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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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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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 공간
기술이 시의 전부는 아니다. 기술은 편의적인 것이지 시의 본질은 아니다. 소위 '기술'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그때그때 가장 그럴듯한 것을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인들의 세계에 문자로된 언어만 있지는 않다. 울고 있는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 개의 눈, 은행을 줍는 할머니의 투박한 손,  부모님이 덮고 주무시는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보는 일... 세계는 몸짓으로 가득 차 있고, 시인은 그 몸짓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나는 20세기 사람이고, 21세기에는 위화감을 느낀다. 나는 그저 20세기 사람일 뿐이다. 그것은 복고주의와는 다르다. 오늘날은 고도 자본주의 시대의 말류로서 영적인것이 발톱 밑 때만큼도 남아 있지 않은 시대다. 신도, 흡혈귀도, 유니콘도, 산타클로스도 그 실효성을 상실한 시대인 것이다. 책이 팔리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에대한 존경이나 선에 대한 믿음,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랑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있다고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가 문제다. 흡혈귀나 유니콘 등이 없다고 '한다면', 그 순간 인간의 삶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암담한 일이다. 결국 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한다거나 취직이 안되는 건 대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니 죽도록 자기계발이나 하라고 면박을 주는 일밖에는 없는 것이다.
나는 상상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상상력을 위정자들이 장악할 때 국가발전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둥 민중을 기만하는 '나쁜 언어'가 횡행했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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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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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정확은 의무일 뿐 미덕이 아니다. - 하우스먼 
역사가를 그 정확함으로 칭찬하는 것은, 공사에 잘 건조된 목재를 사용했다든가 잘 혼합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사실로 건축가를 칭찬하는 것과 같다. 그런 것은 그가 하는 일의 필요 조건이지 그 본질적인 기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이란 결코 생선가게의 좌판 위에 놓인 생선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이란 때때로 근접할 수도 없는 넓은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같은 것이다.역사가가 무엇을 잡느냐 하는 데는 우연도 작용하지만, 대부분은 그가 바다의 어디쯤에서 낚시질을 하느냐, 어떤 낚시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역사가의 기능은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정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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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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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뷰 3
회화적인 것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그림은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과 체험의 결과물이다. 동시에 나를 경유한 타인의 생각과 느낌과 체험이다. 나와 타자는 스스로를, 누군가를, 무엇을, 어디를 '욕망'함으로써 같게 된다.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된다. 내가 타자로 빙의할 때 그림은 좋아진다.
오직 회화만이 보여주는 회화적 사실.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시각성에 대한 물음, 우리가 쳐다보는 대상들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원하는가 (슬라보예 지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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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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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우리가 언제 어디로 가게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일까. 어쩌면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이처럼 순간의 무모한 결정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실에 도착하면 늘 과거의 누군가가 남겨놓은 기분 좋은 물감 냄새가 나를 반겼고(...) 나는 녹음된 한국의 심야 라디오를 들으며 하나씩 마을의 산을 그려 나갔다. 심야 라디오를 아침에 듣는 건 내가 현실에서 뒤집힌 시간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반대의 시간에 놓여 있는 기분. 이렇게 시간의 틈을 벌려서 살아가는 것도 좋다. 
평평한 종이가 눈덩이로 변해가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마치 하얀 눈을 만드는 사람처럼 근사하게 느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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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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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테이프를 활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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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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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디자인하라
오늘부터 집 안에 물건을 들여오면 그 부피만큼 기존의 것을 버릴 각오를 하라.
자전거 타는 것을 생각해 보라. 가만히 있으면 균형을 잡기 어렵지만 두 발을 움직이면 저절로 균형이 잡힌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야만, 방향감각을 유지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남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그들로부터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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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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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사회학
삶의 평범성이 학문적 보편성의 근원이다.
사회학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때 존재 이유가 있다. 본래 학자는 사유의 대리인이다. 직접적으로 사회에 유용한 그 어떤 것도 생산해 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자의 존재가 무익하다고 판단되지 않는 이유는 사유의 기능이 학자라는 전문집단에게 위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유의 대리인으로 위임장을 받았기에 학자의 전문성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희안한 조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보편적 삶에 대한 성찰을 대리할 수 있는 능력에 뿌리 내리고 있어야 한다.
세속으로의 잠행을 마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오면 세속의 풍경을 체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책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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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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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모든것
우리는 시각적인 그림에 기초한 문화가 확대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세대는 지시와 표지와 상징을 그림으로 더 많이 표현하기를 원한다. 이제 대부분의 정보와 오락물에는 정지한 그림이든 동영상이든 이미지를 넣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은 시각적 표현으로 텍스트를 확대해서 텍스트 정보를 구체화하거나 장식해 주는 예술로 정의된다. 그러나 많은 상황에서 그림이 글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나타내는 도상 기호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버리세요!” 
(…) 무엇보다도 이 책은 예술이자 문학으로, 즉 시각문학으로 더 중요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예술의 한 형태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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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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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가지지 못한 것들이 우리를 밀고 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이 사실을 이해하면서부터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많이 원하자고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고 마음 먹었다. 왜 안 되겠는가? 어쨌든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면 새드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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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x-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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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의 의미
어떤 종류가 되었건 고통을 겪으면서 도시의 거리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포석, 문간, 벽돌담, 창문 같은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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