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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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uldiary]

오늘따라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부엌에서 혼자있으니 쓰고싶은게 자꾸 생각난다. 

파스타 이야기

지금 나의 토마토파스타 레시피는 오랜 경험에 의해 만들어졌다. 런던에서 살던 시절, 아무것도 신경쓰지않고 마음가는대로 지내던 날들이었다. 할로윈 파티때는 친구들과 잔뜩 분장을 하고 해크니에 있는 웨어하우스 파티에 갔고 분위기는 영 이상했다. 나는 그때 핀란드 친구가 데려온 남자애와 열심히 춤을 추며 놀았다. 누가 봐도 잘생기고 멋진 남자애였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게 텅텅 빈 넓은 홀에서 둘이 춤을 추는데 눈깜짝 할 사이에 그 애의 얼굴이 내 얼굴 앞으로 와있었다. 묘한 긴장감같은게 있었고 여자애들은 멋진 그 애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애는 나에게 자켓을 벗어주었다. 막연히 옥스포드에 놀러갈려고 생각했던 나는 그 애가 옥스포드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장 다음 주말에 옥스포드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 애가 초밥과 물을 줬다. 오느라고 배고프고 목말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세심함에 굉장히 감동받았고 이때부터 모든게 로맨틱했다. 학교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고 심지어 학교 수업도 들었다. 심리학수업이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학교에서 먹는 조식식당은 해리포터 식당같았다. 학생들은 조식을 먹으며 내가 알 수 없는 어려운 이야기를 해댔다. 고급스러운 식당에 가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버섯리조또를 먹었고 너무 타이트한 바지를 입고 가서 소화가 안됐던 나는 몰래 화장실에 가서 토했다. 이런 저런 기억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토마토파스타가 기억에 남는다. 기숙사 방의 책장에는 ���마토캔이 가지런히 정돈되어있었다. 그 애는 공부책상에 앉아서 마늘을 천천히 한참동안 공들여 썰었다. 그 모든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동부엌에 가서는 올리브오��을 잔뜩 넣고 다진 양파와 barley 잎사귀 다진마늘을 넣고 나보고 자기가 스터디 간 동안 잠깐 잠깐 와서 저으라고 했다. 침대에서 영화를 보며 가끔 부엌에 가 양파를 저었고 어떻게 1시간정도 양파만 요리하지? 라고 생각했다. 돌아와서 그 애가 파스타를 마저 요리하는 동안 나는 영화를 마저 봤다. 그 날 다른 친구도 와서 같이 그 토마토 파스타를 먹었는데 또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내 인생에 손꼽히는 파스타는 3개였는데 하나는 시실리 친구네 식당 파스타, 하나는 수잔과 남자친구가 해준 볼로네제 마지막이 여기서 먹은 파스타다. 그 때 부엌에 가서 마지막까지 요리하는 걸 봤었어야 했다. 아직도 후회가 된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야기를 하다가 둘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토마토스파게티 먹는 장면이라고 하면서 무슨 일이 있을 뻔했지만 다행히 끝까지 가지 않았고 신기하게 특별한 감정이 남지도 않았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생각하는 게 너무 달라 신기하다. 그래서인지 이때의 기억이 더 소중하게 남아있다. 다시는 내 인생에서 일어나지않을 것 같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