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jikeum

[jojikeum]

언젠가부터 뭔가를 이겨먹자고 달려드는 일이 굉장히 성가시게 느껴졌다. 사실에 반하는 의견일지는 몰라도 나는 긍정의 힘보다는 부정의 힘을 믿는다. 이 좆같은 세상도 근미래에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자꾸 뭔가를 고치려고 하다 보면 밋밋한 현실과 저 먼 평행 우주 어딘가의 행복한 내가 대조돼서 기분만 엿같아지는데, 거지 같다고 욕이라도 갈기다 보면 씨발 씨발 그래 죽지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별 수 있겠니. 하며 억지로 살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주 보아도 낯설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분명 모두 가지고 있겠지, 내 경우엔 그게 삶인거고.

요지는, 최근엔 그런 화풀이조차 잘 못하고 있단 거다. 목구멍이 어디서부터 막힌 건지 욕 한 마디 나오지 않는다. 또 눈물샘은 어떻게 닫힌 건지 눈물 한 방울 짜낼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이대로 콱 죽어버리는 것 아냐? 하는 물음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한다. 이대로 가버리면 몸에서 분명 검은 덩이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꼭 그런 기분이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바로 실연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린다.

난 워낙 기본으로 지고 있는 감정이 많아서 거기에 두어 가지 마음이 슬쩍 얹힌다 해도 웬만해서는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항상 몸에 병이 들면 그제야 마음의 병을 학습하고 인지한다. 요즘처럼 아픈 상태로 비 내리는 토요일 꾸역꾸역 집 근처 우체국에 갔다가 월요일에 다시 오라는 퇴짜를 받으면, 뭐 그때 이제 화가 나는 거지. 화가 난다, 이 네 글자 하나 꽉 껴안고 별 모양 블록처럼, 고꾸라지지 않는 이상 면 전체가 바닥에 평평하게 닿는 일 없이, 깨금발을 하고 어영부영 거린다. 완벽하게 구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떠 있지도 않은 상태로... 이 애매함이 난 좆같은 거다 진짜. 지겹게 괴롭힌다고 정말.. 나를.

종종 슬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근 몇 년간은 컵 속에 매직 샌드를 억지로 꾹꾹 눌러 담은 것처럼 압축된 그런 분노가, 월세도 안 내는 주제에 내 맘 깊숙한 곳에 터잡고 있다. 이것 때문인지 나는 짜증이 뭔지 모르는 사람처럼 아주 잘 살다가도 작은 일에 부아가 뒤집혀서 저린 목덜미를 주무르게 된다. 그렇다고 도움을 받을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엔 큰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들 나름의 고충으로 여기저기 치일 텐데 이런 하찮은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 없다는 것도, 그리고 실제로 사람은 타인을 단 하나도 완벽히 이해하는 일이 없다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jojikeum]

장장 여섯 시간에 가까운 인고에 허리춤까지 오는 펜스를 꼭 잡고 뒤에 몰린 관중들과 각축하며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뗀 적 없었음에도,

탈진 상태의 몸을 질질 끌고 딱딱한 방바닥에 뉘어 전화기를 붙들고 한 시간 전에 마주했던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워했음에도,

자고 일어나면 다리 곳곳 붉게 물든 멍 자국을 영광의 상처로 여기며 흐뭇해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넓은 세상에서 마주하는 각양 각색의 사진에는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존재할 때만 눈길이 간다는 건, 나와 같은 보통의 불완전하고 어쩌면 남루한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고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존재라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끌림이 내 마음속 양지바른 곳의 무구한 생각이 아니라는 건 더더욱 그렇다. 화려하고 정제된 일반인 모델들이 나오는 사진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유명인을 모방하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배척감이 드나 보다. 나란 사람이야말로 모방 없이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란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마음이 엄청난 모순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좋고 나쁜 사진을 가르는 개인의 이유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야..

[jojikeum]

존재만 하는 인생

[jojikeum]

구구절절 늘어놓는 하루가 점점 멋없어지는 건 어쩌면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나의 인생임을 알기 때문일지도. 효율적으로 사는 사람들과 짜인 세포부터 달라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곁눈질하던 것들이 동경으로 바뀌고 있다. 타자기가 만들어 낸 사실 가득한 글들이 멋져 보이는 때가 오네.

드라이브 마이 카를 감상하고 일전에 완독한 책의 접어놓았던 페이지들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소리내어 읽고 있다.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자못 도움이 될 만한 낭독법 같아 꾸준히 해 보려고 한다. 눈이 지나쳐 버린 글자들을 모아 천천히 음독하고 있노라면 별거 아닌 문장들도 주변 어딘가에 아로새겨지는 느낌이랄까. 비록 형체는 없지만서도.

