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ja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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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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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상상력보다 풍부하다.
자유와 본능 다르다. 그러니까 본능적인 삶을 자유로운 인생이라고 말하는 건 헛소리다. 자유는 괴로운 것, 자기자신의 경향성을 매순간 거역하는 것.
엄마와 아빠의 격정적인 섹스를 상상하기. 유한한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기.
세상에 삶의 의미 따위는 없다는 것. 그것 자체만이 의미를 지닌다.
성적긴장감이 끊임없이 피에 흐르는 때 바라보는 세상은 늘 새롭고 자극적이며, 숙명적인 사물들로 가득하다.
내 인생의 강점은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그치만, 가진 것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세상살이 존나 피곤하다.
텀블러, 인스타를 지배하는 겁쟁이 감성충들의 반대편에는 언제나 낭만이 존재한다.
마약이 불법인 정당한 이유는 단 하나다. 그래야만 더욱 쾌락적이기 때문이다.
선택을 믿는 사람은 확률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믿음을 가진 사람은 기적의 세계에 산다.
내겐 꿈이 실제야. 존재하지 않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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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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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무언가 낯서면서도 친숙한 냄새를 맡는다. 그 향기는 숙명적이다. 그런데 어딘가 나를 슬프게 만든다. 나는 좌절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 냄새를 꿈꾸면서 잠에 들었을텐데. 형편없이 늙어버렸다. 슬프다. 나는 이 우울감을 외면한다.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서른다섯살로 산다는 건, 매일 새벽 닿지 않을 꿈들을 찾아 헤매다 아침해를 보고 안도감을 느끼며 잠에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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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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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름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여름이 좋다. 무더울수록 좋다. 우울보다 짙은 더위가 허무와 공허를 잊게 한다. 어둠이 짧은 만큼 슬픔도 적다. 지난 여름들의 되돌릴 수 없는 기억들을 떠올리면 미워해야 마땅한 계절이지만, 땀을 잔뜩 흘리고 먹는 아이스크림, 맨발로 느끼는 뜨거운 백사장과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 나도 모르는 새 검게 그을린 피부, 더위가 식은 여름밤의 야릇한 냄새, 그리고 실신할 거 같은 강렬한 태양 마저도, 이 계절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아픔과 위로를 함께 건네주는 여름을 나는 사랑한다.
바닷가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드러운 백사장에 높은 파도가 들이치는 해변 근처에 산다면 밤낮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서핑이 좋다. 테이크오프를 성공해서 시원하게 밀려갈 때의 기분도 짜릿하지만, 라인업에 나가서 보드에 앉아, 파도를 기다리며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이 나는 가장 행복하다. 석양이 지는 무렵의 바다. 그리고 그곳에 떠있는 나. 그 순간 만큼은 내 인생이 언제까지나 아름다울 것만 같다. 그러니까, 바다와 서핑보드만 있다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키타노 타케시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의 엔딩은 나에게는 해피엔딩이다. 나의 마지막 순간으로 그것보다 더 황홀한 장면은 떠올리기 힘들다. 너무나도 행복한 엔딩이라 나는 그 영화를 보면 항상 눈물을 흘린다. 적당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한다. 서핑을 한 날에는 눈을 감아도 의식의 한편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일렁이는 파도를 느끼며 잠이 든다. 행복한 꿈을 꾼다. 깨어나면 기억이 나지 않을 그 꿈들 속에 나의 영혼을 한 조각씩 남겨둔다. 바닷가에 사는 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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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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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텀블러에 글을 쓴다. 오늘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충만한 에너지를 잠시 느꼈다. 일리 커피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두 잔째 마시면서 빅토르 펠레빈의 책을 읽는 순간이었다. 창 밖의 빗소리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재즈음악이, 커피의 향기와 담배냄새가, 마구 뒤섞인 방에서 카페인과 니코틴이 나의 의식에 적당히 각성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주인공이 각종 꽃무늬로 가득한 카펫에 누워 짧게 자른 빨대를 콧구멍에 꽂고 꽃무늬 위로 쌓인 하얀 가루를 꿀벌처럼 흡입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원인모를 행복감이 꽃향기 처럼 은은하게 느껴지면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들이 깊고 선명해졌다. 평소 지겹도록 쳐다봤던 창 밖 풍경도 낯설게 보이면서 그 평범한 거리에 은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 감각을 음미하고 싶어서 당장 담배를 피웠다. 담배연기의 몽환적인 움직임이 할로겐 램프의 노란 불빛 속으로 흡수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특별한 일이 바로 일어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서랍 속에 숨겨 뒀던 우표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처럼. 하지만 내게는 우표는 커녕 풀때기도 없고,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충만했던 감각이 담배가 타들어가는 속도로 점점 사라져갔다. 아쉬운 마음에 담배를 하나 더 꺼내 피웠지만 이번에는 가벼운 좌절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책을 덮고 남아있는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아쉬웠지만 괜찮다. 설령 우표 따위가 있다고 한들 현재 나의 환경에서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자위행위가 주는 쾌락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소비를 제외한 모든 행위는 자위와 다를 바가 없다. 가격이 매겨질 수 없는 것들은 가치가 없다. (거짓말이다) 영혼의 충만함 따위는 오히려 경험하지 않을수록 도움이 되는 편이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이제 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기적적인 일은 로또 당첨밖에 없을 것이고, 복권을 사지 않는 내게 일어날 기적은 없다. (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삶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기에 실망할 일도 없다. 나는 이 따분한 세상의 무력감에 적응해가고 있다. 끝없는 무력감과 기적적으로 한번씩 찾아오는 충만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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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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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무력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력하게 지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기억의 편린들을 조립해 보지 않는다. 의미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더이상 꿈으로 도망치지도 않는다. 나의 은밀한 욕망들은 어디로 갔지?
