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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1

이 열정은 얼마나 갈까?

지난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가 이시 우드의 개인전이 일민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오픈하자마자 가고 싶었는데 주말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드디어 갔다.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마침 도슨트가 진행 중이었다. 절반쯤 진행된 것 같았다. 도슨트를 따라 들은 후 다시 1층부터 3층까지 차례대로 관람을 마쳤다.

좋은 작품을 볼 때면, 좋은 작가를 만날 때면 즐겁고, 신나고, 기쁘다. 그리고 화가 난다. 난 이제껏 뭘 했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전시를 보고 너무 좋아서 배 아프다는 말에 자기는 너무 좋아서 온몸이 아프다는 대꾸를 받았다. 응 나도.

애정인지, 열정인지, 동경인지, 질투인지 뭐 그런 잡다한 마음에 한동안 이것저것 찾아보며 열을 내겠지, 그러다 금세 또 식어버리겠지, 그리곤 마냥 잊겠지. 늘 같은 패턴이다. 이러니 발전이 없지. 이러니 늘 화만 나지.

마침 오늘은 1일이고, 몇 달간 (사실 몇 년)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시 우드의 글은 흥미롭고, 나는 뭐라도 해야겠으니 방치해뒀던 블로그를 다시 또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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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年 8月 4日

내 동생은 몇 달 전부터 메이크업 학원에 다닌다. 종종 내 눈썹을 다듬어준다. 속눈썹 시술도 배운다고 한다. 마네킹의 기다란 눈썹을 한 올 한 올 말아 올린다고 한다. 동생은 새로운 시작을 했고 즐거워 보였다. 근데 마네킹이라니. 봄쯤인가, 남자친구 방에 누워 영화 한 편을 봤다. 제���은 기억이 안 나는데 밀림 속 부족들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제사를 위해 큰 부족이 작은 부족 사람들을 잡아다가 심장을 도려내고 머리를 댕강댕강 잘라냈다. 적나라하고 원시적이고 잔인했는데, 난 요즘 마네킹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장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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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9月 21日

이건 작년 유월. 아용이랑 북경에 다녀왔다. 재작년에 중국 친구들이 생겼고 작년 유월 그 친구들이 졸업 전시를 했다. 비록 전시가 미뤄져 보지는 못했지만. 북경은 너무 더웠고 친구들은 바빴고 우리는 지쳤다. 결국, 흐지부지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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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어릴 적 소풍 가면 자주 하던 수건돌리기 게임에서 술래가 되었을 때처럼, 누군가의 등 뒤에 몰래 수건을 떨어뜨리고 얼른 원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냅다 뛸 수도 없는 그때처럼, 나는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스름이 내릴 그 무렵이면 그 모든 풍경이 마치 길고 긴 문장처럼 느껴졌다. 주어가 있고 서술어가 있으며 체언을 꾸미는 관형사와 옹언을 꾸미는 부사까지 모두 갖춘 아주 긴 문장.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를 '이젠 없는 시간'으로, 미래를 '아직 없는 시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라는 건 환상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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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   김애란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사는 건 돈이 많이 드는 일 같아.

어른들의 하품을 먹고 자랐다.

우리 개는 작아서 십만원쯤 든대요.

수사도, 과장도, 왜곡도 없는 사실의 문장을 신뢰했다.

영원한 평일

아버지는 선물의 형식을 빌려 인생의 중요한 마디마디를 더듬고 기념하려 애썼다.

엄마랑 아빠는 지쳐 있었어.

‘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거든.

당신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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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7月 25日

엄마가 요즘 내가 듣는 노래 몇 곡을 적어 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점점 늙어 가는 게 무섭다며 운을 뗐다. 특히 감정이 늙는 게 두렵다고.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모두 미미해진다고. 특별히 놀랄 일도 없이 그저 간 졸이는 일만 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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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진실 |   장 필리프 투생

마리는 망하는 순간에도 품위를 고수하는 여자다.

저 남자의 존재가 보여주는 것은 나의 부재였다.