[jojikeum]

올해는 굉장히 힘들었다. 고 정의할 수 있겠다.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매일같이 실체가 없는, 그렇지만 뭔가 모르게 막중한 임무 속에서 헤엄치다 잠깐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한 해가 저물고 있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과 공허함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 주변인들을 받아들이는 게 대상에 따라 어렵게 느껴지기도 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열두 장의 달력 중 마지막 장을 넘겨 다시 첫 번째 장으로 옮겨 간다고 해서 바뀔 문제는 아니지만, 그냥 끄적여 보자면, 올해는 정말 그랬다. 답답하고, 슬프고 무엇보다도 화가 났다.

언젠가 보았던 2003년작 영화 <밝은 미래>의 주인공 유지처럼 한 해를 보낸 것이 아닐까? 공교롭게도 같은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메종 드 히미코>의 한 장면도 문득 떠오른다. 자극 없는 인생과 인생 속 자극이 분노뿐인 것,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울까?

더 똑똑해지고 싶어요. 즐겁게 살고 싶어요. 가볍게 살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jojikeum]

무작정이 말만 쉽지 무작정 그렇게 하는 게 쉽나요

[jojikeum]

쨌든, 어느 무리에 속하든지 한발 앞선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테지. 무르고 근거 없이 당찬 사람이 못 되어 속이 보글보글 댄다면, 길게라도 걸어서 선두가 될 준비를 한다든가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마지막 층까지 오르면 될 일이건만. 가슴 한가운데에 단추만 한 구멍이 뚫린 채로 끝없이 회고만 하고 있으니, 승리욕으로 무장하고 무작정 달려드는 이들보다 훨씬 맹하다니까. 이기고 지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아니, 경쟁이 아닐 리가 있나.

[jojikeum]

어쨌든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행복한 삶이라고

[jojikeum]

이런 것들에 그만 좀 속상해해야 하는데. 세상 사는 여자들이 대우받지 못하는 것에. 사람들은 여자들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고 그걸 아는 나는 매일 그 기대치를 맞추려고 발버둥 치는데. 어차피 상관 안 할 테지만.

[jojikeum]

이제는 내 글에도 구김살이 덕지덕지 묻어버린 것 같아.

[jojikeum]

얕고 얇아 곁에 두지 않아도 한 번을 생각 안 나는 인연들. 이런 것에 마음 쓰이는 것을 보니 가을이 오기는 왔구나.

[jojikeum]

당장 한국에 가고 싶다. 설이건 추석이건 좋지 않은 기억이 빽빽한데 당최 뭐가 이리도 그리운 건지. 아침 일찍 일어나 마시던 새벽 공기 빼고는 내가 좋아하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는데. 주방에 풍기던 전 냄새도, 저따위 음식 필요 없는데. 괜히 한 사람 고생시킨다고 생각했고. 인터넷도 안되는 깡시골 친할머니 댁도. 귀성길, 귀경길 차에서 내내 싸우던 엄마 아빠도. 정말 하나도 좋을 것 없었는데, 참 웃기게도, 그래도 명절이니까 한국에 가고 싶다.

어제는 기분이라도 내자 싶어서 퇴근하고 한국 음식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는 내내 티비를 보고 게으름을 피웠다. 좀 전에도 먹다 남은 전으로 아침 끼니를 때웠는데, 한국에서 먹었던 그 특유의 전 냄새가 입에 폭하고 퍼지는 것 같기도 했구. 오늘은 왠지 오전 업무가 적어 ���말 연휴 느낌이 난다.

아무튼요, 너무나도 식상하지만, 추석 날 달을 보며 빈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니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요. 푹 쉬시고 내일도 모레도 행복하세요.

[jojikeum]

소위 청춘 영화라고 불리는 것들을 밤새워 보던 시절에는 20대가 되면 전투적이고 치열한 청춘을 보내리라 매일 다짐했더랬지.

20대의 끝자락에 돌아 보는 내 삶은 그 결의가 무색할 만큼 싱겁고 또 고루하다. 고작 두 시간 길이의 영상 속에 구겨 넣어진 허구의 인생을 내 28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지마는.

[jojikeum]

옷은 이렇게 입어도 민폐 끼치지 않습니다.

[jojikeum]

그래도 요즘은 이것저것 시도하니까. 그 자체가 대단하다고 서로 다독여주기도 하고. 책을 추천받기도 하고. 완벽해지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그러니 우리 그냥 용감해지자고.

나쁜 일은 목구멍 끝까지 밀어 넣어 하루가 퍽퍽하대도, 창 틀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면 가끔은 상쾌해지기도 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jojikeum]

이제 그만 일어나 볼까 눈 비비며 정신 차리는 때에는 해가 벌써 저물어가고. 몸은 꼿꼿이 서 있을 때도 말이야, 정신은 저 어디 한여름 아스팔트 위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그 위에 핀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거리 고만 있다.

[jojikeum]

그래서 인생이 조금 나아졌나 생각해 보면 또 그런 것 같지는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