다. 그리곤 하이볼 한 잔을 비우고 연거푸 맥주 2잔을 비우면서 이것도 술이라고 조금은 상기된 채로 그간 밀린 일주일치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새롭게 시작한 language exchange 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고 곧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이 난다고 내가 말을 했고, 언제나 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는 소년은 뭐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신나는 이야기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얼마전 너무나도 불쾌했던 지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사연과 속상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 이유는 물론 소년이 이런 것에 초연할 정도의 어른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있거니와 인생의 선배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때문이다. 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들긴 했으나 소년은 조금도 불쾌한 티를 내지 않았다. 나는 소년의 이런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언제든지 내가 기댈 수 있는 어른이라는 게. 하지만 소년은 또 그만큼 혼자 인내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 가끔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여하튼 몇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다 이전에도 한 번 말했던 것과 같이, 둘이서 글을 써보자고 내가 제안했다. 같은 날의 상황을 소년 그리고 나의 입장 각각을 쓰는 대신 서로의 글은 보여주지 않고 누군가에게 편집을 맡기자고. 그리고 책을 찍어낸 후에 확인해보자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내가 "그거! 그거 같아! 냉정과 열정사이!"라고 하니 소년이 말했다. "제목은 냉탕과 온탕사이로 하자" 라고. 이게 뭐라고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책 이야기는 바쁜 소년때문에 아마 실현하기는 어렵겠지만 혼자서라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소년을 만나고 첫 1년은 너무 힘들었다. 맞춰가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후 1년 10개월 가량 참 많은 일과 변화가 있었다. 그 시간동안 나는 소년으로���터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온 느낌이 든다. 내가 이렇게 항상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소년에게 글을 선물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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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신나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장고 끝에 드디어 조심스럽게 이런 일을 꾸며왔다고 소개합니다. 망할 지도 모르지만 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혹여 망하더라도 뭐 어떻습니까 :)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하고 싶은 대로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졌습니다.
아직 이름이 없는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제는 @bakeji 님의 아이디어로, 그리고 @qslwp 님의 글씨로 전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안에도 흔쾌히 수락해 준 두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나의 허세” 입니다. 주제에 대해 여러분이 생각하고 담아 낸 사진과 글을 보내주세요.
기한: 5월 29일 일요일 - 6월 3일 금요일 방법: 위의 이미지 파일을 참고하세요
사진과 글로 우리가 만나게 될 어느 접점을 기대합니다. 곧 만나요, 우리.
from 환유 @hwan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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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진 PD님의 글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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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2년 넘게 연애했고 한 달 동안 안보고 떨어져있었던 적도 있었고, 2주씩은 안보는 때가 많아서 이젠 자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보고싶지 않은가? 하다가도 불현듯 보고싶어진다. 그럴때마다 잠시 무뎌진 내 마음에서 오빠에 대한 애정이 샘솟음을 느낀다.
오늘은 문득 내가 오빠에게 선물을 해주지 않은지 꽤나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오빠에게 짬짬이 받았던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생각했다. 나는 급하게 어떤걸 사줄까 하고 고민��� 빠졌는데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오래동안 좋아할 수 있고, 아직까지도 기꺼이 뭔가를 내어줄 마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아, 오빠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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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쬐기 좋은 가을 날인데 몸이 좋지 않다. 덕분에 기분도 한껏 가라앉고 잠이 자고싶지 않다. 울적한 밤이다. 아프다는 핑계로 온갖 일에 손을 떼고 있다. 글도 제안서도 논문도 책도. 아무것도. 얼마 전 갑작스레 온 너와 간단히 맥주를 한잔 했고, 함께 한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내가 그 날 준 편지에는 한번도 너와의 만남이 지겹지 않았다고 적혀있었는데. 예전 같았으면 더 있고싶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었을텐데. 아쉬워서 먼저 안았을텐데. 여운을 남기고파서 먼저 굿바이 메세지를 보냈을텐데. 아쉬움없이 계산하고 홀연히 집에 들어가려던 나를 니가 먼저 안아줬고, 전화도 두 번이나 니가 먼저 했지. 난 잘 들어가란 메세지도 보내지 않았다. 이 심드렁한 마음이 며칠 잠시 지나가는 것일까 아닐까 하는 초조한 마음에 오늘 내 하루는 굉장히 엉망이 되었다. 변한 내 모습이 슬프다. 부디 그냥 스쳐가는 날 중 하루여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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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은 젊지만 학교를 다시 다니다보니 젊다는 말보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학생 커플을 보면 참 예뻐보인다.