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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으로 가려고 애쓸수록 풍요로워지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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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무 힘들때 하는 생각

본질로써 존재하는 내가 되고 싶다. 내 앞에 붙는 수식어가 무엇이든 그것은 '감히' 붙는 것이고 그냥 지구를 살아가는 몇십억 인구 중 하나로, 그 자체로 인정받아 살아가고 싶다. 그 어떤 것도 나 자체의 본질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없다. 나보다 앞서서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인생 어느 기점에 가서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의 발생을 내가 허락 하면 안된다. 물질적인 외부의 것에 집착해 스스로를 상처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외부의 것을 쫓다간 나를 잃어버린다.

하루는 외부의 것이 나를 초월해 그게 내 전부인 날이 있었다. 그건 나를 우매하고 아둔한 인간으로 상정해 끝까지 벼랑 끝으로 데려가 너는 고작 이것뿐이라고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쳐댔다. 걔를 이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우리는 유구한 세월동안 사회화를 거쳤기 때문에 그게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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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취준생 이상의 나이를 먹은 한국인들은 전부 일정 수준의 우울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우울은 표출되지 못하고 그저 몸의 일부처럼 가만히 존재하기만 한다. 표출되는 우울과 표출되지 못하는 정적인 우울에는 차이가 있다. 표출하는 걸 그냥 포기해버리면 마음 속 무거운 침묵의 응어리로 늘 함께하게 된다. 우울함을 표출하는 것을 아예 포기해버리게 되는 과정이 ���무 슬픈 한편 납득이 가서, 더 슬프다. 사람 사는게 왜 이���게 힘들어야 되나 싶다. 다들 너무 안쓰러울만큼 최선을 다해 산다. 사회 전반 기저에 우울이 지독하게 깔려 있는데 아무도 거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인스타든 페북이든 언제나 꼭 행복을 전시해야할 필요는 없는데 마치 다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강박에 쫓겨 행복 전시 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으쌰으쌰하게 만들었을까. '잘 살아보자'가 아니라 '잘 살지 못해도 괜찮다' 말해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우울과 무기력은 허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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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같은 언어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기가 힘들었다. 그건 내 세상 외부의 노래가 아니라서 허락없이 그대로 내 안 현실에 침범하고 가슴을 긁어내 상처를 냈다. 나는 그냥 도피를 하고 싶은건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에게 국내 영화를 보기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 어느 때 보다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만 이 세상이 지옥인걸까 친구야. 헤어져 혼자 집에 오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그래도 이만큼 쓴 만큼은 이만큼 살 수가 있었다. 내일치 목숨 값만큼을 계속 해서 쥐어 짜내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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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연속된 시간을 산술적으로 나눠놓은 숫자들이 나를 조바심 내게 했다. 결국은 뭉텅이일 뿐인 공기의 흐름들이 지나가는 게 나는 겁이 났고 내가 핸드폰으로 접하는 모두와 미디어로 접하는 모두는 그 흐름에 발맞춰 참도 즐겁게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종말엔 또 구질구질한 환경 탓을 했고 우울했다. 태내의 선택이 신의 계획이든 생물과학의 우연한 페이지이든 나는 그냥 씨발 다 원망스러워 울고 싶어 졌다. 작년부터 누군가 내게 종교를 물어보면 나는 무교라고 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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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다고 보낸 카톡 하나에 어둠 속 잠을 해치고나와 불을 켜준 친구가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난 새벽이 있다. 친구�� 답장은 텍스트 속 내용을 넘어 그 시간 속 내 존재가 증명되는 신호였다. 함께 있으나 함께하지 않는 군중들 속에서 나는 그 날 새벽에 위안 받는다.

이국종 교수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반지의 제왕 속 프로도를 위해 싸워주는 친구들을 이야기하며 현 시대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일부 공감을 하는 동시에 나는 개인의 짐을 누가 나눠들어주겠느냐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비소를 지었다. 그도 뜬 구름 잡는 소리나 하는 꼰대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연대해야하고 구조와 자본을 뛰어넘어 좀 더 전인류적인 생각을 해야한다는 그의 의미를 이제 깨닫는다. 손을 뻗어 나를 끌어올려 줬던 건 자본의 소비로 이루어지는 일시적인 기쁨이 아니라 내 존재를 인정받는 온기를 지닌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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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타인의 행복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부디 너의 행복을 거머쥘 수 있도록 보람찬 나날이 되어야해 꼭. 너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서두르지 말고 또 인생을 너무 삐뚤게 보거나, 원망하거나, 미워하거나, 샘내지 않기를. 그게 너에 대한 나의 작은 바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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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어른의 모습과 어른의 주변을 갖고 있어서 결국 니가 진짜 어른이 되었을때 자각하지 못하고 영원히 어린애로 남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난 아직도 미성숙한 나를 감당하기가 힘들곤 한데 너는 어때. 너가 그렇게 차곡차곡 단정히 자랄 수 있었던 건 네 주변 세계가 부드러웠기 때문이야? 아님 너의 필터가 正이었기 때문이야? 자기 몸만큼 익숙한 얼굴들과 닳을대로 닳은 많은 주제 속에서도 웃음을 잘 터뜨리는 네가 신기하다. 타의에 의해 한정�� 너의 세계 속에서 너 나름의 즐거움을 찾게 된 건 아닌지 조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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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나는 걔를 푸딩같은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걔는 몸이 건강한 만큼 마음 또한 그 못지 않게 건강한 애라서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것들에 긍정적이고, 다쳐도 회복이 빨라서 같이 있으면 그 공기마저 그 애같이 온순하고 따끈한 느낌으로 가득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 결국 겉모습 때문이라고 믿는 나지만 나는 너의 영혼까지도 사랑하게 된 듯하다.

혼자 있을 땐 주로 조용하고 슬픈 팝을 즐겨듣는다는 걔의 말을 듣고 마음 한구석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즐겨듣는 음악이 그 사람의 감정을 지배하곤 하니까. 이성보다는 감성의 파이가 커보이는 걔이고 그 감수성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고 어두운 색일 것 같아서 그래서 좀 걱정이 됐다.

젊음을 온통 꿈에 바친 너야. 다른 애들 시시콜콜하고 지루하고 소박한 삶 살고 있을때, 너는 걔네보다 조금 더 스펙타클한 삶을 지냈고 그 몫으로 너의 청춘과 젊음을 바친 너야. 네 젊음의 유품이 사진뿐이지 않기를, 너의 청춘이 남들의 장식품이 되지 않기를.

안쓰럽진 않다. 안쓰러운거로 치면 내 스스로가 가장 안쓰러워서 나는 언젠가부터 누구 불쌍하다는 말을 잘 안한다. 특히나 걔에게는 더욱더. 걔는 그 누구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류의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나는 걔가 둥그래서 좋다. 나는 잠시 걔 인생을 보고 감탄 좀 하다가, 좀 즐거워하다가 그렇게 또 내 갈 길 가는 입장으로서 너가 나에게 담백한 희망을 가져다 주어서 내 개인적으로 되게 고맙게 생각한다고-이 새벽 걔 목소리를 들으며 씻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