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 쉬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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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plankton89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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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yuju hours even tho dalala's not even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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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tia-god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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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묻힌 장소
  나는 충분한 희망이었니.
  그런 말을 남긴 채 죽었지만 그걸 들은 건 나뿐이었고. 정말 나밖에는 남지 않아서. 내가 무슨 대답을 해야 옳았을까. 곧 죽는 네게 만족스러울 만한 대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건 이 세상에 있기라도 한 걸까. 네가 이 생을 떠날 때 쥐고 갈 만큼 위대하고 아름답고 적확한 말이라는 게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기는 했을까.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만 했던 걸까. 이젠 땅 밑에 묻혀서 더는 얼굴도 볼 수 없는 네게.
  영혼을 믿니?
  없는 걸 어떻게 믿어.
  없으니까 믿는 거 아냐?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너는 영혼이 있다고 믿어서. 아니 아마 있기를 간절히 바라서. 그 위대한 업적을 치르고 돌아오던 때에도 그랬다. 내가 방금 죽인 자에게 영혼이 있다면 속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은 이의 영혼에게. 그때 내가 했던 말을 곰곰이 되살펴본다. 일, 영혼 같은 건 없어. 이, 만약 있다고 해도 육체가 죽으면 같이 죽어. 삼, 설령 영혼만이 살아있다고 해도. 이미 죽었는데 거기에 대고 사죄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
  넌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구나.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잖아.
  그래서 고마웠어.
  뭐가 그래서였다는 걸까. 나의 무엇이 네게 감사할 일이었을까. 나로선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대화는 그렇게 끝났고. 그에 대한 고민을 미루다가 너는 내 앞에서 죽었다. 이제 고민할 시간만 덩그러니 놓여있어서, 그래서. 뭐였던 건데. 나도 고마웠다고 해야 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전인류가 네게 고마워할 거라고. 아니면 사죄할 필요 같은 건 없다고 하는 게 맞았을까. 네가 무찌른 건 세계의 위기였으니 당당하라고. 영혼이 있든 없든 네가 한 일은 숭고하다고. 아니면.
  의미가 없더라도 너와 같이 빌어주는 게 맞았을까. 죽여야 했던 누군가의 명복을. 사죄를. 없는 영혼에라도 대고. 그게 세계를 위협하는 악인이었다고 해도. 죄를 너와 나누는 게 맞았을까. 의미보다 중요한 게 이 세상에는 있다고. 그런 거짓말이라도 해서 네 짐을 덜어주는 게 나았을까.
  나도 언젠가 죽겠지. 그건 네 빌어먹을 말버릇이었지만 사실은 단순한 확인일 뿐이었다. 가능하면 얼마 안 남았다고도 말해주지 그랬어. 잘난 너라면 다 알았을 거 아니야. 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너라면. 못해도 귀띔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 나를 소중히 여기라고. 불면 날아갈 듯 조심히 대하라고. 네 웃기지도 않은 농담에 핀잔을 주고 매몰차게 쏘아붙일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이 순간들을 헛되이 쓰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주지 않은 너는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너였다.
  고마웠어.
  그렇게 과거형으로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알아챘어야 하는 걸까. 그게 미안함의 더 나은 표현이었다는 걸 알아서 눈치 채야 했을까. 알았다면 뭔가 다를 수 있었을까. 좀 더 유의미한 행동과 농밀한 시간을 너와 보낼 수 있었을까. 그래봤자 너는 죽는데. 네가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네가 가장 잘 알았는데. 그러나 나는 몰랐고, 네가 남긴 건 웃기지도 않은 유언뿐이라서.
  네 덕분에 모든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데 너는 혼자 묻혀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가 없구나. 정말이지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거야. 네게 있어 네 인생은. 네 업적은. 하다못해 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대답마저도. 죽은 네겐 어떤 의미도 쥐어주질 못했다. 차라리 영혼이라도 있다면. 육체가 죽은 후에도 이 세상에 남아있는 영혼이란 게 있다면. 의미 따위보다 중요한 것도 세상 어딘가엔 있는 법이라고. 그런 엉뚱한 대답이라도, 지금이라도.
  남기고 싶었지만 너는 없지. 이제 없다. 죽은 너는 편안히 눈을 감고 누워있기만 해. 네 덕분에 세상은 멸망에서 벗어났지만 아무도 너를 모른다. 나를 빼고는 누구도.
  미안했어.
  너는 과연 위대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이런 나한테. 나는 네게 그런 말밖에 남기지 못했는데. 네 마지막에, 평생에 걸쳐 미안했다고 말하는 게 전부였는데. 대신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용기가 나한텐 없었어. 하물며 너는 곧 죽는데.
  나는 네게 속죄하고 싶었다. 아직 영혼이 아닌 너한테. 네가 아직 살아있는 동안 내 알량한 죄를 고백하고 싶었어. 네가 받아들여주길 원했어. 엄숙한 표정으로 당신의 죄를 사한다고, 그런 말을 듣고 싶었어. 살아있고 살아가야 하는 내 짐을 덜어주길 바랐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네가. 그런 치졸한 생각으로 나는 너를 대했던 거야.
  네가 죽는다는 걸 더 먼저 알고 싶었어.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었어. 네가 오래 살아남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아야 했어. 점점 쇠약해져가는 네 모습에 눈 돌리지 말았어야 했어. 너와 함께 있고 싶었어. 모두를 대신해 희생한 네게 내 생이라도 바치고 싶었어. 네가 죽을 때까지 널 보살피고 싶었어. 그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길 바랐어. 나라도 기억하겠다고. 그런 확신을. 그런 위안을 네게 주고 싶었어.
  미안했어.
  네가 이 생에서 들은 마지막 말이 그딴 거라서 미안해. 고마웠다고 말했어야 하는데. 고생한 네��� 들어야 하는 말은 당연히 그런 것이어야 했는데. 끝내 바보 같아서 미안해. 의미 같은 ��� 무슨 상관이 있어서. 그게 뭐가 중요해서 마지막까지 네게. 그 말라 비틀어져 힘도 없는 손으로 날 붙잡은 네게. 나는 마지막까지 의미를 찾아서. 이 인생을 살아온 의미가 내게 있기를. 아니 내게 없어도 적어도 네게는 있기를.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반드시 있어야만 하니까. 세상을 대신해 고생한 누군가는 그 보상을 받아야 하니까. 의미라도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나는 나만 생각해서. 끝까지 너보다 나를 먼저라고 생각해서. 네게 미안하다고, 그런 말을. 모든 걸 떠넘긴 너한테. 하물며 죽음까지. 먼저 맞이해야 했던 너에게. 미안해. 미안했어. 지금 네 영혼이 이곳에 있다면. 나를 보고 있다면. 아직 내게 실망해서 떠나기 전이라면.
  나는 충분한 희망이었니.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남겨야 했던 사람에게. 세상을 구해준 이에게. 그러나 구원이 아닌 그저 희망으로 기억되고 싶은 네게. 살아있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내가. 감히 내가. 네 말버릇 중의 하나였던. 내게 자주 해줬던 그 말을.
  고마웠다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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