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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그 말에 가장 어울리는 건 물론 최혁이겠지만, 사실 류현성 역시 누구 못지않게 천재 소리를 들으며 커 온 사람이었다.

천재 검객.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국가 대표로 발탁되었던 한국 사브르의 기대주. 연습 시합에서는 세계 랭킹 1위의 검객을 꺾는 기염을 토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 류현성은 한체대 4학년이 되도록 메달 하나를 따지 못했다. ‘연습용’. 그에게 붙은 꼬리표였다. 친선전이나 연습에서는 누구보다도 강한 천재 검객이었지만 실전에만 나서면 무력하게 패했다.

손가락 두 마디. 딱 그 정도의 거리가 언제나 문제였다. 나를 죽이려는 적의 악의를 뚫고 먼저 칼을 뻗어 찌르는 독기가 그에겐 부족했다.

신병 훈련이 시작되고, 광전사에 참여하고, 사람을 죽이고 괴물을 죽이며 그런 약점을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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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 배진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로의 은밀한 경호를 받으며 다가온 그가 온몸의 카르마를 짜내 류현성을 치유했다.

배진만의 황금빛 카르마가 몸에 스며들자,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찢겨진 류현성의 신체가 기적처럼 아물었다. 그 순간 류현성이 떠올린 생각은 ‘살았다.’ 하는 안도가 아니었다.

‘아, 다시 한 번 싸울 수 있겠구나.’

이번엔 더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무슨 조화인지, 류현성의 몸은 단순히 회복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류현성의 몸을 구성하는 카르마들이 재배열되며 완전히 새로운 성질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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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다면 그건 앞에 있었다. 그게 바늘구멍처럼 작을지라도. 찾아야 했다. 광기도 아니고 공포도 아닌 전심과 전력으로. 나보다 강한 적을 이겨 내야만 했다.

이성과 감정이 하나가 되어 길을 제시했다. 눈앞의 적들을 치고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네.’

갑자기 뭐든 알 것 같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손끝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진짜 이게 끝인가?’

내심으론 늘 죽기를 바랐던 류현성이지만, 이런 허망하고 나약한 죽음을 바랐던 건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류현성 단장!! 도망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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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자 숭고한 기분과 억울한 감정이 함께 솟았다. 콰아앙! 어디선가 또다시 행성이 폭발했고 사위는 대낮처럼 밝아졌다. 퍼뜩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모든 게 분명해 보였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머리는 차가워졌는데, 마음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벼려졌다. 류현성은 지금 상황을 명확하게 느꼈다.

포위당한 형국. 뒤로 물러설 자리는 없는데도 연맹의 신예라는 것들은 겁을 집어먹고 없는 후방으로 자꾸만 밀려났다.  류현성은 그들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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