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aiaiainenene-blog · 8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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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명장군.(마슷허)
재명장군인데 왜 쓴건 경남장군이죠?ㅠ. * 경남의 겨울은 고즈넉한 산골 어드메쯤의 노인네들 마냥 여유로웠다. 바쁜것은 봄이 와 꽃이 피는 봄부터의 일이었으므로 지금은 꿀들이 굶어죽지 않게 설탕물이나 타는 게 중 한 일중 하나일 정도로. 이 나이에 남들이면 바쁘다 못해 사는게 지칠 정도인데 경남은 남들과는 다른 제 일상을 사랑했다. 그의 몇 없는 웬수나 따로 없는 친구 장군이 들이닥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래서 뭐 새끼야. 재미삼아 돌리는 게임을 내버려 두고 경남은 꿀차를 탔다. 작년 아카시아가 기가 막히게 좋아서 꿀차 를 탔을 뿐인데 방 안이 아카시아로 가득 찬 것 같았다. 후후. 꿀차를 받아들고 장군이 말이 없다. 후후. 김이 올라오는 차를 식히고 있는것이 전부 였다. 아 그래서 뭐. 오메가니 알파니 하는것들이야 베타인 데다가 사회성 제로에 가까운 경남이 진지하게 생각할리 없는 주제여서 커다란 덩치의 친구놈이 매번 히트싸이클이니 뭐니 하며 유난을 겪어도 쯧쯧 거리며 넘어간 것이 태반이었다. 그랬으니 친구놈이 애를 뱄다고 도망치듯 이 촌동네에 온 것도 놀랍지 않았다. 단지 고요한 평화가 끝난것이 아쉬울 뿐. 짐이 저게 다야? 응. 장군이 후루룩 차를 마시며 대답할 때 경남은 장군의 옷가지가 든 짐을 벌써 풀었다. 어차피 이 시골 동네의 집이야 장군과도 같이 지냈던 곳이니 혼자 살다 둘이 되어도 무리가 없었다. 다만 몇달 뒤면 태어날 아이가 살기에 좋지 못할수 있겠지만. 그건 그래도 나중일이니까. 라고 대충 넘기며 경남은 부엌으로 향했다. 난 신라면! 없어 새끼야! 뱃속의 애가 든 놈이 뭔 라면이야. 경남은 김치와 참치캔을 땄다. 인스턴트가 들어간 라면과 별 반 다르지 않은 저녁 식사 였다. * 근데 진짜 애 아빠가 누군데? 바짝 양육비를 벌어야 한다고 맛이 간 외장하드 복구를 하는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는 장군의 옆에서 경남이 운을 띄웠다. 근처 병원은 차를 타고 한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오메가인 남자 산모는 받아본 적이 없어서 출산은 큰 곳 까지 가야할 지도 몰랐다. 그러니 위급한 상황에는 애 아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경남은 생각했지만 장군의 얼굴은 단호했다. 아 그러다 애가 잘못. 퍽. 재수 없는 소리하고 자빠졌다고 장군이 마우스로 경남의 얼굴을 밀었다. 안에 든 자료라고 해 봐야 과제가 전부인 건전한 여학생부터 온 갖 야동으로 가득찬 야동 콜렉터 아저씨. 지랄맞은 인증샷으로 염장 가득한 커플의 외장하드를 모조리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어간 남짓. 한번 일하는데 오십은 될터였다. 그래봐야 다단계 전산실장 월급보다는 적지만. 몇십억을 만지다가 몇십만원 만지니 없어보일만도 한데 장군은 열심히 였다. 홍보로 운영하는 블로그에 일일이 댓글을 달고 있는 장군을 보면서 그때 형사팀에서 일했을때 받았던 보수가 꽤 짭짤했음을 떠올렸다. 야 근데 형사님들 일 도왔을때 그때 우리 돈, 어. 어. 장군은 의도적으로 못들은 척 했다. 끝내 닥쳐 새끼야로 마무리 되는 장군이 때문에 경남은 신너 그 팀장인가 뭔가랑 잤냐? 왜 이렇게 유난이야. 하고 성질을 냈다. 어? 야! 울어? 마치 그말이 시한폭탄인 것처럼 장군이가 울기 시작했다. 무너지듯이 서럽게. 경남은 어깨 한쪽이 젖어가는걸 보고 깨달았다. 장군이 고작 그 일 이후로 몇달 도 안되서 여기로 기어 들어 왔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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