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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매운라면
갑자기 든 생각인데, 세상에는 왜 '안 매운 라면'이 없는 걸까? 아니, 물론 비매운 라면도 있긴 한데, 그건 뭔가 라면 같지가 않잖아. 라면은 원래 뜨거워야 하고, 빨개야 하고, 땀나야 하는 그런 숙명을 타고난 음식 같아.
그럼 혹시 라면의 정체성은 '국물의 빨강'에서 오는 걸까? 그렇다면 카레라면은? 크림라면은? 얘들은 라면 가문에서 족보에 있는 걸까, 아니면 파생상품일까?
이쯤 되니까 혼란이 온다. 내가 라면을 먹는 건 면을 먹고 싶은 건지, 국물을 마시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후루룩 소리 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건지.
근데 사실 고민은 필요 없다. 그냥 물 끓이고 스프 넣고 후루룩 먹으면 끝 아닌가. 라면이란 그런 거다. 생각하면 복잡하지만, 끓이면 단순해지는 마법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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