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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t doesn't come bursting out of you in spite of everything, don't do it. unless it comes unasked out of your heart and your mind and your mouth and your gut, don't do it. if you have to sit for hours staring at your computer screen or hunched over your typewriter searching for words, don't do it. if you're doing it for money or fame, don't do it. if you're doing it because you want women in your bed, don't do it. if you have to sit there and rewrite it again and again, don't do it. if it's hard work just thinking about doing it, don't do it. if you're trying to write like somebody else, forget about it. if you have to wait for it to roar out of you, then wait patiently. if it never does roar out of you, do something else. if you first have to read it to your wife or your girlfriend or your boyfriend or your parents or to anybody at all, you're not ready. don't be like so many writers, don't be like so many thousands of people who call themselves writers, don't be dull and boring and pretentious, don't be consumed with self- love. the libraries of the world have yawned themselves to sleep over your kind. don't add to that. don't do it. unless it comes out of your soul like a rocket, unless being still would drive you to madness or suicide or murder, don't do it. unless the sun inside you is burning your gut, don't do it. when it is truly time, and if you have been chosen, it will do it by itself and it will keep on doing it until you die or it dies in you. there is no other way. and there never was.
So You Want To Be A Writer - Charles Bukowski
좋아하는 시. 창작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지지하는 든든한 목소리 같아서 늘 벽에 붙여놓고 있다. 누군가 내 블로그를 본다면 어려운 단어들로 이루어져있지 않으니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video from © a kid with a camera
https://www.youtube.com/c/akidwithacameraorjustilln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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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일의 안 즐거움.
_ 도희서
한동안 뒷마당에 나가지 않았다. 세 번 잔디를 깎았을 뿐 정원을 가꾸거나 거닐지도 않았다. 새나 고라니 소리가 들리면 창밖의 뒷산을 바라보기만 할 뿐 평상시 나는 의자에 깊이 앉아 네모난 창 속에서 매일 변화하는 풍경을 감상한다.
나는 시골에 살지만 텃밭을 가꾸지 않는다. 텃밭을 가꿀 공간도 충분하고 잘 조성된 정원도 있지만 채소를 기르지도 꽃을 심지도 않는다. 나는 도시 보다 분명히 시골을 좋아하지만 내가 도시 탈출을 한 이유가 농작물을 키워 먹는 재미를 위해서나 꽃밭을 가꾸며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도시의 피곤함과 소음에 질려서 떠났다. 난 그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방해 받지 않고 하루하루 보낼 수 있기를 원했다. 물론 모든 시골이 다 고요하고 평화롭지는 않다. 시골 원주민들은 의외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농작물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떠난 후에도 나는 그런 곳을 피해 방랑을 계속해야 했다. 한 때는 나도 텃밭을 가꾸고 정원에 꽃이나 나무를 심으며 지낸 적이 있지만 어느날 1톤 트럭을 가득 채운 화분들을 이사시키고 겨울 동안 실내에서 난방을 해주며 살아있도록 만든 이후 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모든 식물들을 노지 땅에 심어주며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 스스로 사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텃밭과 정원을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분명히 나는 아니다. 텃밭을 한 번도 가꿔보지 않은 도시 사람은 자신이 예쁜 작업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느긋하게 흙을 만지는 시골 살이를 꿈꿀지 모르지만 그건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텃밭을 가꾸는 건 봄 부터 가을이 끝날 때 까지 해야할 일이 끝이 없으며 그 노동강도도 작지 않아서 자주 근육통에 시달려야 할 수도 있다. 일의 종류가 다를 뿐 도시에서의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피곤하며 그런 피로는 텃밭의 크기가 클수록, 텃밭에 대한 집착이 심할수록 더 크다. 벌레가 파먹은 잎사귀 하나에도 민감하고 잡초 하나에도 짜증이 난다면 그 스트레스는 극한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것들을 막기 위해서 스스로 텃밭에 더 많은 일을 만들어낸다. 정원 일도 마찬가지다. 