나는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낙오해서, 단지 존재함으로써 수동적으로 조력하며 소심하게 반항한다. 그러니까, "아, 시발! 그딴 식으로 할거면 꺼져!"라는 모욕들을 매일같이 들으면서도 다른 갈 곳도, 갈 의지도 없는 무능한 사원처럼. 그런 내가 무력감 말고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
무력한 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다. 나는 이 시시한 풍경에 절망감을 깊게 느끼는 순간에나 찾아오는 사물들의 채도의 변화 정도에 겨우 흥분한다. 하지만 나는 이젠 더 강력한 각성을 위해 습관적으로 자신을 절망의 늪에 밀어넣지 않는다. 허우적대기도 벅찬 절망의 밑바닥까지 빠지도록 하는 동기가 나에게는, 조금 더 엄밀히 말해서 내가 사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의식할 수 있는 어중간한 각성은 더 깊은 고통과 쾌락에 도달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상기시켜, 오히려 감각을 흐리고 더욱 강한 내성을 지닌 무기력을 되돌려줄 뿐이다.
아,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낯선 장소의 평범한 누군가의 일상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다. 내가 없는 시간 누군가의 삶은 나의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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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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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기억들이 벌써 희미해져서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행복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하고 지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JTV에서 방영해주는 일본드라마들을 볼 때면 도쿄가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장유집에서 엄마와 희수와 함께 지내고 있다. 가끔씩은 희수가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웃기지만, 아주 자연스럽다. 우리는 잘지내고 있다. 애초에 이 기묘한 공동생활에 대한 기대나 예상, 계획은 없었기에 더 좋을 것도, 실망스러울 것도 없다.
이 공동생활과 별개로 나는 장유에 있는 것이 끔찍하게 싫다. 보헴슬림핏브라운은 더이상 나를 위로하지 못한다. 일본에서 피던 아메리칸스피릿을 피고 싶지만 이 좆같은 동네에는 팔지 않는다.