지나치게 세련된 것은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 뺨에서 거두게 하면서, 손을 잡는다는 똑같은 행위가 단순하고 격식 없이 삶의 일상적인 전개 속에서 행해지거나, 어떤 의도나 시선, 갑작스러운 진지함을 동반하거나, 그 행위를 강조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춘다거나 함에 따라 각기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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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6月 7日 (水) 체리와 커피

전기 주전자를 선물 받았다. 커피를 내려 마시도록 주둥이가 기다랗게 빠진 검은 주전자다. 오가는 사람들이 이 아담하고 잘 빠진 주전자에 대해 꼭 한 번씩 묻는 덕분에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다. 어제부터 비가 내린다. 쌀쌀한 바람에 오늘은 커피를 따뜻하게 내렸다. 원래 커피를 마실 줄 몰랐는데 옆에서 한 모금씩 따라 마시다 보니 이제는 곧잘 마신다. 챙겨온 체리도 씻어 그릇에 담았다. 매끈하고 진득한 게 닮아서 그런가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엄마가 체리를 박스째��� 사온 바람에 쉴 새 없이 먹고 있다. 목구멍이 따갑다. 내일은 감기에 걸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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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6月 6日 (火) 

해물 칼국수와 립스틱

혼자 전시를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늦잠을 잤다. 약속 시간 전까지 늘어져서 영화 한 편을 봤다. 답답해서 욕이 계속 나왔다. 천진한 것이 가장 잔혹하다고. 나갈 채비를 하려는데 강아지가 욕실화에 똥을 쌌다. 한동안 오냐오냐 예뻐만 해주니까 아주 제멋대로다. 그래도 제발 아프지만 말았으면. 요즘 안 하던 짓을 하나둘 해보는 중이다. 바다 생물을 먹는 것과 화장을 하는 게 주요 사항이다. 음, 해물 칼국수를 먹었고 베이지색 립스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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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6月 4日

회사 옥상에 텃밭이 생겼다. 예지, 은지 언니 자매와 성훈 오빠가 한 고랑을 맡아 키우고 있다. 루꼴라, 치커리, 바질, 애플민트, 토마토, 파 등 꽤 여러 모종을 심었다고 한다. 종종 채소들을 뜯어 오는데 쌉쌀한 게 불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 어제는 바질을 처음 따왔다. 주말에 엄마랑 아빠를 위해 파스타를 만들었다. 생 바질과 생토마토가 주재료였다. 가끔 오빠를 따라 옥상에 올라가는데 잡초는 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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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5月 29日

심지와 좌니 아저씨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주변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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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맛 |   하성란

맛은 맛이 아니라 추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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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5月 19日 - 22日

주말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숲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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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무슨 존칭, 무슨 웃음, 무슨 헛기침, 무슨 지시, 무슨 권유, 무슨 답변 등을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당분은 필요 없었다.

노인들이 지루하게 낮을 견뎠다.

너 너무 재밌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어졌어? 하지만 이제는 찾아오지 마. 다시는 찾아오지 마.

언제가 가장 행복하니, 그러면 노래를 하다가 죽었다고 할게,

사람이 불쌍하지 않게 죽을 수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엄마도 주기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지금보다는 덜 불행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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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5月 16日

‘굿바이 아용 ♥ 연지’ 와 관련해 서면 인터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타이포그래피 전문지인데 가라지 마켓과 함께 작업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작업실이라고 해도 그냥 자췻집이었는데. 내가 이런 걸 해도 되나 하는 생각에 빨리 끝내고만 싶었다. 글을 쓰고 지우고 다듬어갈 때마다 아용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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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5月 11日

종종 사무실에 휴지가 온다. 퇴근할 무렵이면 일찍 정리하고 나가 같이 산책을 한다. 경의선 숲길이라고 회사 건너편에 긴 산책로가 생겼다. 사람도 개도 많다. 휴지는 덩치도 꽤 크고 힘도 세서 목줄을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 그것도 그렇고 목줄을 쥘 때면 뭔가 잘못해서 다칠까 봐 항상 두렵다. 낡은 갈색 가죽 줄이 잘 어울리는 하얀 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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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年 5月 7日

메롱이가 아팠고, 사전 투표를 했고, 눈 수술을 했고 새벽 내내 잠을 못 잤다. 잔혹한 꿈을 꿨는데 온몸이 난도질당하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