쭉쭉 자라는 나뭇가지들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전정 가위를 들고 매일 서성거리거나 매년 죽어버리는데도 그저 잠깐 예쁜 것을 보겠다고 철마다 일년생 꽃들을 사다 심는 일도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나는 언젠가 일년간 구입한 꽃과 나무에 대한 금액 총액을 합산해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러니까 그런 인위적으로 꾸민 예쁜 정원을 만들기 위해선 자신의 피곤함을 극복할 특별한 애정과 그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언젠가 횡성에 살던 번역가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을 추구하는 두 사람의 집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활 집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집이었다. 방안에 쓰레기통이 없고 대신 안쓰는 종이 봉투를 활용하는 그들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재미없게 느껴질지 모르나 나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때 그 번역가는 앞마당을 거닐며 내게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심지 않아요. 가끔 야생화 꽃씨를 뿌려줄 뿐 땅을 파고 거름을 주고 심고 가꾸고 그러지 않아요.” 그들이 씨를 뿌린 야생화는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자라나며 자라지 않는 나머지는 그냥 그렇구나 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었다. 도시에서 하루에 백 통의 이메일을 회신하고 밤 10전에 퇴근하는 일은 거의 없던 나는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것은 쓰지도 않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이기도 하고, 듣기 싫어도 들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지만 키 큰 나무들이 있는 숲 속에서 장기 투숙색처럼 가만히 머물고 싶은 것이지, 시골에 큰 집을 짓겠다고 땅을 파고 나무를 베고 손이 많이 가는 정원과 텃밭을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헤세의 책 제목처럼 정원 일의 즐거움을 꿈꾸지만 헤세처럼 정원에서 사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원을 가꾸는 것도 아파트 인테리어를 하듯 남들보다 크게 남들보다 화려하게,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해 매일을 전투적으로 산다. 그건 장소만 도시에서 시골로 옮겼을 뿐 어쨋든 피곤한 일상 아닐까.
나는 아직 내 손으로 내 집을 짓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집에 대한 설계는 도면처럼 명확하게 내 머리 속에 있다. 필요한 소재와 쓰지 않을 것들의 리스트가 분명히 있고 어떻게 하면 집관리라는 소모적인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 건축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다. 집이 있어야 하는 장소나 집의 크기로 내게 최적의 집의 형태는 소로우의 집이 가장 비슷한 형태다. 단지 나는 나무로 짓지 않고 콘크리트를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 있어야 할 곳이나 크기는 같다. 단순하고 간소한 삶을 살기에 충분한 최소한의 작은 집을 사람의 손이 훼손하지 않을 자연 속에 가만히 놓는 것. 인간이 만든 어떤 공원이나 정원도 긴 시간 스스로 형성된 숲 보다 아름다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곳에 안겨있고 싶지 그런 곳��� 변형하고 남은 생 동안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고 싶지 않다.
이전에 전세로 살던 집의 집주인은 바로 이웃에 살았는데 그 분은 나만 보면 정원의 나무들을 가지치기 하는 법을 알려주려 했다. 그 분은 집에 있는 날이면 늘 전정 가위를 손에들고 정원을 빙빙 돌았다. 하지만 나는 그 분의 바램대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분은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길게 자란 나뭇가지가 왜 보기싫은지 모르겠다. 그대로두면 그 나뭇가지가 인간을 공격 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어쩌면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단순히 게으른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소중한 건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숨쉬고 깊이 생각하는 일이다. 나는 나의 마지막 집을 짓게되면 텃밭은 물론 잔디도 심지 않고 철마다 손이 가는 정원도 절대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정원을 만들지 않아도 그대로 항상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그대로 아름답고 조용한 곳에 가만히 집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들이 실은 안 해도 되는 일이고,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 필요 없는 것들이며, 연락이 끊길까봐 조바심내는 주소록의 많은 번호가 실은 필요 없는 것들이라는 걸 깨닫는 건 어렵지 않다. 지금 해야한다고 생각한 일을 하지 않고,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물건을 버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십분의 일로 줄여보면 된다. 당장 휴대폰을 서랍에 넣고 일주일을 살아도 내 삶에 아무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면 우리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스스로 안고 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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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푹 잠들지 못하는 나는 자다가 중간 중간 몇시나 됐는지 시계를 본다. 새벽 1:30. 갑자기 목욕을 하고 싶어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욕실 창을 연 채 물에 들어갔다. 항상 평균 1데시벨 정도의 실내 생활을 하다보니 창을 열면 들려오는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나 작은 풀벌레 소리도 선명하고 아름답게 들린다. 키스 쟈렛의 쟈스민 앨범을 틀어놓고 타이핑을 하다가 문득 파리의 메트로 쟈스민이 생각났다. 전철역 이름이 쟈스민이라니 나무 예쁘지 않은가. 