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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네요. 내가 이룬 이 보잘 것 없는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그래서 그 때 처럼, 늦은 밤 조금 취해 버스정류장에 앉아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어깨에 툭 기대어 잠시 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거라고 일말의 기대도 사치라고 거세게 다그칩니다. 이제 내 삶은 ��저 덤인거고,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오래오래 보고싶을거고, 오래오래 후회할거고, 오래오래 당신을 그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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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지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네 차와 같은 종류의 차만 봐도 마음이 쿵 소리를 내는데, 그게 정말 네 차가 맞았다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지 않을까. 어느샌가 내려놓고 있던 우연히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주체할 수 없이 마음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을. 지금은 없는 너를 돌아오는 길에라도, 딱 3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고 사실 조금 설렜는데,
돌아오는 길에 네가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아주 멀리서 보았어.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쉬울리가 없겠지, 생각하며 멀어지는 네 차를 보고 한참을 서 있다가 아주 무거운 마음을 질질 끌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어.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쉽게 허락될리 없겠지.
널 보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아쉽게 됐네.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이 픽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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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고요하게 가라앉은 밤공기와 터덜터덜 발소리가 속 시끄러운 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차분하고 조금 쓸쓸한 음악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쉬��� 않고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과 온전히 대면하기 위하여 이어폰은 꽂지 않기로 한다.
그날은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다들 나처럼 밤공기를 즐기며 산책을 하러 나온 건가?' 생각이 들었다가도 너무 지나친 인파에 이내 '이거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생각을 이어가며 작은 산을 지나 공원을 걸었다. 너와 이런저런 기억들이 있는 그곳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네 생각이 났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그곳에 마치 일행이라도 된 듯 함께 앉아, 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마주쳐도 니 앞에 설 용기가 없어 숨어버릴 건 자명한 일이었지만 유독 그리운 차분하고 낮은 니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꾸짖기라도 하는 듯 하늘에서 호통을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호통에 기가 죽은 듯 움츠러들었던 나는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꽃이 하늘을 무대로 삼아 황홀한 춤을 추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한 절의 오래된 행사였던 것이다.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광경에 움츠려 든 몸을 피며 한참을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신 감탄사를 내지르며 모두 한 마음으로 하늘을 응시했고, 그 표정과 눈빛들에 덩달아 조금 설렜다.
그 순간, 시간이 멈췄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눈빛이 일제히 일시정지되었고, 그 수많은 소음들은 누군가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 듯 고요해졌고, 하늘을 수놓던 불꽃마저 멈춰버렸다. 너였다. 그 모든 것들은 너를 가리키고 있었다. 네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누군가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 뜰 필요도, 믿기지 않다는 듯 눈을 비빌 필요도 없었다. 수 백명의 사람들이 뒤엉켜 있더라도 내가 너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붙잡아 세우고 싶었다. 잘 지내고 있냐고 어떻게 지냈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다 이내 세 발자국 뒤로 멀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너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쓸쓸하기보단, 고마웠다. 너를 떠올리면 그려질 새로운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게 도와준 그 모든 순간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처님에게 '고맙네요.' 이야기하며 나는 이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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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버린 편지글
먹먹한 마음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만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꾸준히도 떠오르는 너를 쉽게 잊지 않겠다는 내 고집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의 반절이 넘게 흐른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네가 꿈에 찾아온다고 말한다면 너는 믿을 수 있을까. 아, 네가 찾아온다는 말보단 꿈에서 마저 널 그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말이겠다. 불가항력적으로 쌓여가는 너에게 닿지 못할 이 마음을 피하지 못하겠으니 차라리 '마음 한 구석에 고이고이 쌓아놓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흐려지겠지' 생각했건만, 역시나 시간은 내 편에 서지 않았고 그 모든 마음들은 우매한 내 생각보다 더 짙은 색과 진한 향으로 빽빽하게 쌓여 마음의 바람길을 꽉 막아 환기가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내 글과 사진, 감성과 감정, 그 모든 것들의 근간은 너였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였는지도 모른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고 나는 변명이 필요했으니까. 이윽고 녹슬어가는 마음이 더 병들기 전에 네가 떠오를 때마다 이렇게 두서없이 보잘것없는 글들을 써 내려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너를 더 밀도 있게 생각하고 떠올리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내는 것, 그것만으로 마음에 바람이 통하고 환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은밀한 일기장이 될지, 열심히 썼지만 보낼 수 없어 이내 구겨버린 편지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습게도 조금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 모든 글 들이, 네 말대로 이리저리 빙빙 돌려가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되뇌던 비겁한 내가 조금은 솔직해질 수 있는 대나무 숲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보게 되는 날이 올까? 이미 이 모든 것들이 너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버렸겠지만.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못한다. 아무쪼록 나라는 존재가 너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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