어제 영렬이와 부산을 갔다. 아메리칸스피릿이 있을까 싶어 담배와 관련된 매장과 편의점을 보이는 대로 기웃거렸다. 물론 어디에도 없었고, 오늘은 말보로 미디엄을 사봤다. 다른 담배를 핀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그저 담배를 피는 동안만이라도 닿을 수 없는 순간들을 더듬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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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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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떠난 집, 엄마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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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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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타케 산을 갔다. 료칸이라고 하기는 좀 힘든데 일단 료칸인 료칸도 예약했다. 아, 모스버거는 아름다웠다. 나는 오늘 모든 것들을 새롭게 봤다. 희수는 치즈버거를 혼자 다 먹었다. 나한테 한 입 먹어 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희수의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지만 치즈버거를 먹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대신 메론소다는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일본과 모스버거와 메론소다. 미타케역에서 내리자마자 이 곳이야말로 내가 완벽하게 원하던 여행지였다는 것을 느꼈다. 아 행복해. 단풍이 절정인 미타케산.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Todd Terje의 Johnny And Mary를 들으면서 걷는 나의 발걸음은 왠지 숭고한 모습이었다. 케이블카도 탔다. 케이블카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긴 한데. 아 많이 이상하다. 세상 참 이상한데, 이 이상한 세상에 사람들 정말 참 정상적으로 산다. 이상한 료칸에 와서 맥주 두 병과 뜨거운 사케를 곁들인 건강한 저녁을 먹고 섹스를 하고 잠이 들었다. 11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온천이용시간이 지나버렸고 나는 자판기를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이런 산골에도 자판기가 있었다. 너무 좋은 세상! 물과 물과 레몬 스파클링과 따뜻한 커피를 샀다. 그러니까 물 두 개와 레몬 스파클링과 커피. 나는 료칸방에서 담배 피는 것이 너무 좋다. 방 안에 난로가 있는데, 이 공간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천장의 조명은 줄을 1. 한 번 당기면 적나라하게 현실적. 2. 두 번 당기면 사무실 조명과 같이 매우 일상적. 3. 세 번 당기면 우주와 무의식과의 접촉을 용이하게 해줄 정도의 밝이와 따뜻함. 이다. 나는 당연히 3의 조명으로 누워있다. 와 너무 행복하다. 지금은 4시 4분인데, 6시에 온천이용이 가능해지면 온천을 할 것이다. 산토리 맥주도 한 캔 남았는데 들고 가야지. 나는 그렇게 밤을 샌다. 내일에는 텐쵸가 나랑 희수를 위해서 가게 휴일에 가게에서 요리를 해준다고 했다. 위스키랑 음식 먹어라고 했다. 이번 주말 너무 좋다. 왜 진작에 여행을 더 안다녔을까? 저번주에는 나카메구로에서 술 엄청 먹고, 돈키호테에서 코스프레 복장 사서, 이케부쿠로 슈퍼호텔로하스에 가서, 섹스하고, 온천도 하고, 자고, 그랬다. 온천이 진짜 따뜻하고 좋았는데. 그러고 조식도 못먹고 바로 출근했다. 아, 뭔가 좋은 날들이다. 나 11월 29일에 돌아간다. 아, 난 도쿄가 영원히 내게서 지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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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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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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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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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ter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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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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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더그에 왔다. 보드카토닉을 마신다. 희수는 핫초코. 더그의 핫초코는 아주 맛이 좋다. 더그는 하루키 때문이라도 첫 잔은 보드카토닉이다. 생맥주와 흑생맥주를 섞은 하프앤드하프와 피스타치오를 주문한다. 희수는 Sea Breeze를 마신다. 나 피스타치오 거의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좋은 안주다. 효능을 검색하니까 몸에도 좋네! 나 좋다는 말을 너무 많이 쓰는가? 흑생맥주와 미트파이를 추가로 시켰다. 나 더그에서 미트파이 먹어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는다. 예전에, 창원에서, 아일리쉬 바에서 일했을 때, 그 괴팍한 아일랜드인 사장이 해주던 미트파이가 참 맛있었는데, 나 그때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 오늘 유니클로에서 골덴바지를 샀는데, 그러니까 르메르랑 콜라보해서 핏이 예쁜 거. 와이드핏도 있고 스트레이트핏도 있어서 이것저것 몇 번이나 입어보고 결국 스트레이트핏을 두사이즈 정도 업해서 샀는데 행복한 가을, 겨울이 될 것만 같아. 아 맞다! 오늘 지하철 타기 전에 토마토주스 마시다가 흰색 존 레논 티셔츠에 토마토주스 흘려서, 그게 너무 나의 기분을 안좋게 해서 590엔 짜리 유니클로 기본 티셔츠도 샀다. 나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데 한국에서도 도쿄에서 만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런데 유니클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너무 초라했어. 늙은 거 같어. 초라한 나는 한국에 가면 슬프겠지. 나 일본에서 정말 많은 것을 하고 있는데, 정말 새로운 사람이 된 것도 같은데. 이런 느낌 한국에 가면 거짓말 같이 잊혀지겠지? 어떻게든 행복을 찾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될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나는 나이가 들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연스럽게 만질 수 없게 되겠지? 나는 부드러운 피부에 볼을 비비는 게 너무 행복한데, 그런 감각들은 이제 손에 쥔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순식간에 흘러내리겠지? 나 그런 감각을 오래 붙잡고 싶은데. 그래도 미트파이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하나 더 주문하니까 알바생이 생긋 웃는 데 그 모습에 기분이 좋다. 나는 이제 그런 생긋함을 가지기엔 늙어버렸는데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혼자가 된다면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당신들도 알지? 이런 생각들? 하지만 혼자가 되더라도 오늘은 돌아오지 않아. 나는 그런 게 참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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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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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모테산도의 한 카페에서 무력감에 짓눌린 채 앉아 있는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는 미래의 나를 그리워한다.