언젠가 몇 번 째 파리에 갔을 때인지 모르나 파리에서 메트로를 이용해 이동하다가 우연히 쟈스민이라는 역 이름을 보고 계획 없이 무작정 내린 적이 있다. 그때가 처음 그곳을 간 날이었다. 지금도 그 동네의 길과 냄새, 기온과 색이 기억난다. 파리가 대표적으로 낭만적인 도시인 이유는 골목 곳곳에서 철학자, 작가, 예술가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살았던 곳, 그들이 술 마시던 장소, 그들이 산책하던 길. 하지만 나는 메트로 쟈스민의 이름도 꽃이 아니라 시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https://www.instagram.com/p/B24kb4lJAQr/?igshid=15koc7e2md2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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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완벽하게 고요할 때가 있다. 적막함은 내면으로 여행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토록 조용한데 뭘 더 바라는거지라며 자책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음악도 흐르지 않고 냉장고 모터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새벽 세시, 뒤척이다 일어나 세수를 했다. 내 발 밑에서 웅크리고 잠든 강아지도 소파에서 잠든 고양이도 누구 하나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이런 ��요함은 순간 안도하게 만든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속세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방호막 속에 있는 느낌.
어둠 속에서 등대 불빛처럼 보이던 휴대폰이 희미해지며 창밖이 밝았다. 무언가 부딪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창밖 떼죽나무 사이에서 벌 한마리가 휘청거렸다. 다섯시가 지나니 새가 지저귀기 시작한다.
보다 깊이 들어가 온전한 나를 건질 때까지 나오지 않고 싶다. 완전히 고요한데 온전히 고요하지 못한 건 내 안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책상 위의 모든 걸 싹 없애버리고 노트북 하나만 남기는게 나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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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가 좋아서 수차례 관람하러 가는 것과 어떤 책이 좋다고 여러 번 구입하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다. 책은 한 번 구입하면 본인이 소장하며 언제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 번째 구입한 같은 책이 있다.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 DESIGNING DESIGN’이라는 책인데, 첫번째 재구매는 이전에 산 책을 더이상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너무 다시 읽고 싶어서 다시 산 것이었고 이번에 또 다시 산 이유는 두번째 산 책도 언젠가 처분하고 이젠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무척 크고 두꺼운 스페셜 에디션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이런 특별판이 따로 있는지 몰랐다. 얼마전 우연히 MMCA 내 서점에서 발견했는데 비치된 책을 미리 볼 수 없도록 비닐로 싸여있었다. 그저 같은 책을 판형만 키우고 고급 종이를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두꺼운 그 책이 난 궁금해서 그 자리에서 출판사 안���라픽스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똑 같은 책이 크기만 큰거라면 다시 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를 통해 이 책은 기존 책 보다 텍스트의 양도 더 많고 이미지도 더 많이 실린 특별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오만원이 넘는 책이지만 왠지 가치가 있을 것 같아 구입한 후 이제 조금씩 펼쳐보고 있다. 사실 책이란 어떤 책의 모든 텍스트가 무의미 해도 한 줄의 문장이라도 내게 의미가 있었다면 그 책은 그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도움에 되는 말 한 줄을 만원을 주고 샀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나는 순수 문학이라는 범주 밖에서 그들의 글이 좋은 사람이 몇 있다. 하라 켄야, 손열음, 칼 세이건, 전우익 등등. 실은 멋진 소설이나 시 보다 더 많은 문장에서 감동을 받는게 사실일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p/BtpIFAsgaz2/?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29ktta3ivw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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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코. https://www.instagram.com/p/BtpDCbfAQ0j/?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l7ip5eo5np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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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다른 고양이 야옹- 소리를 들려줬더니 녀석들 반응. - 뭐야? 누구 온거야? 밖을 본다. - 너도 소리 들었지? 토론 한다. - 응? 마주 본 김에 뽀뽀나 할까? https://www.instagram.com/p/BtpCe7AAbkp/?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1hymo62re7c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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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협주곡, 교향곡 등의 연주 형태나, 작곡자 또는 연주자가 누군지에 따라 무엇을 들을지 선택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 외에 조금 다른 방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곡의 속도다. 