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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감기
너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걸로 강해지려고 하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징징거리는 것이고, 그건 곧 약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도 과묵해지고, 멋있어지고 싶어. 하지만 잘되지 않을 때도 있고, 외로움을 잘 못 견디는 내가 싫지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거나, 이리저리 단어를 검열하는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져. 나는 바보 같은 말을 하면서 견딜거야.
모두가 올바르고 심각하고 훌륭한 말들만 하게 돼서 여유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끔찍한 세상한테, 계속 같이 놀자고 멍��한 소리를 하고 헛발질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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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미래의 나에게.
나는 당신이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어서 인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먼저 떠나간 이들을 너무 그리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스스로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 마음 속의 어린 아이를 이제 그만 보내주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누구도 당신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로 믿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자주 울지만 자주 웃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날씨 따위에도 작게 피어오른 새순 따위에도 금새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꼭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서서 당신의 삶을 살아내기를 바랍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터널의 끝에서 엉망진창이 되어 걸어온 나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기를 바랍니다. 수고했고,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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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네가 슬피 울 때
너의 서러운 뒤통수를 끌어안고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햇볕이 따뜻해서 네가 너무 서러워질 때
부둥켜안고 같이 울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스꽝스럽게 앞니를 드러내며 너를 웃게하고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별 일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언젠가 어느 날에는
너에게 고향 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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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을 곧잘 믿던 새엄마가 용하다는 점집에서 아버지의 사주를 보고와선 "너희 아버지 오십 전에 객사할 운이더라"고 전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열아홉이었다. 나는 열아홉부터 어서 시간이 지나 아버지가 쉰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아버지는 결국 쉰을 넘겼지만 객사했다. 가끔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우린 정말 그럴 운이었던 걸까. 아버지는, 그리고 나는. 우린 그렇게 눈물나는 삶을 살아가리라고 점쳐진 운명 안에서 그리도 몸부림 쳐가며 살아왔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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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아직 영화가 시작하려면 이십 분이나 남았다.
이십분 동안 그들 중 대부분은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곤 몇 시간 후 표백제 냄새 ��기는 여관방 침대에서 몸을 섞게 될 남자 혹은 여자, 지금 바로 옆에서 팝콘을 먹고있는 그 남자 혹은 여자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잠시, 아주 잠시나마 품게 될 것이다.
혹시, 이남자 혹은 여자때문에 내가 타락해버리는 건 아닐까.
아니면 벌써 회복 불가능하게 타락해버린 것은 아닐까.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타락해버린 누군가를, 그런 줄도 모른 채 너무도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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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할머니. 왜 벌써 떠났나요. 이제야 밥도 벌어먹고, 작은 꿈도 꾸게 됐는데. 왜 내가 아무것도 없을 때 떠났어요. 이제 맛있는거 매일 사줄 수 있는데. 이제 걱정 없이 방 한칸 얻어 같이 살 수 있는데. 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떠났어요. 지금 나 보면, 열심히 살았다고. 착하게 컸다고. 너무 좋아할 것 같은데. 나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칭찬해 줄 사람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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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4
오늘은 진짜 이사 가는 날. 힘들 줄 알면서 내 방 정리를 오늘까지 미뤘던건 서랍 속에 넣어둔 할머니 틀니를 꺼내기가 두려워서 였다. 그동안 슬픔을 피하려고 악착같이 살았는데 그걸 꺼내보면 정말 무력해질 것 같아서 삼일장 치르고 온 날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고 한 번도 꺼내보질 않았다. 이걸 꺼내기까지 이년이 걸렸다. 이사가 아니었으면 영영 꺼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틀니를 이년 만에 꺼내보고, 눈물이 나려는 걸 또 참고 다시 또 짐을 싼다. 언제까지 내 속의 슬픔과 고통에서 도망치려고만 할까 내 나약함에 괴로워하면서도 벽에서 뗀 엽서에 쓰인 친구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네들이 보내준 다정함에 다시 용기를 얻는다. 어쩐지 모르겠지만 감정의 곡절을 반복할 때마다 그래비티 엔딩에서 산드라 블록이 땅을 딛고 일어서는 장면이 머리를 스친다. 사는 것은 하강이 필연이고 상실과 이별을 피할 수 없지만 나에게는 이런 다정함이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오늘도 이렇게 사랑 받으며 살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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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언제나 겸손, 겸허해야 한다. 가치관과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 말이 행동보다 많아서는 안된다.
자신의 탤런트와 지금 가진 것에 대해서 자신하는 태도. 그러나 그것을 뽐내기 위해 타인을 험담하는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언제나 겸손과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재주와 운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재능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다.
마음을 예쁘게 먹어야 한다. 예쁘고 바르게 생각해야 한다. 마음이 탁해지면 탁한 시선을 갖게 된다.
아름답고 따뜻하게 생각해야 한다. 언제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선한 사람이 되어야 선한 사람들이 내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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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체성.
나의 정체성은 내가 소속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신과, 원하는 바와, 하고 있는 행위에 있다.
작업자는 내 안의 심상을 세상에 꺼내어 놓는 사람이다.
마음과 정신 속에 가득한 것을 밖으로 표출 하여야만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내 속에 있는 것을 꺼내 놓으면 된다.
정신과 마음을 또렷이하며, 휩쓸리지 않고,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며,
내 마음을 모든 일의 중심에 둔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따른다는 것이다.
방향은 내 상황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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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s" video by byul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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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Vermillon> Fall Winter 2018 Collection - Sketch Video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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