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순수한 연애를 하고 있으니 예쁘지 않을 수 없다. 존재 자체로 맑은 빛이 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학교에 있다보면 나의 소년이 그립다. 예전처럼 너를 기다리는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혼자서 집에 오면서 나는 아직 해보지 않은 일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내가 아직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았다는 생각에 또 설렜다. 가장 가깝게는 몇 년 후 있을 석사 졸업도 있고,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이제 결혼을 하자고 이야기 할 수도 있는 일이고, 또 아이를 가질 수도 있을테고 그럼 즐거워 할 나의 가족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벌써부터 기쁨이 밀려온다. 세상 온통 행복할 일 투성이. 당장 이틀 뒤면 만날 네 생각에 기분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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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집에 와서 오랜만에 같이 영화를 보러 집 앞 극장에 다녀왔다. 예전에는 틈만나면 친구들이랑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본 적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안 갔었다. 내부 시설은 리모델링을 했는지 쾌적해졌고 이전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왠지 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내 일상 중 하나 였는데 왜 일상이 아닌게 되어버렸을까.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연애를 하고있어서? 복합적인 이유겠지만 어찌됐든 그렇게 되어버린 현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는데. 극장으로 글까지 썼었는데. 왜 내가 그걸 포기하며 살았을까. 왜 살아갈 수록 좋아하는 일을 점점 그만두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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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더운데 사진은 뭔가 시원해보인다. 회사에 다닐 땐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고 더위가 가신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해서 2년 동안 더위를 잊고 있었는데 집에 있으니까 대구의 여름이 실감난다. 오늘은 친구를 만나서 오랜만에 카페에 갔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으니 활력을 얻은 기분이다. 곧 늦은 나이에 어학 연수를 가는 친구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같이 자신감을 가지자고 으쌰으쌰 하며 집에 왔다. 마음이 조금은 든든해졌다. 아 그리고 일주일동안 매일 아침 요가를 했는데 친구가 얼굴이 맑아졌다고 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운동은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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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머무를 시절 독립 출판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자수 클래스를 보았다. 한눈에 반해버렸는 데 아는 동생도 관심이 있다기에 책과 기본 재료를 오늘 주문했다. 내일 다 도착할 것 같은데 설렌다. 이런 작은 설렘과 행복이 좋다. 기다림 조차 좋은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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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또 이걸 보며 눈물이 찔끔 날 뻔 한 것이다. 주인공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결국엔 모두의 이야기. 상처는 내가 받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 고통은 견뎌내고 있다는 자막을 읽으면서 또 나를 돌아보았다. 상처는 내가 고통은 네가. 이제는 상처를 받는 사람도 고통을 견디는 사람도 없도록 잘 살아야겠다. 먼길을 돌아 왔지만 결국 내가 바라는 종착점은 같다. 나의 미래의 바람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 남은 3년 간의 시간동안 이것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그 형태를 찾아야한다. 반드시 스스로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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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마지막 날. 그리울 것 같다. 이곳의 공기가. 이곳의 습도가. 이곳의 느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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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랑하다"라...
내일이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빠 신혼집에 두면 좋을 것 같은 향초가 있는데 그걸 살 때에는 몰랐다. 그래서 내 것만 샀는데 왠지 꼭 사서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에 40분이나 걸리는 곳 까지 가고 있다. 그러다 텀블러를 휘리리릭 눈으로 훑다 드라마 아일랜드 대사 한 구절을 보았다. "걘 니 인생을 참 많이 사랑해줬어" 문득 나는 얼마나 나의 인생을 사랑했는지 지금껏 잊고 살았음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또 나는 얼마나 너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았는가를 느끼며 반성했다. 매번 너는 너무 바빠, 나는 그렇게 살 수 없어. 라고 말하곤 했다. 나름 너가 얼마나 힘든지 이만큼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지만 돌아보면 좋은 의도라 할 지라도 좋은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본인의 소��한 인생을 나의 잣대로 평가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할지 알 수는 없지만 향후의 시간은 나의 인생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너의 인생 또한 응원하고 사랑하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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