클래식의 경우 대부분 작곡자가 지정한 연주 속도가 적혀있기 때문에 설상 그 곡을 처음 듣더라도 적어도 그 곡이 어떤 속도로 연주될 것인지는 상상할 수 있다. 나는 느린 연주를 좋아한다. Largo, lento, adagio, adagio sostenuto, andante 등등 느림에 대한 많은 단어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기쁨 보다 슬픔의 감정을 느끼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지, 잔향과 여백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스트리밍을 서비스하는 여러 어플리케이션들은 시간별 계절별 날씨별 등으로 큐레이션 한 플레이리스트들을 제안하는데, 그중 아침에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플레이리스트들은 대부분 장조에 경쾌하고 최소 미디움템포 이상의 것들이 주를 이룬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 차분히 아침을 맞이 하는 나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아디지오를 고르다가 쟈클린 듀프레의 연주를 듣고 싶어졌다. 옳은 선택이었다. Kol Nidrei op. 47 (Arr. for Violincello and piano) Adagio ma non troppo - Un poco più animato. Jacquelin du Pré. Gerald Moore. https://www.instagram.com/p/Bto5w7bgDyC/?utm_source=ig_tumblr_share&igshid=kfo65blgp0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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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위한 최상의 환경이 무엇일까. 수차례 배치를 바꾼 후 책상 앞에 서서 이제 좀 괜찮군 이라며 혼잣말을 한다. 가끔 강아지 발자국 소리가 들릴 뿐 너무나 고요한 나의 작업실, 음악을 끄면 그 순간 가득차는 적막감이 좋다. 많은 것을 줄였는데도 또 줄일 것을 매일 발견하는 나날들. 어느정도 물건 정리를 하고 컴퓨터 안의 수많은 파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고 보니 이건 물건 정리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오늘 아침도 멧새들이 바닥에 흩어진 무언가를 쪼아 먹는다. 흩어진 것들을 순서대로 먹는 것쯤은 쉬운 일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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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열 번, 적게는 세 번을 나와 함께 이사를 다닌 녀석들은 이젠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는다. 1톤 용달로 가볍게 이동할 수 있는, 많이 단순해진 나의 살림이지만 그래도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피곤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눈 앞에 숲이 펼쳐지는 커다란 창과 작은 창을 가지게 된 녀석들이 부지런히 앞과 뒤를 왔다갔다 하기 바쁘다. 피곤해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없는 고래의 부산한 소리에 잠을 깼다. 이제 해가 뜨려나 싶어 몸을 일으켜 숲을 바라보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웠더니 이제 겨우 자정을 넘겼을 뿐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검은 숲을 본다. 눈이 쌓이면 무척 예쁘겠지. 길고 길었던 블록 상태를 이틀 전 설치한 스크리브너가 깨주었다. 왜 진작 이걸로 작업하지 않았을까. 쉽게 의욕 상실에 빠지게 만들었던 답답함이 한 방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겨울은 다시 돌아온 이 강과 숲 사이에서 그토록 바라던 나와 이야기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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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더 잘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딱따구리, 고라니, 족제비. 올 겨울도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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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눈을 떠서 계속 목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목욕이라는 행위는 내게 명상이나 진통제와 비슷하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순간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단어들을 잠재우고 비로소 잠시나마 편안해짐을 느끼는 것이다. 국내에는 마음에 드는 온천이 너무나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 전 휴대폰으로 찾아 본 한 온천이 날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언젠가 2년 전이었나 주왕산을 다녀오다가 본 청송의 대명리조트. 그때는 오픈 준비 중이었는데 이젠 오픈한 모양이었고 그곳에 온천 스파가 있는데 시끄러운 풀장 같은 다른 스파와 다르게 깨끗하고 조용한 일본 온천에 그나마 가까워 보였다. 청송까지 차를 몰고 두시간 안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샘온천은 기대한만큼은 아니었지만 다른 실망스러운 국내 온천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곳이었다. 노천탕에 앉아서 찬바람이 머리를 스치는 걸 느끼며 앞으로 어떻게 ��야 할까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대체 몇 년을, 아니 몇십년을 해야 그만 할 수 있는걸까. 바다에 가고 싶었다. 바다를 본다기 보다 예전부터 구경하고 싶었던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파도 위에 사람들이 보드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고 멀리 보이는 그들은 무척 평화로웠다. 그것은 바라보면 편안해지는 장난감 같았다.