이제는 블랙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넣어 마신다. 그러면 담배를 두 배는 더 필 수 있다. 담배와 함께 타버려 네 개의 꽁초와 함께 재떨이에 버려진 나의 영혼들.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는 미래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도록 하는 유일한 상상이다. 지금 이 순간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과거의, 혹은 미래의 어떤 장면이라고 믿게 한다. 나의 일상에 비현실감을 선물한다. 나를 살아가게 만들면서도 죽음에 가깝게 한다. 나는 죽음을 쫓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흡연실을 가득 매운 담배연기를 타고 음악이 흘러내려온다. 그 음들은 나의 타버린 영혼을 대신한다. 미래의 나는 이 음악 듣고 지금의 나를 그리워할 것이다.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주저앉아, 음악이 그만 내려오길 기도한다.
현실은 꿈이 되고,
나는 꿈에서 깨어나길 기다린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나는 반쯤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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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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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새벽, 아빠가 죽었다.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던 아들 앞에서도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던 아빠는 4월 16일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도쿄에서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빠가 죽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잠을 자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부산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눈썹정리를 했다.
비행기는 연착이 되었고, 나는 기내에서 맥주 한 캔을 빠르게 마시고 잠이 들었다. 공항에서 동생의 일본인 약혼자, 에무상을 만나 함께 장례식장으로 갔다. 내 일본어가 예전보다 유창해지지 않았냐고 물으니 환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해주었다. 장례식장은 이미 친척들과 조문객들로 가득했고, 엄마의 안경은 눈물자국들로 얼룩져 있었다. 원래 소녀 같은 엄마지만, 나는 이날 엄마가 평소보다 더 소녀 같다고 생각했다.
우울하지 않은 장례식이었다. 나는 입술과 혀를 깨물어가며 웃음을 참고 상주 노릇을 했다. 특히 앉아서 웃고 있다가도 조문객들이 오면 당장이라도 울 거 같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변하는 에무상의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동생과 나는 에무상에게 연기를 잘한다고 놀렸다.
나는 장례식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입관식 때 아빠의 딱딱하게 굳은 몸과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이 가득해 보이는 얼굴을 만질 때도. 아빠는 결코 편한 마음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죽기 몇 시간 전 중환자실에 있는 순간까지도 외도가 발각되는 게 두려웠는지 엄마에게 휴대폰을 주면서 꼭 꺼놓으라고 할 정도니까. 결혼생활 내내 여자와 돈 문제로 엄마를 울게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20년 내내 일만 하고 빚 말고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던 사업에 대한 미련, 그 뒷수습을 해야만하는 우리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곧 다가올 동생과 에무상의 결혼식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 죽고 싶을 만큼 죽기 싫었을 순간 죽은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울지 않았다. 엄마와 동생 그리고 친척들 모두 여태 본 적 없는 모습으로 시신을 만지며 통곡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 장면이 슬프기 보다는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눈물을 흘리기는 했다. 나는 동생이 내는 숨이 넘어 갈 것만 같은 곡소리가 너무 웃겼다. 나의 웃음은 바이러스처럼 에무상 그리고 엄마에게도 전염되었고, 엄마가 피식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웃겨서 눈물까지 났다. 그래도 아마 조문객들은 나의 촉촉한 눈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둘째날에는 아빠의 사업과 관련해서 돈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들이 많이 왔다. 야망으로 가득찬 눈빛의 아저씨들은 엄마의 얼굴을 점점 어둡게 만들었다. 그날은 밤새도록 엄마와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털어놓는 엄마를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나도 모르게 ��가가 촉촉해졌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아빠의 영정 앞에서 아빠 흉을 보면서 밤을 샜다.
발인날에는 날씨가 아주 좋았다. 동생은 적절한 타이밍마다 오열하면서 삼류 드라마 같은 신파적인 분위기를 리드했다. 눈물, 콧물, 침 다흘리며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아빠의 관에 5000엔짜리 지폐를 넣는 동생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경악을 하기도 했지만, 그냥 보고만 있었다. 화장이 진행될 동안 나는 혼자 추모공원의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며 누워있었다. 아버지의 그늘이 사라진 세상의 햇빛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는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처음으로 아빠의 부재를 느꼈다.
