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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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yup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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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life
이슬람을 포함한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시간은 단선적으로 흐르고, 현생을 어떻게 살았는냐에 따라 내세에서 신에게 천국 또는 지옥행의 심판을 받는다. 하지만 신이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죽은 인간들을 모두 모아서, 분류하고, 상벌을 내릴까? 유독 인간만이 신이 그만큼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는 존재란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신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종속되어 있는 관계에 가까운 것 아닌가? 만일 심판이 필요하다면, 신 입장에선 굳이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지 않는가? 신이 보기에 죄를 지은 사람을 죽어서야 비로소 영원한 지옥불에서 고통받게 만든다면, 모두에게 사랑하라고 말한 그 신은 사실 뒤틀린 사디스트에 가까운 존재가 아닌가?
그에 비해 힌두/불교적 세계관에서는 시간은 순환하며, 어떤 현생을 살았느냐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 그러니까 그 가정에 따르다면, 근래들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인류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한 미물들마저도 갑작스레 선하게 살았기 때문인가? 그러다가 인구 증가율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지금 시점이야말로 인류의 선함이 peak에 달했다는 뜻인가? 그리고 2mb 같은 인간은 전생에 얼만큼의 덕을 쌓아올린 것이며, 다음 생에는 어디까지 추락을 할 것인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괴로운데, 그게 내 전생의 업보때문이라면, 그나마 살면서 더 많은 부덕을 행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지금의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결국 두 종교 모두 지금 내 삶의 가치를 내가 죽은 뒤 신에게 심판을 받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내세에 천국에 가기 위해, 또는 금수저로 환생하기 위해, 지금 똑바로 살 것을 요구한다. 이건 우리가 계속 들어 온 “니가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가서 이쁜 여친을 만들 수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거짓 약속과 완전하게 동일한 구조다. 그건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는 행위에 불과하며, 그런 구조로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세상을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아니 사실은 그런 구조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세상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기능하는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오히려 흥미로운 지점은 유교의 논리다. 이 세계관에서는 내세가 존재하는지 여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니가 인간이라면, 지금 마땅히 해야만 하는 것에 집중한다. 나의 지금 생을, 나아가 내가 살고 있는 순간/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종교라기 보단 도덕/윤리에 가깝지만, 최소한 내세를 가지고 협박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유교적 접근법이 더 마음에 든다. 
이 모든 생각은 얼마전 회사 건강검진을 할 때, 프로포폴을 맞고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30분을 죽은 듯이 자다가 번쩍 깬 다음에 든 생각이다. 우리는 죽는 과정이, 그리고 우리가 죽음으로써 우리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잃어버릴 것들로 인해, 죽음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지만, 죽음은 우리의 두려움보다 아무 것도 아닌, 어쩌면 평안한 무엇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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