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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점심을 먹고 오후쯤 작업실로 나섰다.
작업실 앞에는 꽤 큰 규모의 교회가 있어 일요일은 물론이고 일주일에 서너번쯤 사람들이 붐비는 때가 있다. 그날도 일요일 아침이라 어김없이 교회를 오가는 사람들로 작업실 앞이 시끌벅적했다. 교회 앞을 지나 작업실 앞에 서서 문을 열려 열쇠를 돌리고 있던 나의 뒷편에서 꼬마아이의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 소리가 들렸다. 설마 나를 향해 인사하는 것일줄은 생각도 못한채 문을 열고 있는데 같은 소리가 서너번쯤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자전거를 탄 조그마한 사내아이가 나를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마알간 얼굴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나도 모르게 아이와 같은 얼굴로 안녕 인사해주었다. 모르는 아이였다. 한번도 마주 친 적 없는. 일면식 없는 작은 아이의 천진난만하고도 맑은 인사소리가 순간 내 마음에 한차례 파도가 철썩이고 지난간 것 처럼 많은 것들을 씻겨내려가게 해준것 같았다. 길거리에서 주로 내게 인사를 건네는 모르는 이들은 사이비종교단체의 소속인이거나 길거리 잡상인이거나 대게는 둘중 하나였는데 그 흔한 안녕하세요라는 인삿말이 이리도 싱그럽고 해맑은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이의 의도가 없으며 나중말이 없는 인사는 정녕 내게 안녕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래 안녕 꼬마야 사실 난 내 안녕에 별 관심이 없었어. 설령 관심이 있다하더라도 진짜 내가 안녕한지 잘 모르겠거든. 안녕할 수 있는 방법도 잘 모르겠고. 그런데도 안녕하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너의 인사말을 듣고 나니 왠지 앞으로 정말 안녕할 수 있을것 같았거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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