삼우제날 다시 추모공원으로 갔다. 아빠가 중요한 날 마신다고 뜯지도 않고 아껴뒀다는, 내가 일본 여행 갔다가 선물로 사온 쿠보다 만쥬를 들고 갔다. 그렇게 아빠의 중요한 날은 오지 않았다. 아빠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그 중요한 날이 이날이 될 거라는 것을 아빠는 상상도 못했겠지. 아빠의 납골함 앞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아빠의 내연녀가 두고갔을 것이다. 엄마는 묘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 얼굴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공원 내부에 고인에게 편지를 써서 나무에 걸어놓는 곳이 있었다. 나는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아빠가 나중에 엄마랑 같이 일본에서 살 거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고. 물론 현실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말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모든 현실들을 관통해가며 살아 있을 거라고. 아빠의 그 말은 우리 가족 모두가 일본에서 사는 우주를 만들어냈고, 나는 꿈에서 그 우주를 만날 수 있다고. 그것이 아빠의 소망이 현실로 이뤄지는 것보다 의미가 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돌아가는 길, 나의 아이폰이 연결된 자동차 블루투스 오디오에서는 김트리오의 그대여 안녕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 노래가 햇살 가득한 4월의 어느날 아빠를 보내고 듣기 완벽한 노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아빠가 죽고 처음으로 아빠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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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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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메구로의 봄, 히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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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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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몽상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까? 생각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생각들이 나를 찾아온다는 말이 더 정확할 거 같다. 음, 내 안에 있는 다른 나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는 문장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헤세가 황야의 이리에서 인간은 누구나 열 개의, 백 개의, 천 개의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 것 처럼 나는 내 안의 다른 영혼들을 느낀다. 페소아가 수많은 이명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한다.
나는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이란 내 안의 또 다른 영혼들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말하는 개성이라는 걸 싫어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개성은 내 안의 다른 영혼을 만나는 걸 불가능하게 한다. 물론 우연히 잘할 수 있었던, 어쩌다가 남들에게 인정 받았던 능력들만을 정당화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개성이라고 착각하고 산다면 살기는 매우 편할 것이다. 반면 나를 긍정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러니까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들이 실은 무의미하다는 것, 나아가 그런 의미부여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빛나는 사람들을 방해하고 소외를 만드는 악행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텅빈 나, 공허, 허무, 공백을 만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아니! 사실 그 행위 자체가 괴로운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숭고하고 쾌락적인 순간이다. 괴로운 이유는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채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공백, 무의 상태가 되어야 우리는 우리 안의 다른 영혼들을 들일 수가 있다.
나는 내가 폭력적으로 부여받은 나, 서영재라는 존재의 모든 성질들을 혐오한다. 내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여자친구들의 욕망으로부터 만들어진 서영재를 죽이는 일이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나는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내일 아침이면 지금 이 글을 부끄러워할 서영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아니, 물론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오늘 새벽,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아무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에게도 이해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영혼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나는 확신한다. 나의 또 다른 나들과 함께하는 우주가 엄마, 아빠가 있고 친구와 애인이 있는 이 따분한 세상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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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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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회가 얼마나 좆같고 세상 사람들 시발 얼마나 병신 같은지 말 안통하는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너무 싫다. 시발 내가 자살하면 네이버 뉴스에서 욕먹고 악플 달리는 나쁜놈들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인간들이 아무리 저질스러운 짓을 해도 내 인생에 아무런 상처를 주지 못한다. 내가 죽으면 다 너희들 때문이다. 나의 죽음에 연민을 느끼며 슬퍼해주고, 자신은 선량하다 믿으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들. 나는 시발 개성이란 게 싫다. 개성이라는 좆도 말도 안되는 걸로 합리화하면서 병신 같은 거 까지 다 이해해줘야하는 게 아주 싫다. 남들 듣기 좋을 글만 써야하는 것도 좆같다. 불편한 글 싫어한다는 것도 존나 그런 개소리가 어딧냐. 사방에서 거짓된 삶을 예찬하고 있는데 그 지랄 떠는 걸 견디려면 욕하는 글이라도 써야지 어떻게든 살아가지.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을 이해해하면서 살아야하는 게 나는 시발 너무 싫다. 내 삶을 망치는 건 살인범 같은 인간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미부여하고 선량한 줄 아는 너희들이다. 물론 그들의 잘못이 아니지만 병신 같은 건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게 만드는 인간들을 나는 죽고 싶을 혐오한다. 오늘 아주 괜찮은 하루였다. 나쁜 일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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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aem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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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문 바로 앞에 전봇대가 보이는 2층에 있는 방에 살고 싶다. 가로등이 달려있으면 좋겠다. 매일 밤 나는 가로등 불빛에 비친 전봇대를 보면서 모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전선에는 새들이 와서 앉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 그 전봇대 주위의 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일어난다면 나는 매일매일 새로운 나로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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