책상에 앉는 것이 힘든 나날이 너무 길게 이어졌다. 많이 비웠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어쩌면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버리기 전에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지금 내게 남아있는 건 한 톨일까 한 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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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울었다.
반듯한 테라조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한 방향으로 굴러갔다.
낙엽 구르는 소리는 왜 이다지 쓸쓸한걸까.
아주 먼 곳에 갇혀 있는거라면, 어떤 욕망도 유혹도 소용없는 일이라면
난 더 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갑을 손에 채운지 너무 오래됐다.
열쇠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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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불을 켜고 잠든 지 며칠 되었다.
하지만 책은 펼쳐진 채 머리맡에 있을 뿐 길고 얕은 잠을 자는 나날이다.
다섯시. 누운 채 눈을 뜨고 휴대폰을 손에 들고 엄지 손가락으로 몇 개의 앱을
펼쳐 보다가 어떤 분의 포스팅을 보았다.
아마도 최근 제주에 내려가신 건지 제주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문득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주에 살 때 매일 같이 듣던 바람소리.
내가 살던 때는 지금처럼 제주가 인기있기 전이어서 일 년 정도 살 촌집 정도는 공짜로도 구할 수 있었다.
그때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 순식간에 방안에 구름처럼 밀려들어왔다.
나는 왜 섬으로 갔고 왜 섬에서 나왔을까.
알고 있지만 모르겠는 것들이 있다. 기억하지만 추억하지 않는 것처럼.
왼손으로 잡은 휴대폰이 등대처럼 빛났다.
난 일어나서 지금의 감정을 써놓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침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나 때문에 놀랐는지 침실 문 앞에서 자던 개가 깜짝 놀라 일어났고 고양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마치 하나의 작은 밤들 인것처럼 자고 있다.
물을 끓이고 즐겨쓰는 커피잔을 꺼내 커피를 담고 냉장고를 열어 세 알 남은 딸기를 접시에 담아 작업실로 들어섰다. 새벽빛에 푸른 방이 12시간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는 인도의 어느 플랫폼 같았다.
끄지 않은 컴퓨터에는 요즘 작업하고 있는 책의 원고들이 떠 있는데, 이렇게 진도가 느리다면 이걸 과연 요즘 작업하고 있다고 하는게 맞는지 그저 일상의 손버릇 뿐이라고 얘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듣는 새벽의 키보드 소리가 좋다. 매일 아침 칼럼 한 편 씩을 써내던 오래전 나의 에너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운좋게 상을 받고 등단을 하고 시집을 내고 산문집을 내고 소설을 쓰고 연재를 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렇게 글만 쓰며 살아가던 나날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문학도, 역시 둘 만의 동거기간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 파트너들은 생활비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난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한 다른 방편을 늘 고안하고 실천해야만 했다.그것이 내 인생이다.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 무언가 다른 것을 해야만 하는 삶.
여기까지 오는게 힘들고 지쳤는지 요즘의 난 기운이 많이 없어졌고 슬프게도 이젠 무엇을 하고 싶다 보다 무엇을 하면 왜 안되는지를 더 깨닫게 된 사람이 되었다.
제주에 살았을 때 난 지금보다 행복했었을까.
단절은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유용한 단어다.
지리적인 고립도 단절을 실행하는 방편 중의 하나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를 둘러 싼 관계와의 단절이고, 생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사회 시스템에서 가능한 최대로 ��프그리드 하는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빈 공책과 펜 한자루만 있으면 다른 무엇도 필요없는 단순한 삶을 산다면 그것은 사실 가장 풍요로운 삶일텐데 우린 그 상태를 이루는게 그렇게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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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가장 슬펐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사랑한 사람들과의 이별이 이어졌다는 것만으로도 2017년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쓸쓸하다.
티비 속에서 해가지는 바다를 보고 코발람이 생각났다.
오랜 인도 여행에 지친 나를 진정 쉬게 해주었던 코발람 비치.
그때 본 붉은 벨벳 같던 노을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떠나야 할 때 인가.
머리 속에서 먼 곳, 멀고 먼 곳을 생각한다.
자꾸만 눈물을 닦는 비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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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눈이 내리고
눈이 쌓이고
보고싶다는 말이
둥실 떠올라
그곳에
눈이 내리고
눈이 쌓이고
보고싶다는 말이
가득 쌓이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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